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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한옥 한 채를 짓다 : 서촌 파 교수댁 어락당 탄생기

황인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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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유형단행본
서명/저자사항작은 한옥 한 채를 짓다: 서촌 파 교수댁 어락당 탄생기/ 황인범 지음
개인저자황인범= 黃仁範, 1969-
발행사항파주: 돌베개, 2014
형태사항335 p.: 천연색삽화; 22 cm
ISBN9788971995990
언어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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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등록번호 청구기호 소장처/자료실 도서상태 반납예정일 예약 서비스
1 1229882 728.0951 황69ㅈ 2관 5층 일반도서 대출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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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일부

서울 서촌,
작은 한옥 한 채의 새로운 탄생을 둘러싼 유쾌한 현장기록


경복궁 옆 서촌은 한창 한옥 짓기 열풍에 빠져 있다. 북촌에 이어 새로운 한옥 마을로 주목 받기 시작한 이곳에서 지난 2010년 무렵부터 지금까지 수십 채의 한옥이 새롭게 지어졌거나 대수선을 거쳐 재탄생했다. ‘서촌 파 교수댁 어락당 탄생기’라는 부제를 달고 세상에 나온 책 『작은 한옥 한 채를 짓다』는 미국인으로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에 재직 중인 로버트 파우저 교수가 경복궁 옆 서촌 체부동에 직접 마련한 작은 한옥 어락당語樂堂의 대수선 과정을 담은 기록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이미 널리 알려진 집주인 로버트 파우저 교수가 아니다. 또한 흔히 잘 지어진 집의 저자로 등장하는 건축가도 아니다.
이 책은 현장에서 직접 이 집을 세우고 만든 도편수, 즉 한옥 공사현장의 책임자인 한 목수의 기록에서 출발한 것으로, 그는 앞서 언급한 서촌의 한옥 짓기 열풍으로 지어진 한옥 수십 채 가운데 아홉 채를 지어 올렸다. 독문학과를 졸업했으나 전공과는 무관하게 1997년 목수에 입문한 후 주로 사찰과 향교 등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문화재 신축, 수리 현장에서...

출판사 제공 책소개 전체

서울 서촌,
작은 한옥 한 채의 새로운 탄생을 둘러싼 유쾌한 현장기록


경복궁 옆 서촌은 한창 한옥 짓기 열풍에 빠져 있다. 북촌에 이어 새로운 한옥 마을로 주목 받기 시작한 이곳에서 지난 2010년 무렵부터 지금까지 수십 채의 한옥이 새롭게 지어졌거나 대수선을 거쳐 재탄생했다. ‘서촌 파 교수댁 어락당 탄생기’라는 부제를 달고 세상에 나온 책 『작은 한옥 한 채를 짓다』는 미국인으로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에 재직 중인 로버트 파우저 교수가 경복궁 옆 서촌 체부동에 직접 마련한 작은 한옥 어락당語樂堂의 대수선 과정을 담은 기록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이미 널리 알려진 집주인 로버트 파우저 교수가 아니다. 또한 흔히 잘 지어진 집의 저자로 등장하는 건축가도 아니다.
이 책은 현장에서 직접 이 집을 세우고 만든 도편수, 즉 한옥 공사현장의 책임자인 한 목수의 기록에서 출발한 것으로, 그는 앞서 언급한 서촌의 한옥 짓기 열풍으로 지어진 한옥 수십 채 가운데 아홉 채를 지어 올렸다. 독문학과를 졸업했으나 전공과는 무관하게 1997년 목수에 입문한 후 주로 사찰과 향교 등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문화재 신축, 수리 현장에서 일해온 그는 사찰의 요사채 신축을 시작으로 살림집을 짓다가 2010년 우연한 기회에 서촌에서 한옥 살림집을 짓기 시작, 지금에 이르렀다. 서촌에서 한옥을 지으면서 한옥을 직접 짓는 시공자의 시선으로 21세기에 전통건축의 형태인 한옥을 짓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해오던 그는 비로소 어락당을 지으면서 바라던 바를 실현하기에 이르렀고, 정신없이 바쁘게 흘러가는 현장에서 수시로 메모와 사진으로 전 공정을 기록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로소 집이 다 지어진 뒤 일 년을 맞아 그동안 현장에서 느끼고 본 바를 한 권의 책에 담아 세상에 내보내게 되었다. 집을 짓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위트와 감성이 넘치는 글솜씨로 소상하게 풀어낸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현장에서 주고받는 왁자지껄한 웃음과 분위기가 눈앞에 고스란히 펼쳐지는 듯하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이면 나도 모르게 저자와 더불어 집 한 채를 함께 짓고 완공의 기쁨을 누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한옥에 현대인의 일상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건축주와 함께 오랜 고민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결과물

