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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 대동의 길

문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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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유형단행본
서명/저자사항17세기: 대동의 길/ 문증양 외 지음; 강응천 편저
개인저자문증양
염정섭= 廉定燮, 1964-
오상학= 吳尙學, 1965-
이경구= 李坰丘, 1966-
한명기= 韓明基, 1962-
강응천, 편
발행사항서울: 민음사, 2014
형태사항269 p.: 천연색삽화; 24 cm+ 1 부록
총서명민음 한국사.조선; 3
ISBN9788937437137
9788937437007 (세트)
일반주기 공저자: 염정섭, 오상학, 이경구, 한명기
서지주기참고문헌(p. 262)과 색인수록
부록주기별책부록: 미니북
언어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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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일부

‘민음 한국사’ 세 번째 권, 『17세기, 대동의 길』 출간

학계와 독서계의 호평을 받으며 론칭했던 ‘민음 한국사’의 세 번째 권, 『17세기, 대동의 길』이 출간되었다. 유목 제국의 발흥과 병자호란의 치욕, 대동법 실시와 예송 논쟁 등 17세기는 유교 문명의 위기를 맞아 조선이 스스로를 중화로 주창하고 해결책을 모색해나간 시기였다. 또한 유럽 문명이 세계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명, 청이 교체되면서 국제 관계와 물질 교류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17세기, 대동의 길』은 그간 과도기로만 오해되었던 17세기의 역동성과 그에 대한 조선의 대응을 살펴본다.

새로운 세계관이 만났던 17세기의 세계

조선이 동아시아 7년 전쟁(임진왜란)을 수습하던 17세기는 이른바 ‘대항해시대’가 정점으로 치닫던 세기였다. 유럽의 각국은 항해술과 함포, 전염병을 앞세워 아메리카를 정복했고 이어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로도 진출하고 있었다. 이는 예수회 선교사였던 마테오 리치(중국 이름 이마두)가 제작한 「곤여만국전도(坤與萬國全圖)」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지도는 둥근 하늘 아래 평평한 땅의 모습을 관념적으로...

출판사 제공 책소개 전체

‘민음 한국사’ 세 번째 권, 『17세기, 대동의 길』 출간

학계와 독서계의 호평을 받으며 론칭했던 ‘민음 한국사’의 세 번째 권, 『17세기, 대동의 길』이 출간되었다. 유목 제국의 발흥과 병자호란의 치욕, 대동법 실시와 예송 논쟁 등 17세기는 유교 문명의 위기를 맞아 조선이 스스로를 중화로 주창하고 해결책을 모색해나간 시기였다. 또한 유럽 문명이 세계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명, 청이 교체되면서 국제 관계와 물질 교류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17세기, 대동의 길』은 그간 과도기로만 오해되었던 17세기의 역동성과 그에 대한 조선의 대응을 살펴본다.

새로운 세계관이 만났던 17세기의 세계

조선이 동아시아 7년 전쟁(임진왜란)을 수습하던 17세기는 이른바 ‘대항해시대’가 정점으로 치닫던 세기였다. 유럽의 각국은 항해술과 함포, 전염병을 앞세워 아메리카를 정복했고 이어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로도 진출하고 있었다. 이는 예수회 선교사였던 마테오 리치(중국 이름 이마두)가 제작한 「곤여만국전도(坤與萬國全圖)」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지도는 둥근 하늘 아래 평평한 땅의 모습을 관념적으로 그렸던[天圓地方] 전통적인 중국식 지도가 아니라 유럽과 아프리카, 남북 아메리카의 모습이 사실과 가깝게 그려져 있는 지도였다. 그러나 지도의 중심은 유럽이 아니라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중화(中華) 사상을 반영한 지도였다. 마찬가지로 예수회 신부였던 아담 샬이 명 황제의 명을 받아 제작한 『숭정역서』 속 천문도 역시 서양식 천문도 위에 중국식 별자리를 담고 있었다. 서양식 절기선 12개와 중국식 구획선 28개를 겹쳐 그렸던 이 천문도는 동서양의 서로 다른 세계관이 만나던 17세기 세계를 극적으로 담고 있다. 17세기는 이처럼 동서양 세력이 실제로 만나기 시작한 세계화의 출발점이었다.

