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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사란 무엇인가: 역사와 언어의 새로운 만남

나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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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유형단행본
서명/저자사항개념사란 무엇인가: 역사와 언어의 새로운 만남/ 나인호 지음
개인저자나인호, 1960-
발행사항서울: 역사비평사, 2011
형태사항400 p.: 삽화; 22 cm
ISBN 9788976964182
서지주기 참고문헌(p. 389-392)과 색인수록
언어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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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일부

“역사상 수많은 개념들이 표어와 슬로건으로 유행하긴 했지만, 정작 그 뜻은 여럿이거나 모호한 경우가 다반사였지요. 자유, 평등, 민주주의, 진보, 평화, 제국주의 등 그 예를 일일이 꼽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예요. 마찬가지로 국가나 사회 같은 일반화된 개념들 역시 과연 그것이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누구도 명확한 답을 주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람들은 이런 개념들을 정의定意하려 합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견이 없는 개념 정의는 없지요. 하나의 개념 정의는 또 다른 개념 정의를 낳습니다. 개념의 정의는 오히려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논쟁을 낳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정치·사회적 갈등과 투쟁이 개입되지요. 이처럼 개념은 정치·사회·이데올로기적 투쟁과 갈등의 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개념을 정의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지요. 바로 이러한 역사적 현상에 착안해 출현한 것이 개념사입니다.”
―'책머리에' 중에서

역사학계에 부는 새로운 바람,개념사

최근 2~3년 사이, 한국 학계에서 주목받는 키워드 중 하나가 ‘개념사’이다. 대표적으로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은 ‘동아시아 기본개념의...

출판사 제공 책소개 전체

“역사상 수많은 개념들이 표어와 슬로건으로 유행하긴 했지만, 정작 그 뜻은 여럿이거나 모호한 경우가 다반사였지요. 자유, 평등, 민주주의, 진보, 평화, 제국주의 등 그 예를 일일이 꼽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예요. 마찬가지로 국가나 사회 같은 일반화된 개념들 역시 과연 그것이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누구도 명확한 답을 주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람들은 이런 개념들을 정의定意하려 합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견이 없는 개념 정의는 없지요. 하나의 개념 정의는 또 다른 개념 정의를 낳습니다. 개념의 정의는 오히려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논쟁을 낳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정치·사회적 갈등과 투쟁이 개입되지요. 이처럼 개념은 정치·사회·이데올로기적 투쟁과 갈등의 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개념을 정의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지요. 바로 이러한 역사적 현상에 착안해 출현한 것이 개념사입니다.”
―'책머리에' 중에서

역사학계에 부는 새로운 바람,개념사

최근 2~3년 사이, 한국 학계에서 주목받는 키워드 중 하나가 ‘개념사’이다. 대표적으로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은 ‘동아시아 기본개념의 상호소통사업’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개념사 연구의 초석을 다진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을 번역 출간했고, 책세상에서 출간 중인 ‘Vita Activa 개념사’ 시리즈나 소화출판사의 ‘한국 개념사총서’도 활발하게 목록을 늘여가는 중이다. 학계에서는 『개념과 소통』이라는 개념사 잡지를 출간하고 국제 개념사 학술대회를 유치하는 등, 출판 작업의 활기를 내실 있게 채워나가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국내학자가 직접 쓴 개념사 교과서