저자는 일상에서 뜨겁게 일기 시작한 한옥의 열풍 한가운데서 여러 채의 한옥을 지으며 아주 기본적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전통과 현재의 괴리였다. 이미 현대인의 일상 속에 들어와 있어야 하는 한옥은 그동안 단절되어온 세월 탓에 여전히 과거 조선 시대 전통건축의 형태만을 고수하고 있었다. 물론 한옥은 전통건축의 틀 안에서 그 기본 형태를 당연히 존중 받아야 하나, 그에게는 전통의 존중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그 안에서 사는 사람의 일상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추위에 대한 염려와 공간의 비효율성 문제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러한 고민의 과정은 여전히 부족하고, 때문에 여전히 현대인들에게 한옥은 살고 싶은 집이면서 동시에 살기에는 불편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한옥을 문화재처럼 두고 보는 것이 아닌 살림집으로 누군가 들어가 살아야 하는 공간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그의 입장에서 이 문제는 어떤 당위나 일반론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고민은 자신의 손을 거쳐 재탄생하는 한옥이 늘어갈수록 깊어졌다.
그런 그에게 로버트 파우저 교수와의 만남은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평소 한옥에 관심이 많았던 파우저 교수는 단순히 이방인의 시선으로, 새로운 체험 공간으로서 한옥을 대상화하기보다 자신이 직접 사는 공간으로 한옥을 꿈꿨고, 서촌 체부동에 오래되고 작은 한옥을 구입한 뒤 이곳을 새롭게 수선하여 살고 싶어 했다. 그가 살고 싶었던 한옥은 전통건축의 장점은 적극적으로 존중하되 추위를 비롯한 일상의 불편을 ‘견디는’ 집이 아닌 최적화된 살림집이었다.
어락당의 건축 주체들은 이 고민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우선 가장 최신의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단열재를 활용하고, 자연 소재로 지어지는 한옥의 특성상 계절 변화에 따라 생길 수 있는 구조의 틈을 최대한 막기 위해 개별 공정마다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내외부 공간에 대한 이해가 전제된 건축가에게 공간의 디자인을 의뢰했다. 공간의 디자인은 단순히 인테리어 디자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서촌에서 여러 채의 한옥을 지으면서 사는 사람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집의 공간 배치에 대해 늘 아쉬워했다. 그 아쉬움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그는 드디어 어락당에서 자신이 바라던 대로 공간의 디자인을 실현했고,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 어락당이 기존의 한옥과 다른 점은 한옥의 기존 질서를 집주인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대신 철저하게 집주인의 삶의 패턴을 중심으로 공간의 재배치를 고려했다는 점이다. 또한 좌식문화로 대표되는, 한옥에서 존중되어야 하는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부분과 쾌적한 일상을 위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하는 주거의 편리성 부분을 조화롭게 배치함으로써 집과 그곳에 사는 사람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합치되도록 한 것은 이 집에서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다.
이렇듯 현장 노동자의 고민과 건축주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이들이 함께 의기투합하여 만들어낸 집이 바로 서촌 동네에서 일명 ‘파 교수’로 불리는 로버트 파우저 교수의 살림집 어락당이다. 그럼으로 이 책은 단순히 한 채의 집을 어떻게 만들었는가에 관한 단편적인 기록을 넘어서 전통의 보존과 일상의 존중이라는 두 개의 숙제를 받아든 우리의 한옥이 나아가야 할 바에 관해 집주인과 노동자들이 함께 풀어낸 충실하고 의미 있는 답안지이자, 실제 한옥에서 살고 싶어하는 이들, 한옥을 지어보려는 이들에게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되어준다.

