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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를로퐁티 현상학과 예술세계

신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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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유형단행본
서명/저자사항메를로퐁티 현상학과 예술세계 / 신인섭 엮음
개인저자신인섭, 편
발행사항서울 : 그린비, 2020
형태사항343 p. : 천연색삽화 ; 23 cm
총서명철학의 정원 ;037
ISBN9788976826305
일반주기 지은이: 김화자, 박신화, 신인섭, 전영백, 주성호, 최재식, 한의정, 한정선
서지주기참고문헌: p. 331-343
주제명(개인명)Merleau-Ponty, Maurice,1908-1961
분류기호194
언어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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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등록번호 청구기호 소장처/자료실 도서상태 반납예정일 예약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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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일부

네 안에 세계가 있다고 예술이 말했다
메를로퐁티 현상학이 보여 주는 무한한 예술세계


예술은 우리에게 세계를 ‘보는’ 법을 거듭 ‘보여 준다’. 지난 세기 후설과 하이데거의 철학적 유산을 왕성하고 날카로이 섭렵한 프랑스 현상학자들 중에서도 메를로퐁티의 시각은 단연 독보적인데, 그에 따르면 세계의 한 형태로서 예술품은 세계 가운데로 깊숙이 개입된 주관성이 활동한 결과이며, 이때 세계란 인간을 자신의 온전한 부분으로 삼는 ‘존재의 피륙(tissu)’이라는 의미에서 살(chair)이다. 창작의 결과를 유도하는 살은 존재의 역동적인 리듬으로서 역사와 문화를 가로질러 심층적으로 예술작품을 변모시키게 된다. 즉 살의 흐름을 따라 화가의 눈길이 스쳐 지나간 후의 세계는 더 이상 동일한 세계가 아니며, 예술이 우리의 감수성과 사고력 그리고 우리의 세계관계를 교정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철저히 육화된 정신인 우리 몸과 관계하기 때문이다. 예술에 대한 이 같은 생각은 알랭과 폴 발레리 같은 사상가에게도 있었으나, 메를로퐁티가 예술을 사고하기 위해 마련한 예술의 수용구조로서의 두 측면, 즉 창작에 고유한 ‘주관적 태도’로서 <표현성>과 세계의...

출판사 제공 책소개 전체

네 안에 세계가 있다고 예술이 말했다
메를로퐁티 현상학이 보여 주는 무한한 예술세계


예술은 우리에게 세계를 ‘보는’ 법을 거듭 ‘보여 준다’. 지난 세기 후설과 하이데거의 철학적 유산을 왕성하고 날카로이 섭렵한 프랑스 현상학자들 중에서도 메를로퐁티의 시각은 단연 독보적인데, 그에 따르면 세계의 한 형태로서 예술품은 세계 가운데로 깊숙이 개입된 주관성이 활동한 결과이며, 이때 세계란 인간을 자신의 온전한 부분으로 삼는 ‘존재의 피륙(tissu)’이라는 의미에서 살(chair)이다. 창작의 결과를 유도하는 살은 존재의 역동적인 리듬으로서 역사와 문화를 가로질러 심층적으로 예술작품을 변모시키게 된다. 즉 살의 흐름을 따라 화가의 눈길이 스쳐 지나간 후의 세계는 더 이상 동일한 세계가 아니며, 예술이 우리의 감수성과 사고력 그리고 우리의 세계관계를 교정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철저히 육화된 정신인 우리 몸과 관계하기 때문이다. 예술에 대한 이 같은 생각은 알랭과 폴 발레리 같은 사상가에게도 있었으나, 메를로퐁티가 예술을 사고하기 위해 마련한 예술의 수용구조로서의 두 측면, 즉 창작에 고유한 ‘주관적 태도’로서 <표현성>과 세계의 ‘객관적 수정’이자 창작의 결과인 <작품>은 그들에게 견고한 철학적 토대를 제공하게 된다.