지난 몇 년간, 서점가에는 다양한 개념사 관련 서적이 소개되었다. 이 책들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코젤렉, 라이하르트, 레이먼드 윌리엄스, 페레스 등 개념사의 발전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외국 학자들의 원전을 번역 출간해온 작업이 그 하나이고, 다양한 개념에 대한 개념사적 연구 결과를 각각 담아낸 책들이 다른 하나이다. 이 가운데 개념사가 소개된 초기에 출간된 몇몇 책들은 개념사가 갖는 의미 자체보다는 ‘용어사’에 더 가깝거나, 전통적 이념사 혹은 관념사, 넓은 의미의 사상사를 새롭게 포장한 데 그쳤다는 아쉬운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 『개념사란 무엇인가―역사와 언어의 새로운 만남』이 가진 특별한 의미는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저자 나인호는 비서구세계 지식인의 주체적 문제의식으로 독일 학계의 개념사 연구현장에서 직접 연구하고, 그 학문적 내공을 바탕으로 자신의 관점에서 개념사의 이론적 전개과정을 말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읽어보면, 개념사를 정초한 코젤렉에서부터 그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극복하려 했던 다른 학자들에 이르기까지, 개념사의 문제의식이 더욱 정교화되고 날카로워지는 과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개념사가 여전히 진화중인 학문이며, 특히 한국 지식인들이 주체적인 고민과 문제의식으로 개념사를 더욱 발전시켜나가야 함을 역설한다.
1부에서는 개념사의 이론적 형성과정을 살폈고, 2부에서는 ‘근대’를 지탱해온 주요 개념 6가지를 선택하여 저자가 직접 ‘개념사적 글쓰기’의 실재를 보여준다. 언어와 역사가 어떻게 서로를 규정지으며 발전해왔는지, 각 시대마다 특정한 개념들은 당대인들의 어떤 욕망과 두려움을 담고 소통되었는지에 대해, 도전적이고도 정밀한 글쓰기를 통해 개념사의 참맛을 느껴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문화예술작품의 도판을 제시하면서 당대인들의 ‘개념’을 시각적으로 설명해주는 글을 통해, 지적이고 세련된 근대 여행을 떠나보는 느낌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구성과 내용의 양면에서, 명실공히 개념사에 입문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가장 친절하고 모범적인 교과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개념사란 무엇인가―2011년 한국사회가 개념사를 주목해야 할 이유

“모든 언어는 역사적으로 조건 지어져 있고, 모든 역사는 언어적으로 조건지어져 있다.”
―라인하르트 코젤렉

개념사는 언어와 역사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 탐구하는 역사의미론의 한 분야이다. 전통적 역사학에서 언어는 단지 과거가 실제로 어떠했는지 파악하는 수단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역사의미론에 의하면 오히려 언어가 역사적 실재를 구성한다. 한마디로, 과거의 사실은 언어가 없다면 존재할 수도 경험할 수도 없고, 그것에 대해 어떤 지식도 얻을 수 없다.
역사의미론으로서의 개념사는 언어와 텍스트에 의해 역사적 실재가 어떻게 구성되었는가를 연구하면서, 언어 현상 중 특히 개념에 초점을 맞춘다. 개념사는 역사 행위자들이 개념을 사용하면서 표현하고자 했던 여러 의미의 성층을 파헤쳐, 그들의 경험과 기대, 경험을 해석하는 방식, 세계관과 가치관, 사고방식이나 심성, 그리고 희망과 공포 등을 읽어낸다.
역사의미론으로서의 개념사는 본격적으로 라인하르트 코젤렉에 의해 체계화되었다. 이념이나 개념은 역사세계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요소와 함께 역사세계를 구성하면서 이것들과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게 그의 강조점이었다. 그는 서구와 미국을 모델로 ‘좋은 근대’와 ‘발전’을 강조하는 근대화론을 비판하고, 개념 연구를 통해 근대성의 숨겨진 이면을 역사적으로 성찰하려 했다. 바로 이런 문제의식이, 서구와 다르게 진행된 자신의 근대 경험을 주체적으로 해석하려는 비서구 세계 학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개념사 연구를 통한 근대 성찰이야말로 코젤렉이 비서구 세계 연구자들에게 남겨준 커다란 지적 유산이다. 특히 혼란스러울 정도로 매우 역동적인 근대를 경험해왔고 지금도 경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며, 미래에 대한 기대를 담고,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 근대적 기본개념들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반드시 요구된다. 여기에 우리가 개념사를 주목하고 기대해야 할 이유가 있다.

