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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의 정치경제와 법 : 자유무역 이상과 중상주의 편향 사이에서

구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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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유형단행본
서명/저자사항국제무역의 정치경제와 법 : 자유무역 이상과 중상주의 편향 사이에서= The political economy and law of international trade : between free trade ideals and mercantilist bias / 구민교, 최병선 지음
개인저자구민교
최병선
발행사항서울 : 박영사, 2019
형태사항xxii, 512 p. : 삽화, 표 ; 26 cm
ISBN9791130307596
서지주기참고문헌(p. 473-497)과 색인수록
기금정보주기이 책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한국행정연구소 연구총서로 발간되었으며,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언어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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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일부

서 문

감자나 고구마를 캐본 사람은 안다. 굵은 뿌리, 잔뿌리 다칠세라 조심스레 흙을 파내려가다 손에 잡히는 토실토실한 감자, 고구마를 캐며 느꼈던 재미와 감격을. 최병선이 그랬다. 고시 합격 후 별다른 전문지식 없이 (그러니 겁도 없이) 정부부처에서 무역정책 업무를 맡았다가 자신의 무식함을 처절히 깨닫던 중 우여곡절 끝에 오른 미국 유학길. 그제야 국제무역 분야의 연구가 산더미처럼 쌓이다 못해 큰 산맥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공부하는 동안 무역정책은 유난히도 그의 흥미를 유발했고, 좋은 논문을 읽고 강의를 들을 때마다 그는 지적 흥분에 휩싸이곤 했다. 이런 지적인 자극이 아니었다면 당시로선 전도유망한 공직생활을 접고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학문의 길로 들어서지 않았을 것이다.
박사학위를 마치고 운 좋게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 자리를 잡은 최병선은 1988년 첫 학기에 국내 최초로 행정학과에서 통상정책 강의를 개설했다. 정치경제학 관점에서 무역정책을 체계적으로 다룬 교과서가 국내에 전무했던 터라 학생들이 전모를 파악하지 못해 애를 먹는 것을 본 최병선은 유학시절부터 모아놓은 방대한 양의 ...