예술, 익명적 세계 안에서 펼쳐지는 감각의 향연

이 책 『메를로퐁티 현상학과 예술세계』는 크게 세 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1부는 현대미술사에서 메를로퐁티의 위치와 가치를 확인하는 내용으로, 예술철학에서 찾은 제1철학의 이념, 메를로퐁티와 그가 지대한 관심을 보였던 화가 폴 세잔 사이의 교환적 동질성, 메를로퐁티에 입각한 모던 아트(로댕, 마티스, 리쉬어 등)의 역사를 주로 다룬다. 이어지는 2부는 영국, 독일 그리고 프랑스의 독창적인, 그래서 대표적이고도 ‘혁명적’이라 할 수 있는 작가들(프랜시스 베이컨, 파울 클레, 앙드레 말로)을 살펴보고, 그들의 작품 혹은 사상을 해석하는 데에 메를로퐁티의 철학을 접목하는 부로 기획했다. 마지막 3부는 건축의 표피 디자인과 입체 디자인을 해석함에 메를로퐁티의 시각을 투사한다. 건축이 직접적으로 우리(살)가 닿아 있는 생활·주거공간의 토대라는 점을 비추어 본다면 메를로퐁티가 건축에 대해 이렇다 할 얘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의외일 정도인데, 따라서 여기서는 현대 건축에 있어서 디지털 파사드의 소통성과 팔라스마 건축의 감각성이 ‘살의 흐름’을 타면서 건축 표면과 건축 내면의 얽힘을 기대하게 함을 밝히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주제를 논하는 『메를로퐁티 현상학과 예술세계』의 주요하고도 독특한 관심 중 하나는 메를로퐁티의 ‘육화의 현상학’으로 의미가 분명해진 ‘세계’ 개념이다.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에서 주관성이란 익명의 세계로서 존재(Etre)의 지각경험에 비해 이차적 경험에 불과하다. 즉 메를로퐁티에 따르면 우리는 의식이 만든 거리로 말미암아 부분적으로는 세계에 낯선 채, 우리 고유의 신체-존재를 통해 언제나 이미 심층에서부터 세계와 조율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메를로퐁티의 ‘세계’는 레비나스와 사르트르가 낯선 존재 “일 리 아”(Il y a)로 기술한 흉측스러움이 아니다. 우리는 감각성의 불가사의한 현전인 익명성을 우리 안에 지니기 때문에 본래적인 것은 모든 사유 이전의 ‘세계의 익명성’이요, 그 결과 주체는 오히려 후위로 밀려난다. 감각성의 이 내적 현전이야말로 예술가를 창작으로 몰아가며, 이로써 외부로 펼쳐진 작품을 통해 우리 자신도 감각적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예술가의 신체는 과학이 말하는 오브제로서 몸 즉 객관적인 신체가 아니라 “시선과 운동이 부단히 교차적으로 얽히는 현상(entrelacs)”이 된다.

