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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

장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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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유형단행본
서명/저자사항파시즘 / 장문석 지음
개인저자장문석= 張文碩
발행사항서울 : 책세상, 2010
형태사항149 p. : 삽화 ; 21 cm
총서명Vita activa.개념사 ; 18
ISBN9788970137711
9788970137001 (세트)
언어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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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일부

1. “모든 시대는 그 자신의 파시즘을 갖고 있다”

파시즘은 전통으로 복귀하려는 반근대적 운동인가, 아니면 근대성의 산물인가? 개발 독재와 파시즘은 구별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개발 독재를 파시즘으로 볼 수 있는가? 파시즘은 광범위한 대중들의 동원을 기반으로 했는가, 아니면 동의와 저항 사이의 회색 지대가 분명히 존재했는가? 또 인종 차별적 테러를 감행하는 러시아의 스킨헤드, 외국인 혐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극우 정치인과 정당들에 파시스트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적절할까? 이런 질문은 우리가 파시즘을 얼마나 모호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즉, 학계에서도 파시즘에 대한 정의가 합의되지 못했고 일반 시민들 역시 파시즘의 범위와 본질적인 성격을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와 현대 세계를 이해하는 데 열쇠가 되는 개념들을 뽑아 그 의미와 역사, 실천적 함의를 해설하는 ‘비타 악티바Vita Activa|개념사’ 시리즈의 열여덟 번째 권《파시즘》은 역사적 현상으로서의 이탈리아 파시즘과 독일 나치즘을 중심으로 이탈리아 국가 구성과 자본주의 발전 과정이라는 역사적 맥락에서 파시즘의 발생 기원을 살펴보고...

출판사 제공 책소개 전체

1. “모든 시대는 그 자신의 파시즘을 갖고 있다”

파시즘은 전통으로 복귀하려는 반근대적 운동인가, 아니면 근대성의 산물인가? 개발 독재와 파시즘은 구별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개발 독재를 파시즘으로 볼 수 있는가? 파시즘은 광범위한 대중들의 동원을 기반으로 했는가, 아니면 동의와 저항 사이의 회색 지대가 분명히 존재했는가? 또 인종 차별적 테러를 감행하는 러시아의 스킨헤드, 외국인 혐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극우 정치인과 정당들에 파시스트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적절할까? 이런 질문은 우리가 파시즘을 얼마나 모호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즉, 학계에서도 파시즘에 대한 정의가 합의되지 못했고 일반 시민들 역시 파시즘의 범위와 본질적인 성격을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와 현대 세계를 이해하는 데 열쇠가 되는 개념들을 뽑아 그 의미와 역사, 실천적 함의를 해설하는 ‘비타 악티바Vita Activa|개념사’ 시리즈의 열여덟 번째 권《파시즘》은 역사적 현상으로서의 이탈리아 파시즘과 독일 나치즘을 중심으로 이탈리아 국가 구성과 자본주의 발전 과정이라는 역사적 맥락에서 파시즘의 발생 기원을 살펴보고, 파시즘의 대중적 지지 기반 및 전통과 근대성 여부의 문제를 분석해 파시즘의 성격을 규명해간다. 저자는 파시즘이 명확하게 분석되지 않아 모호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시공간적으로 광범위하게 남용된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파시즘을 “근대적이고 혁명적인 대중 정치의 한 종”으로 보는 ‘새로운 합의’의 틀을 가져온다. ‘새로운 합의 이론’ 역시 모든 파시즘에 적용될 수 없다는 한계를 노정하는 만큼 절대적인 준거가 될 수는 없지만, ‘종으로서의 파시즘’이라는 이상형을 제시함으로써 역사에 출현한 다양한 파시즘의 성격을 비교하고 평가할 수 있게 하는 기준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분석된 파시즘은 ‘대중 정치에 기초한 탈자유주의적 민족주의의 극단적인 형태’라고 정의된다. 분명한 역사적 현상인 이탈리아 파시즘을 표본으로 삼고 파시즘 일반론을 추구하는 새로운 합의 이론에 부분적으로 기대는 이 책의 방법론은 완전하지도 완벽하지도 않지만, “n명의 학자에 n개의 파시즘의 정의”가 난무하는 현실에서 파시즘을 이해하는 유효한 틀을 제시해준다.
저자는 파시즘과 그와 유사한 현상들이 공통적으로 바탕을 두고 있는 역사적 맥락을 주목할 것을 강조한다. 즉 역사에서 파시즘은 패망했고 그 뒤에 악마화되어 현대 민주주의 세계에서 추방되었지만 그것을 역사의 예외적 상태로 간주하거나 일회적인 현상으로 일축해버려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오늘날 파시즘의 이름으로 출몰하는 또는 파시즘의 이름을 달지 않은 유사 현상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아우슈비츠의 생존자 프리모 레비가 말한 것처럼 “모든 시대는 그 자신의 파시즘을 갖고 있다”.