출판사 제공 책소개 전체

서 문

감자나 고구마를 캐본 사람은 안다. 굵은 뿌리, 잔뿌리 다칠세라 조심스레 흙을 파내려가다 손에 잡히는 토실토실한 감자, 고구마를 캐며 느꼈던 재미와 감격을. 최병선이 그랬다. 고시 합격 후 별다른 전문지식 없이 (그러니 겁도 없이) 정부부처에서 무역정책 업무를 맡았다가 자신의 무식함을 처절히 깨닫던 중 우여곡절 끝에 오른 미국 유학길. 그제야 국제무역 분야의 연구가 산더미처럼 쌓이다 못해 큰 산맥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공부하는 동안 무역정책은 유난히도 그의 흥미를 유발했고, 좋은 논문을 읽고 강의를 들을 때마다 그는 지적 흥분에 휩싸이곤 했다. 이런 지적인 자극이 아니었다면 당시로선 전도유망한 공직생활을 접고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학문의 길로 들어서지 않았을 것이다.
박사학위를 마치고 운 좋게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 자리를 잡은 최병선은 1988년 첫 학기에 국내 최초로 행정학과에서 통상정책 강의를 개설했다. 정치경제학 관점에서 무역정책을 체계적으로 다룬 교과서가 국내에 전무했던 터라 학생들이 전모를 파악하지 못해 애를 먹는 것을 본 최병선은 유학시절부터 모아놓은 방대한 양의 책과 논문을 다시 읽으며 집필을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진행 중이던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이 계속 천연되어 국제무역규범이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고, 1992년 『정부규제론』 출판 이후 규제개혁 전문가로 행세하느라 그의 무역정책론 집필은 마냥 더디어졌다.
오랜 진통 끝에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자 최병선에게 무역정책론 집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그의 문제의식은 분명했다. 한국의 중상주의적 무역정책은 더 이상 시대의 요청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중상주의적 편견이 지배한 개발연대에 한국의 무역정책과 그 결정과정은 극도로 생산자 편향을 보였다. WTO가 출범하고 새로운 무역규범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시점이었는데도 관련 산업과 소비자의 이익을 도외시한 생산자 중심의 무역정책은 요지부동이었다. 중상주의 편향이 조장해 온 구조적 비효율성, 부조리, 불공평을 과감하게 걷어내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어렵다는 신념 아래 그는 집필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글을 쓰다 부딪친 질문에 답하지 않고서는 단 한 줄도 넘어가지 못하는 성미 탓에 집필은 마냥 지체되었다. 쓰다가 읽고, 읽다가 쓰기를 반복한 끝에 새천년 직전인 1999년이 되어서야 『무역정치경제론』이 출판되었다. 의욕이 지나쳤던 탓일까? 그만 1,000쪽이 넘는 가공할 분량의 책이 되어버렸다. 감자와 고구마를 캘 때와 같은 재미와 흥분 속에 최병선 자신은 지적 호기심을 제대로 채웠지만 그토록 두꺼운 책을 반기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나름의 사명감을 갖고 쓴 책이 독자들의 외면을 받자 그의 마음에도 상처가 났다. 이런 책은 전무후무할 것이라는 그의 꺾인 자존심만 남았다.
최병선에게 구민교는 구원투수였다. 이 두 사람은 1995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사제지간으로 처음 만났다. 2년간 무역정책론 집필을 거들다 유학을 간 구민교가 UC 버클리에서 학위를 마치고 포닥 생활을 한 후 10년 만에 다시 귀국했을 때 최병선은 이미 규제정책 쪽으로 애정과 관심을 돌려버린 뒤였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의 고위관료가 되겠다면서도 무역정책 공부는 요리조리 피하던 행정대학원 학생들에 대한 실망, 잔뜩 공을 들인 역작을 매정하게 외면한 독자들에 대한 서운함 때문이었다. 그런 스승의 마음을 알았던 제자는 스승이 묻기도 전에 책 개정을 도맡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남이 쓴 책을 고쳐 쓴다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구민교의 개정작업 역시 시작부터 난항에 빠졌다. 그 사이 구민교가 모교로 자리를 옮겨 최병선의 지근거리에 있게 되었지만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구민교는 출판사로부터 책의 분량을 절반 이하로 줄여달라는 간곡한 주문을 받고 있었던 터라 1,000쪽이 넘는 스승의 책에 ‘칼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그간의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야 했다. ‘원적문제(圓積問題, Squaring the circle)’, 즉 원과 같은 면적을 가진 정사각형을 자와 컴퍼스만으로 작도하는 문제처럼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었다.
구민교가 이 난제를 풀고 개정판 아닌 개정판인 이 책을 내기까지 꼬박 11년이 걸렸다. 이 책의 뼈대는 『무역정치경제론』이지만 내용을 압축해 재배열하고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는 과정에서 책 전체를 다시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무역정책에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도 쉽게 또는 약간의 노력만으로 따라올 수 있는 책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원저의 출간 후 시간이 흐르는 동안 어색해진 표현들도 모두 고쳤다. 전작의 방대한 각주 서술은 꼭 필요한 것들만 남겼다. 그 사이 정년퇴임을 한 최병선은 식은 애정을 돌이켜 제자가 고쳐 쓴 원고를 읽고 수정하는 기쁨을 누렸다. 학문의 결이 매우 비슷하면서도 최병선의 원전에 난도질을 가한 구민교의 글에 최병선이 다시 예리한 흔적을 남겼음은 물론이다.