우리가 존중할 ‘전통’이란 무엇인가?
조선 시대 한옥이 아닌 1930년대 도시형한옥의 원형을 되살리다

수많은 한옥들이 대수선 과정을 통해 복원하려는 원형은 아주 가까이에 살았던 도시형한옥이 아닌 조선시대 한옥의 모습이다. 그러나 어락당의 모체가 된 한옥의 원형은 1930년대 소위 ‘집장사’들이 만든 도시형한옥이었다. 당시 서울은 이미 인구의 과밀화가 시작되었고, 이로 인해 좁은 도심에서 기존의 필지를 여러 채로 쪼개 집을 만들어 파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자연스럽게 좁아진 집은 나름의 방식으로 일상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시작하면서 이미 전통적인 한옥의 형태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락당의 모태가 된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른바 개량한옥이라고도 하는 이 집은 193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되어 1960년대까지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지어진 한옥의 형태로, 전통한옥의 외형과 내부구조보다는 거주하는 사람이 편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지어졌다. 어락당은 대수선을 결정하면서 일반적으로 흔히 생각하는 조선시대 한옥의 원형 대신 모체였던 집이 지어진 당시, 즉 1930년대 일상의 주거공간으로 일반적이었던 도시형한옥을 최대한 되살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일례로 띠살문 대신 아자살과 완자살을 응용하고, 대청마루나 툇마루를 살리는 대신 쪽마루를 달았으며, 여닫이문이나 미닫이문 대신 미세기문, 창호지 대신 유리를 사용했다.
어락당이 취한 이러한 도시형한옥의 형태에 관한 존중은 비단 외적인 형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새로운 형태를 받아들이기까지의 당시 거주민들의 고민의 배경을 살피고, 그것이 어떻게 새로운 주거공간의 특징으로 자리잡았는지까지를 함께 살핌으로써 우리나라 한옥 공간의 변천의 과정 속에 1930년대 도시형한옥이 어떤 의미와 맥락 속에서 존재했는지를 함께 아우르고 있다.
아울러 이 집을 통해 우리가 함께 고민해볼 문제가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전통’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다소 원론적인 질문에서 비롯된다. 전통건축 현장에서 흔히들 하는 말이 있다. 전통기법의 단절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전통기법이란 대부분 조선시대의 건축기법을 연상케한다. 그러나 단절된 것이 비단 조선시대 전통기법만일까.
지금의 중장년층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1930년대 이후 도시형한옥의 특징 역시 되살릴 방법이 요원하다. 한옥 현장의 일꾼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지금 한 사람의 장인이 전국을 다니며 일하고 있는 현실로 인해 각 지역의 고유한 특징, 이른바 ‘지역색’은 사라지고, ‘전국 통일’이 되어버렸다. 예전에는 각 마을마다 있었을 기와 터에서 만들어졌던 기와는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터에 지금은 어디나 똑같은 문양의 기와가 전국 한옥의 지붕을 뒤덮고 있다. 화방벽의 줄눈 스타일은 물론 박공판의 모양까지도 도시는 물론 동네마다 달랐을 예전의 풍경은 다 사라지고 지금은 어디나 모두 똑같은 모양으로 저절로 표준화되어 있다.
살림집 서까래와 기둥을 만들고 세울 목수들도 세대교체가 점차 이루어지면서 예전 같지 않다. 차양을 제대로 만들 줄 아는 손끝 야무진 기술자도 사라지고, 칠이며 도배까지도 솜씨 좋은 일꾼들은 갈수록 드물다. 오랜 세월 숙련된 솜씨가 있어야만 제대로 된 살림집이 만들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현장의 장인들은 세월과 함께 늙어가고 그 뒤를 이을 새로운 인력의 충원은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새로운 인력의 충원은 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가. 그것 또한 살펴보면 지극히 당연하다. 한 사람의 일꾼이 장인으로 성장할 때까지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저가형으로 한옥을 보급하려는 추세를 바라보는 현장의 고민은 들여다볼수록 막막하다. 이런 현실 앞에서 안타까워하고, 조금이라도 서촌만의 스타일, 이 집만의 방식과 세월의 흔적을 만들고 보존하기 위해 마음 졸이는 모습은 실소만으로 넘어가기에는 아쉽기만 하다. 또한 여전히 한옥이 지어졌던 1960년대까지만 해도 숱하게 만들어져 집 안의 유리창을 장식했을, 그러나 지금은 어디에서 만드는지도 모르는 스리유리와 곰보유리를 이 집 유리창에 넣기 위해 곳곳을 찾아 헤매는 과정은 보는 이까지 애타게 만들고, 이런 아쉬움이 조선 시대와 그 이전 문화재를 발굴하기 위해 근현대 문화재를 없애버리고 있는 오늘날의 문화재 발굴 현장의 실상에 이를 때에는 저절로 한탄이 새어나온다.