2. 우연과 필연, 자본과 노동 사이의 파시즘

이 책은 파시즘의 기원이 이탈리아의 국가 구성 과정이라는 역사적 맥락에서 작동한 복잡한 정치적 역학 관계 그리고 이탈리아 자본주의 발전이라는 다른 맥락에서 작동한 사회적 역학 관계와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파시즘을 근대 이탈리아의 자유의 역사에서 막간극으로 보는 역사가 크로체의 시각에 따르면 파시즘이라는 폭력과 권위의 결정체는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는 역사적 우연의 산물이다. 그러나 파시즘의 발생을 이탈리아 역사의 필연적 귀결로 파악하는 파시스트들은 파시즘을 이탈리아의 국가 구성이라는 역사적 맥락에서 읽어낸다. 즉 파시즘은 문명 밖의 야만이 아니라 국가 구성이라는 특정한 근대 문명사의 산물인 것이다.
그러나 파시즘의 기원을 해명하기 위해 이탈리아 자본주의 발전이라는 맥락에 대한 이해 또한 필요하다. 파시즘의 계급적 기반에 주목한 마르크스주의자들에 따르면 파시즘은 “금융 자본의 가장 반동적이고 국수주의적이며 제국주의적인 분파의 공공연한 테러 독재”이다. 파시즘이 대두하고 집권하던 당시 이탈리아의 법적ㆍ정치적 질서에서 규정적 요인은 거대 자본가들이었다. 그렇다면 파시즘이 반자본주의적 언사를 구사했더라도, 결국은 거대 자본의 하수인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파시즘을 사회주의 혁명에 대항한 중간 계급의 반혁명으로 파악하는 시각에 따르면 파시즘이 노동조합 및 정당으로 조직된 노동 세력과 거대 자본 사이에서 자신의 이해관계를 대표해줄 정치 세력이 없는 중간 계급에게 일정한 호소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저자는 파시즘이 특정한 사회 집단에 기반을 둔 계급적 현상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파시즘에 대한 실증적 연구에 따르면 파시즘이 모든 계층과 계급으로부터 지지자들을 충원했고 거꾸로 파시즘에 대한 반대자들 또한 모든 계층과 계급에서 발견된다. 파시스트들 역시 모든 계급에게 모든 것을 약속하는 정치적 수사를 구사했고, 그렇기 때문에 결국 모든 계급을 완전히 만족시킬 수 없었다. 저자는 파시즘을 배태한 자본주의 발전 과정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되, 파시즘의 지지 기반을 특정 계층으로 환원하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3. 동의와 저항 사이의 파시즘