몰락하는 명, 부상하는 청, 갈등하는 조선

조선에게도 17세기는 거대한 두 세계가 대립하는 혼란스러운 세기였다. 한편으로는 임진왜란 당시 원군을 파병해 ‘재조지은(再造之恩, 위기에 처한 나라를 다시 세우도록 도운 은혜)’을 베푼 ‘부모의 나라’ 명(明)이 있었다. 그러나 17세기에 이르러 명은 서서히 몰락하고 여진족 추장인 누르하치가 동아시아의 신흥 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었다.

이미 임진왜란 당시 상당한 규모로 성장해 파병을 제의하기도 했던 여진족은 후금(後金)에 이어 청(淸)이라 이름을 고치고 스스로 중원의 주인이 되고자 했다. 그러나 명을 중심으로 한 유교적 종법 질서를 따르는 조선의 입장에서 청은 ‘오랑캐의 나라’일 수밖에 없었고 조선의 지식인들은 어려움에 처한 명에 은혜를 갚고 오랑캐를 무찔러야 한다는 척화론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이는 구체제의 명분에 사로잡힌 주장일 뿐 변화하는 세계 질서를 날카롭게 인식한 의견은 아니었다. 실제로 병자호란 당시 조선에서 ‘명은 임진왜란 당시 천하의 병력을 동원해 조선을 구원했다’고 말하자, 청이 답서에서 ‘명은 천하 국가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답한 데서 이 두 세계관의 차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결국 변화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조선은 병자호란이라는 폭력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세계와 만나게 된다.

병자호란, ‘오랑캐’에게 머리를 조아린 조선

이 책에서 병자호란 부분을 집필한 한명기 교수는 병자호란을 “무력을 이용해 조선의 세계관과 인식을 강제로 바꾸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미 정묘호란을 통해 후금(나중의 청)의 위력을 확인한 바 있지만, 조선은 여전히 겉으로만 ‘형제의 나라’로 대할 뿐 속으로는 ‘오랑캐의 나라’로 낮춰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임시방편의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고 명과 후금 양측 모두 조선에게 자신을 택하라고 압박하고 있었다. 광해군은 이런 두 세력 앞에서 교묘하게 줄다리기를 하며 속으로 힘을 키우려 했지만, 인조 대에 이르러 이런 갈등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결국 1633년 명과 후금에게 동시에 파병을 요청받았던 조선은 고민 끝에 유교적 명분과 의리를 택한다. 그러나 대세는 이미 후금 쪽으로 넘어간 상태, 조선의 속마음을 알게 된 후금은 이제 스스로 청(淸)이 되어 자신의 세계 질서를 펴고자 하고, 조선을 희생양으로 삼기로 결심한다. 1636년 철기군을 이끌고 질풍같이 남하한 청군 앞에서 조선의 인조는 미처 강화도로 천도할 틈도 없이 춥고 배고픈 남한산성으로 몸을 피해야 했다. 결국 다음 해 1월 조선의 왕은 삼전도 흙바닥에서 홍타이지 앞에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치욕을 겪는다. 또한 소현세자 등이 인질로 잡혀가고 50만 명에 이르는 조선인이 포로가 된다. 조선이 구세계와 이별하며 고통스럽게 새 질서를 만나는 순간이었다.

북로남왜, 반도국의 슬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의리를 지키고자 했던 명의 몰락을 촉진했던 것은 바로 조선 자신이었다. 조선이 청에게 항복하고 맹약을 체결하면서 조선은 청의 번국이 되었다. 청은 이제 뒤통수를 걱정하지 않고 명과의 결전에 집중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조선의 병력을 빌릴 수가 있었다. 이후 가도 함락, 금주 공략 등에서 조선은 실제로 청의 대명 전투에 참여하게 되었고 청은 나름의 배려로 답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국제 정세의 변화는 비단 중국과 조선의 관계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임란 이후 서로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던 조선과 일본의 관계도 이런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일본은 경제적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 부쩍 조선에 국교 재개를 요청했으며 중국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의 사정을 철저하게 이용했다. 조선에게 일본은, 청에게 조선이 그랬듯이 ‘배후의 적’이었기 때문에, 조선은 일본을 달래가며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고 일본의 기세는 날로 등등해져 갔다. 이처럼 17세기 조선의 사정은 모두 국제적 질서의 변화와 연관되어 있었고, 북쪽의 중국과 남쪽의 일본에 끼어 있던 반도국 조선은 그 어느 나라보다 험난한 통과의례를 치르고 있었다.