저 높은 곳의 창조주 아닌, 매개자로서 예술가

『메를로퐁티 현상학과 예술세계』의 목차와 초반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메를로퐁티에게 폴 세잔과 파울 클레의 작품은 특별한 지위를 누린다. 메를로퐁티에게 화가란 저 높은 곳의 창조주가 아니라 자신 안에 “능산적 자연”이 활동하도록 하는 매개자인데, 세잔은 세계로 육화된 실존적 관계의 진리를 탐색하는 상징적 존재다. 능산적 자연은 모든 군주적 활동과 모든 반성적 작용에 앞서는 익명의 세계로서, 화가 자신도 일부분을 이루는 ‘살아 있는 살’ 곧 역동적인 ‘존재의 리듬’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풍경은 내 안에서 그 스스로를 사고하며 따라서 나는 이 풍경의 의식이 된다.” 그림은 이처럼 “지각된 세계의 암시적 논리”를 작동시킨다. 지각세계의 논리란 가시적인 동시에 비가시적인 것 사이의 변증법적 게임이 되는데, 불분명한 기미와 더불어 타자로 잠식되면서 존재가 열개(裂開)하듯, 세계가 자신 안에서 그 스스로를 구성해 가는 놀이라 할 수 있다. 요컨대, 느끼면서 느껴지고 보면서 보이는 지각적 신체를 통해 세계의 온전한 부분이 된 우리와 상관 중인 이 세계야말로 ‘보편화된 암시’ 자체이다.
클레 역시, 태고 이래로 “사물들이 흥분되면서도 비밀스레 발생”되고 있는 가운데 지금 막 “태어나고 있는 듯한 상태”로 자연을 복원한 화가다. 이 같은 현상의 예리한 증인 메를로퐁티는 언제나 천연의 날것, 국지적 특유, 암시적 어법, 완연한 낯섦이 표현되도록 하는 ‘유아적 자유분방’에 매료된다. 게다가 이 천진난만한 “원초적 표현양식”들이 응축된 방법으로, 객관화 이전의 본래적 진리가 출현케 만드는 ‘시적인 창조’로도 이끌린다. 색채와 마찬가지로 클레의 윤곽선은 아무것도 재현하지 않은 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오버랩되게 하고, 또 신체와 정신 사이의 음양적인 교환(chiasme)을 지시할 뿐만 아니라, 메를로퐁티의 “근원 반성”의 이념에서 그 감각적 등가물이 솟구치게도 한다. ‘근원 반성’이란 인식론적 반성이 아니라 신체와 세계의 상호귀속을 사유하는 존재론적인 반성이다. 이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양의(兩儀) 존재론을 통해 “세계의 살”이 늘 찰나적이고 미완성적인 관계들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가리킨다. 그 관계항들 중 하나인 인간도 물론 한갓된 존재이다. 이로써 메를로퐁티의 예술은 철학적 요구의 종착지인 ‘육화된 정신’의 삶이라는 계약의 당사자가 된다.

의지와 표현, 그 사이로의 초대

메를로퐁티의 사상을 빌려 『메를로퐁티 현상학과 예술세계』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작가의 ‘스타일’이란 의미들이 창발(創發)하게끔 모종의 비전을 부여하는 “일관성 있는 왜곡”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듯 예술에서의 ‘표현’은 의미를 발생시키려는 ‘의지’와 의미들이 잠재되어 있는 ‘세계’가 만나는 지점에 자리하는데, 이 잠재된 의미들은 세계의 무한한 심층을 암시하면서 결국 이 의미들이 감각적인 것에 내재하고 있음을 가리키게 된다. 독자들이 이 책에서 발견하게 될 메를로퐁티 미학의 진면목은 여기에 있다.
오늘날 문화세계의 한가운데서 예술에 초점이 맞춰지는 이유는 예술 활동을 통해 인간의 근원적이고 원초적인 경험이 발생하고, 존재가 부단히 재편되면서 문화적 액션들을 생생히 재탄생하도록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말하자면 예술은 자아와 타자, 자아와 세계 그래서 새로운 “우리” 즉 융합적 공동체가 발생하는 영역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느끼면서도 느껴지고 보면서도 보이는 ‘세계의 부분’인 동시에 세계는 우리를 가르치고 유혹하며 이윽고 우리를 의미로 열어 준다. 그 결과, 예술가는 ‘익명의 바탕’ 위에서 ‘개성적인 무엇’을 자신에게 이야기해 줄 이 세계에 그 자신의 고유한 감수성의 신비를 돌려주고자 한다. 다른 모든 이들도 민감해할, ‘개성적 그 무엇’의 발원지인 세계로 말이다. 다른 모든 이들도 민감해할 그 무엇인 만큼,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어떤 예술작품을 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으리라고, 그래서 서로의 다양한 이야기가 ‘얽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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