집이란 누가 어떻게 짓는 것인가.
집으로 말하는 이가 만들어낸, 집다운 집을 위한 꼼꼼한 매뉴얼

집을 짓는 주체는 과연 누구인가. 건축주와 설계자가 중요한 주체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동안 간과한 주체가 또 있다. 지극히 당연하게도 집을 실제로 짓는 시공자 역시 집을 짓는 주체이다. 이 책은 바로 그동안 우리의 시선 바깥에 머물러 있던 노동자들의 손 끝에 주목하여 집이란 모름지기 사람의 손이 만들어낸 곳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새롭게 일깨워준다.
특히 한옥은 현장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의 손으로 만드는 집이다. 손으로 만드는 집이라는 의미는 각 공정마다 그 일을 하는 일꾼의 숙련도에 따라 집의 완성도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락당을 위해 저자는 오랫동안 문화재 수리현장에서 일해온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하여 오늘날 아직 현장에서 그 맥을 이어가고 있는, 숨어 있는 최고 일꾼들의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시켰다. 그들은 눈에 보이는 곳은 물론 보이지 않는 곳까지 무릇 집을 짓는 일이란 어때야 하는가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주초석과 기둥을 세우고, 지붕의 처마선을 만들고 기와를 올리는 이들로부터 물과 흙을 다루고, 돌을 다듬는 이들까지 한 채의 집을 위해 온전히 숙련된 솜씨와 성실함으로 일하는 이들의 모습은 ‘일하는 사람의 아름다움’에 대해 다시 한 번 주목하게 한다. 그들의 손에 의해 도배는 작품이 되고, 칠은 예술이 되며 나아가 집은 견고해지고 아름다워진다. 이 책은 이렇듯 그동안 수많은 건축 현장에서 묵묵히 일했으나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했을 현장 노동자들의 손 끝에 시선을 고정한다. 이들에게 집을 짓는 일이란 정해진 하루 삯을 보전 받는 의미를 넘어선다. 그들은 일 자체를 훌륭하게 해내려는 욕망을 가진 이들이며 그런 욕망들이 모여 한 채의 한옥을 만들어낸다. 다시 말해 한옥이란 일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수많은 장인들의 소명의식이 구현된 결과물임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 앞에 낱낱이 펼쳐놓고 있다. 그리고 무릇 집이란 어떻게 지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말없는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또한 집 짓기 이전은 물론 해체의 순간부터 완공 이후까지 집 짓는 과정을 일반인의 이해를 위해 세심하게 쪼개서 정리함으로써, 목차를 보기만 해도 집 짓는 전체의 공정이 머릿속으로 그려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새로운 꼭지가 시작될 때마다 공정표를 배치, 전체 집짓기 과정 속에서 현재의 위치가 어디쯤인지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아울러 각 공정마다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각 과정에서 특히 살펴야 할 점을 단순한 설명 방식이 아닌 현장의 풍경과 노동자들의 일하는 모습을 중심으로 서술함으로써 한옥 한 채가 어떻게 지어지는지 좀더 쉽게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도록 했다. 때문에 이 책은 실제로 한옥을 짓고 싶어 하는 이들이 참고하기에 더없이 유용한 매뉴얼이라 할 수 있다.