대동법, 시장으로 가는 길

비록 17세기 조선이 외환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우리 역사에서 비참한 시기로만 기억될 수 없는 것은 ‘조선 최대의 개혁’이라고도 평가되는 대동법의 실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조선은 임란의 상처를 회복하기도 전에 병자호란 등의 큰 홍역을 치르고 있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무척 궁핍한 지경에 있었다. 거기에 기존의 세제가 크게 왜곡돼 이른바 방납의 폐단이 극심한 상태였다. 임란 전후 생선 한 마리에 해당하는 방납가는 쌀 10말, 꿩 한 마리는 쌀 8말에 달할 정도였다.

이에 광해군 즉위 첫해에 경기도를 시작으로 실시된 대동법은 과도했던 공납을 쌀로 통일하는 한편 가구별로 배정했던 것을 토지의 결수 기준으로 바꿨다. 따라서 땅이 적거나 없는 일반 백성에게는 조세 부담을 경감하는 효과가 있었고 대토지를 소유하고 있던 사대부 등에게 조세를 더 걷는 이익이 있었다. 그리고 이처럼 쌀로 통일해서 받는 대신 국가가 직접 물품을 구매하게 됨으로써 장기적으로 시장과 화폐 경제의 발전을 촉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18세기 시장경제의 급성장 뒤에는 이처럼 17세기의 획기적인 개혁이 있었다.

예송 논쟁과 붕당의 탄생

17세기 조선이 외부의 신질서에 적응해나가면서 만들어간 관념 중 하나는 ‘조선중화(中華)’ 사상이다. 명이 몰락하고 ‘오랑캐’ 청이 득세한 당시, 유교질서의 법통을 지켜나갈 수 있는 것은 이제 조선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조선을 더욱 유교적 예법에 집착하게 만들었다.

조선은 청이라는 외부의 적 앞에서 북벌론 등으로 맞서기도 하고 청의 문물을 받아들여 힘을 키우자는 쪽으로도 기울었다. 또한 이런 명분을 중시하는 분위기는 주자학을 넘어 일종의 주자주의로까지 발전해 나갔으며, 이는 복잡한 예송 논쟁 등으로 비화되었다. 지금 눈으로 보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사소해 보이는 문제들이 왜 그렇게까지 첨예한 갈등을 빚어냈을까? 그 배후에는 붕당의 성장이 있었다.

16세기가 사림이 성장해 왕권을 비교적 건강하게 견제해 나가던 시기였다면, 17세기는 사대부들의 세력화가 절정에 달해 구체적인 붕당의 모습으로 권력 투쟁을 벌이던 시기였다. 초기에는 이념의 보편성을 내세우며 절차적 합리성을 꾀하던 붕당이었지만, 후기로 갈수록 제로섬 게임에 가까운 권력 투쟁으로 변질되어 갔다. 이는 붕당 자체에 내재한 한계인 동시에, 역설적으로는 왕권을 강화하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그리고 이는 여러 차례의 환국(換局)을 통해 물러설 수 없는 권력 게임으로 치달아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된다. 18세기 영정조 대 왕권의 성장과 탕평책의 대두는 이런 17세기의 그림자 위에서만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의 모습과 오버랩되는 조선의 17세기

이처럼 명과 청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낀 조선, 북로남왜라는 반도국의 태생적 고난은 미국,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일본과의 관계도 꾸려나가야 하는 오늘날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다. 또한 그런 외환을 겪으면서도 붕당 등으로 쪼개져 권력 투쟁에 몰입하는 모습 역시 강한 기시감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17세기, 대동의 길』은 그동안의 천편일률적인 해석에 머무르지 않고 17세기를 당시 사람들의 시각에서 깊이 들여다보고자 했다. 또한 병자호란을 동아시아 국제정치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예송 논쟁과 붕당을 유교적 명분과 보편성의 논리에서 파고듦으로써, 외적 조건이 주는 한계와 그 안에서의 합리성을 두루 돌아보고자 했다.

오늘날의 우리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는 17세기의 조선, 그동안 과도기로만 치부되었던 그 소중한 시간 속에서 우리의 위치와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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