파시즘의 성격을 규명하려는 시도 가운데 무엇보다 쟁점이 되는 것은 파시즘의 대중적 지지 기반의 문제와 파시즘의 근대적 성격 여부이다. 파시즘은 민족이 국가에 완전히 통합되지 못한 이탈리아의 상황을 비판하면서 민족 국가의 완성을 내세우며 등장했다. 이러한 파시즘은 일반 의지를 지닌 민족-민중이 주권자로서 숭배되고 이 주권 권력이 지도자로서 신성시 되는 세속 종교와 흡사하다. 이때 파시즘의 논리에서 단일 의지를 거스르는 요소는 내부의 적으로 간주되고 일반 의지로부터 자유로운 사적인 공간도 사라지게 된다. 파시스트들은 시민 사회의 사적 영역을 국가의 공적 영역으로 완전히 흡수해 주권적 민족 국가의 건설을 완성하려고 한 것이다.
이탈리아의 역사가 데 펠리체는 무솔리니가 집권한 시기를 ‘동의의 세월’이라고 부르며 이 시기의 파시스트 체제가 이탈리아 대중의 광범위한 동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시스트 체제가 이탈리아인들에게 법과 질서의 회복을 통해 안정감을 주고 현실적 동의를 이끌어냈으며 낡은 가치를 새로운 가치로 대체하는 혁명적 열정을 통해 도덕적 동의까지 도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파시스트 집권기에 일어난 다양한 저항과 소요 사태를 주목하면 이런 동의의 명제가 한계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파시즘에 대한 동의와 저항이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는 지점들이 존재했고, 이 시기의 구술 연구를 통해 드러나듯이 노동자들이 파시즘을 수용한 것은 맞지만 이것은 동의와 저항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그런 점에서 독재가 대중에 ‘대한’ 공포의 체제일 뿐만 아니라 대중에 ‘의한’ 공포의 체제일 수 있다는 대중 독재론의 문제의식은 대중 사회의 산물이자 대중 동원의 형태로서의 파시즘 분석에 유용한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나아가 그와 같은 독재와 대중의 관계는 우리 스스로의 도덕적 성찰을 촉구한다.

4. 전통과 근대 사이의 파시즘

파시즘의 성격을 규명하는 데 있어 파시즘이 사회경제적 근대화의 대행자였는가 하는 질문이 한때 유효했지만 이제는 파시즘과 근대성의 관계에 대한 관심은 경제에서 문화로, 즉 근대화에서 모더니즘으로 옮겨갔다.
독일 나치즘에 주목하면 파시즘을 근대 세계에서 탈출해 공동체적 조화와 질서를 강조하는 유토피아적 반모더니즘의 형태로 규정하거나, 정치적 반동과 기술적 진보 혹은 과거로의 복귀를 호소하는 낭만주의와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하는 근대성이 결합한 반동적 모더니즘으로 규정할 수 있다.
또한 파시즘은 근대적 정서를 바탕에 두고 기성의 부패하고 타락한 부르주아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정치 질서와 이를 떠받치고 있는 물질주의적 기계 문명에 혐오감을 표시하고 새로운 문화적 재생을 위한 근대적이고 혁명적이 대중 정치를 가동시켰다. 이것은 파시즘을 전통과 근대성의 이항대립을 넘어서 새로운 모델의 근대성을 추구한 대안적 모더니즘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유토피아적 반모더니즘, 반동적 모더니즘, 대안적 모더니즘 등 파시즘을 그 어떤 것으로 규정하든지 중요한 것은 파시즘이 새로운 인간과 새로운 사회를 창출하려는 ‘총체적’ 비전과 ‘전체주의적’ 기획을 추구했다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즉, 상반되는 여러 요소들을 절충해 종합하려고 한 이 기획이 인류사에 전쟁과 인종 학살이라는 재앙을 낳았다는 것이다. 파시즘이 야기한 파국과 재앙이 근대적 속성에서 비롯했다는 주장을 통해 오늘날 근대 국가의 권력이 언제라도 전체주의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을 경고한다.
나치 치하에서는 평범한 일상 자체가 악을 내포하고 있었다. ‘평범 속의 악’이라는 명제는 나치즘의 병리가 근대성 자체 혹은 과잉 근대성에서 비롯되었음을 말해준다. 우리가 근대성의 이름으로 세워 올린 문명 속에서 살고 있는 한, 파시즘이 현실 정치에서 악마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것은 종료되지 않은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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