잘 지은 한옥의 모델이 된 어락당,
집이란 서로 존중하며 조화롭게 만들 때 아름답다

흔히들 건축주와 시공자는 집 지은 뒤 얼굴도 안 본다는 말이 있다. 함께 집을 짓는다는 일이 그만큼 첨예한 갈등의 과정을 겪어야 완성된다는 사실을 방증해주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어락당의 집주인과 도편수의 관계는 집을 짓기 이전보다 훨씬 더 가까워졌다. 책 말미에 실린 두 사람의 대담은 어락당은 물론 한옥 그 자체에 대해 두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고민과 사유의 폭이 얼마나 넓은지를 말해주는 한편 어락당을 통해 두 사람이 쌓은 신뢰의 깊이 역시 여실히 드러내준다. 이 집을 통해 비단 집주인과 도편수와의 관계만 좋아진 것이 아니다. 집 짓는 일에 함께 참여했던 많은 이들과의 관계는 집을 통해 훨씬 더 끈끈해졌다. 집주인은 이것을 함께 한 이들과 소통이 잘 됐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도편수는 건축주의 안목이 훌륭해서였다고 말한다. 소통과 안목은 서로의 역할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되었음을 이들이 나누는 대화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로버트 파우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집 짓는 현장에서 건축주가 갑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이 집의 공사가 끝나면 그렇게 드러내려고 했던 갑이라는 입지는 없어지잖아요. 그러니까 좋은 집을 짓겠다는 목표 중심으로 생각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절대적으로 존중해야 합니다.”
어락당이 지어진 뒤 이 집은 소위 유명세를 단단히 탔다. 많은 언론과 매체에서 이 집에 주목했다. 거기에는 다분히 미국인이면서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인 집주인이 한옥을 좋아하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직접 지어 산다는 것에 대한 호기심도 전제되어 있었겠으나 우리가 살펴야 할 점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실제로 이 집이 지어지고 난 뒤 어락당처럼 집을 짓고 싶다는 사람이 부쩍 늘었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집을 보고 싶다는 이들도 여전히 많고 어락당처럼 지어달라는 주문도 끊이지 않는다. 이 집이 완공된 뒤 주변에 좋은 집의 전범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지어진 뒤의 결과물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두 사람이 동네에서 오며가며 만날 때마다 실없이 주고받는 농담 한두 마디에도 이들 사이에 흐르는 신뢰가 듬뿍 실려 있을 것이다. 소통과 존중의 중요성을 입으로만 되뇌이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내내 그것이 실천되었다는 것, 서로 제대로 된 집 한 채를 만들어보자는 의기로 투합하여 결국 완성을 해냈다는 사실이 완공된 뒤 지금까지도 주위에 선한 영향력을 끼친 보이지 않는 힘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풍성한 사진과 따뜻한 일러스트, 본문만큼 흥미 있는 부록들
책 읽는 재미와 보는 즐거움을 함께 아우르다
하나. 집주인이 쓴 어락당 첫밤의 풍경,
둘. 집주인 파우저 교수와 도편수 황인범 목수의 유쾌한 수다,
셋. 집주인이 전해주는 한옥 구입부터 살기까지의 노하우


이 책에는 숱한 사진이 실려 있다. 저자는 어락당을 짓기로 한 순간부터 책을 펴내기 위해 틈날 때마다 사진으로 현장의 기록을 남겼다. 그렇게 모아둔 사진을 통해 집을 짓는 현장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독자들은 훨씬 더 생생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다.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은 사진은 물론 다 짓고 난 뒤의 사진도 함께 실렸는데, 이 사진 가운데 상당수는 집주인 로버트 파우저 교수가 직접 찍은 것들이다. 집을 지을 때, 그리고 다 짓고 나서, 또 그 집에서 사는 일상의 모습까지 함께 담아냄으로써 과정과 현재의 모습을 함께 들여다보는 재미가 각별하다. 또한 사진으로 미처 담지 못한 어락당의 따뜻하고 정감 있는 분위기를 그려낸 일러스트를 통해 아름다운 집, 아름다운 책을 만나는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다.
특별히 책 뒤에는 3개의 부록을 실었다. 첫 번째 부록은 드디어 집이 다 지어진 뒤 어락당에서 첫밤을 보내는 집주인 파우저 교수의 짧은 단상이다. 수많은 일꾼들이 땀을 흘리며 만들어낸 집에서 드디어 홀로 첫밤을 맞이한 날의 소회는 집이라는 공간이 인간에게 주는 안위가 어떤 것인지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해준다.
두 번째는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어락당을 지으면서 집짓기 이전보다 훨씬 가까워진 집주인과 도편수의 유쾌한 수다 한마당을 대담으로 옮겨놓은 것으로, 어락당에 살면서 집주인이 느낀 솔직한 감회와 두 사람이 한옥이라는 주제로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민해왔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여기에 ‘한옥이 어떤 의미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로버트 파우저 교수의 답을 보면서는, 혹시 읽기 전에 그에 대해 가졌을지도 모를, 그저 이방인의 호기심 어린 시선일지도 모른다는 단편적인 선입견이 저절로 무색해지기도 한다.
마지막은 자문자답의 형태로 파우저 교수가 한옥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했다. 집이 지어지고 난 뒤 이곳에서 꼬박 일 년 넘게 살아온 집주인 로버트 파우저 교수는 한옥을 구입하는 것부터 다시 짓는 것, 그리고 한옥에서 실제로 살면서 경험한 일상의 문제를 망라하여 13개의 질문과 답으로 정리해 독자에게 제공해준다. 특히 한옥을 새로 짓거나 수리할 때 받을 수 있는 서울시의 지원 제도에 관해서도 소상하게 소개하고 있어 한옥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눈여겨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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