정확히 20년 만에 절반의 분량으로 새롭게 태어난 이 책은 그간의 많은 국내외 변화를 잘 담아냈다고 자부한다. 무엇보다 한국은 이 기간에 통상국가(trading state)로 거듭났다. 2011년 한국은 전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1조 달러 무역을 달성한 국가가 되었다. 1999년 2,636억 달러였던 총상품무역(수출액+수입액), 4,454억 달러였던 국내총생산(GDP)은 2018년 현재 4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총상품무역이 3배가량, 전 세계 GDP가 약 2.5배가량 증가한 것에 비해 매우 빠른 속도이다. 1960년대 이후 과감하게 수출지향 산업화 정책을 편 이후 3저 호황기였던 1986-88년을 제외하고 1990년대 후반까지 줄곧 만성적 무역적자에 시달리던 한국은, 역설적으로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이후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었던 2008년을 제외하고) 상품무역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2017년에만 950억 달러(약 100조 원)의 흑자를 기록했고, 지난 20년간의 누적흑자는 7,300억 달러(약 810조 원)에 달한다. 전 세계적으로 흔치 않은 무역입국(貿易立國)의 성공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놀라운 양적 성장의 이면, 즉 경쟁적인 수출부문과 비경쟁적인 수입경쟁 산업이라는 서로 다르지만 연관된 두 영역이 만들어내는 무역정치경제의 본질적 속성은 바뀌지 않았다. 이 책이 강조하는 바와 같이 무역자유화는 국내적으로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내는 대단히 복잡한 정치경제 현상이다. 반도체, 자동차, 선박, 섬유와 같이 국제경쟁력을 갖춘 부문에서의 자유무역은 국내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지지만, 농업과 일부 제조업 및 서비스업과 같이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부문의 시장개방은 거센 반발에 가로막혀 있다.
한편, 국제무역질서와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중국이다. 중국의 등장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높아졌다. 기존의 WTO 체제의 법적․제도적 한계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국제무역질서에 새로운 규범과 기준을 주도하려는 미국, 유럽연합(European Union), 일본, 중국은 물론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거대경제국 간의 경쟁도 유례없이 심화되고 있다. 중견국인 한국이 지금까지의 성공에 안주할 수 없는 이유이다. 2019년 현재 상황은 1999년의 데자뷰(déjà vu)이다.
구민교의 조교들은 이 책의 숨은 공로자들이다. 한정현, 박유라, 박려경, 서혜빈, 정예준, 차유진 등 조교들은 자료 정리에서부터 오탈자 교정에 이르기까지 온갖 정성을 다했다. 이미 졸업해 사회인이 되거나 유학 중인 김인오, 장아름, 장윤정, 서단비, 이단비, 박정연, 김현범, 오유정, 도타 다카시 등도 이 책의 집필과정에서 크고 작은 기여를 한 고마운 조교들이다. 최병선의 뒤를 이어 지난 2년 간 구민교가 강의한 통상정책론 수업에 참여해 적극적인 피드백을 해준 행정대학원 학생들, 특히 주영준과 박정민은 기억에 남는 제자들이다. 구민교의 대학 동기이자 학문적 동반자인 뉴욕시립대 강명구 교수는 원고의 전체를 꼼꼼하게 읽고 귀한 논평을 해주었다. 서울대학교 윤영관, 강태진, 김화진, 안덕근, 이재민 교수, 연세대학교 손열 교수, UC 버클리의 비노드 아가왈(Vinod K. Aggarwal) 및 티제이 펨펠(T.J. Pempel) 교수, 그리고 2017년 작고하신 이홍영 교수로부터 각기 다른 인연과 계기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1999년 당시 『무역정치경제론』의 출판에 기여했던 박영사의 조성호 이사의 새로운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지난 수년간 변치 않았던 손준호 과장의 인내심과 무던함에도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정성스레 표지를 도안해 준 박현정 씨에게도 감사드린다. 촉박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솜씨로 편집과 교정을 맡아준 마찬옥 편집위원께도 감사드린다.
끝으로 이번 집필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격려를 해준 구민교의 부모님, 동생 희연과 홍교, 그리고 아내 은희와 삼남매 윤지, 수지, 준우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최병선의 두 외손자인 정재헌과 재하, 그리고 구민교의 삼남매가 장성한 뒤 읽더라도 여전히 유익한 책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수 있겠지만 이 책이 전달하려고 한 핵심 메시지는 살아남을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20년 뒤에는 어떤 구원투수가 다시 나와 바통을 이어갈지 궁금해진다.

2019년 1월
관악 캠퍼스에서
최병선․구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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