[개념사 맛보기]
여자라는 존재,동반자에 서적으로 변화하다

19세기 근대 부르주아사회가 성립되면서, 남자들은 여자를 자신들과 완전히 구별되는 ‘타자’로 만들었다. 처음에 여자는 남자보다 열등하지만 필요한 가치를 지닌 타자로 인정되었다가 곧 존재가치를 부정당했고, 더 나아가 여자라는 존재, 혹은 여성성을 근절해야 한다는 사고가 자리잡았다. ‘여자’라는 개념의 이런 의미론의 변화는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저자 나인호는 당대 예술가들의 그림과 조각, 만화와 사진 등으로 형상화된 남자와 여자의 의미들, 다양한 텍스트들에 담긴 욕망과 두려움을 개념사적 시각으로 재구성해낸다.


근대적 남자의 동반자 현모양처
―“여성이 여성스러울수록, 남성이 남성다울수록 사회와 국가는 건강하다.”(19세기 속담)

프랑스대혁명 이후, 먼저 근대적 의미의 ‘남자’가 나타났다. 전사의 덕목인 애국심에 충실한 것은 물론, 충실한 남편이자 가부장, 그리고 성실한 노동자로서의 남성상이 ‘남자’라는 개념의 내용이 되었다. 용기, 자기통제력, 자기지배력 등은 남자의 특징으로 고정되었고, 여자는 어머니, 성적 욕망의 대상, 남성적 지배본능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불평등한 관계 속에서도 여자가 반드시 남자보다 열등한 존재라는 의미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남자와 여자는 다른 기능을 담당하면서 서로 보완하는 존재로 인식되었다. 남자와 남성성은 스스로를 규정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여성과 여성성을 필요로 했다.

팜므파탈의 등장,남성의 위기
19세기 중엽 이후 산업화, 도시화,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여성의 사회적·정치적·문화적 성장이 두드러지고 신여성의 약진이 이루어졌다. 세기말 모더니즘의 예술가들은 그 속에서 기존 남성성의 위기를 발견했다. 남성은 초라해지고, 대신 신여성은 다양한 모습으로 그 자리를 위협했다. 대표적인 이미지가 ‘팜므 파탈’이다. 남성을 유혹하는 관능적이고 퇴폐적인 여성, 한때 낭만주의자들이 인간의 완성태로 동경했던 남녀 양성적 인간으로서의 남근적 여성상이 부각되었다. 모성애와 매춘부의 관능성을 겸비한 유디트적 이미지도 있었다. 팜므 파탈 개념은 단순히 신여성(=남자 같은 여자)에 대한 불쾌함과 두려움을 넘어 병적인 여성혐오증을 내포했다.남성과 여성이 투쟁하면서 여성이 부정되는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남성동맹의적으로서의여자―여성적민주주의vs남성적파시즘
“우리가 아는 세계의 시간은 정신이 창조했네. 그것은 항상 남자였으며, (…) 나는 여성이 이루어놓은 것을 파괴하기 위해 왔네.”(스테판 게오르그)

여자가 제거되어야 할 적을 지칭하는 의미로 바뀐 것은 남자 개념이 정치화되면서였다. 방황하던 남성성은 ‘남성동맹’의 하위문화와 결합함으로써 정치적인 개념이 되었고, 안정을 찾고 사회에 뿌리를 내리게 된다. 남성동맹의 문화는 정신적·육체적으로 완전한 남성 간의 동성애를 기본원리로 삼았다. 그들은 19세기의 자본주의적이고 자유주의적인 부르주아지사회를 여성의 것으로 규정짓고, 혁명의 시간이 도래했음을 선포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여성적 민주주의를 이기고 남성적 파시즘이 승리했다. 파시즘 국가는 역사상 유래 없이 남자다움을 과시하고 남성성을 고양시킨 체제였다. 특히 인종주의가 민족주의와 결합되어 나타났던 독일 나치즘에서, 남자의 몸은 핵심적인 정치적 상징으로 고양되었다. ‘여자’라는 기표로 분류된 사람들은 실제 여자들만이 아니었다. ‘초인’을 지칭하는 기표로 ‘남자’를 사용했던 나치독일의 파시즘 체제에서, 여자는 ‘비인간’ 혹은 ‘하등인간’을 지칭하는, 따라서 박해와 학살을 정당화하는 기표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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