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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하는 입 : 혐오발언이란 무엇인가

사강 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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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유형단행본
서명/저자사항증오하는 입: 혐오발언이란 무엇인가/ 모로오카 야스코 지음; 조승미, 이혜진 옮김
개인저자사강 강자= 師岡 康子
조승미, 1976-, 역
이혜진, 역
발행사항파주: 오월의봄, 2015
형태사항287 p.; 22 cm
총서명질문의 책;2
원서명ヘイト・スピーチとは何か
ISBN9788997889655
일반주기 본서는 "ヘイト・スピーチとは何か. 2013."의 번역서임
서지주기참고문헌: p. 284-287
언어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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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등록번호 청구기호 소장처/자료실 도서상태 반납예정일 예약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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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일부

단 한마디의 혐오, 그것은 ‘영혼의 살인’과 같다

타인을 혐오하는 것은 개인 취향의 문제일까?
혐오를 드러내는 것도 ‘표현의 자유’로 볼 수 있을까?


이 책은 일본의 여성 변호사이자 인종차별철폐 NGO네트워크의 간사이기도 한 모로오카 야스코가 혐오발언의 심각한 실태와 규제를 둘러싼 논의들, 법률 제정을 비롯한 구체적인 규제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혐오발언의 본질이 무엇보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임을 명확히 한다. ‘단 한마디의 혐오’가 개인과 집단의 삶을 어떻게 짓밟고 있는지, 사회적·법적 측면에서 어떤 방식으로 혐오발언을 적극 규제할 수 있을지, 현장과 법체계를 아우르는 지식과 세계 각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파헤쳐나간다.


1 다양한 혐오의 포장을 벗기면 나오는 하나의 속살: ‘차별’


올해 상반기, 대한민국 각종 매체를 장식했던 주요 단어로 ‘혐오’를 빼놓을 수 없다.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혐오와 배제를 드러내는 표현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등 주로 온라인 커뮤니...

출판사 제공 책소개 전체

단 한마디의 혐오, 그것은 ‘영혼의 살인’과 같다

타인을 혐오하는 것은 개인 취향의 문제일까?
혐오를 드러내는 것도 ‘표현의 자유’로 볼 수 있을까?


이 책은 일본의 여성 변호사이자 인종차별철폐 NGO네트워크의 간사이기도 한 모로오카 야스코가 혐오발언의 심각한 실태와 규제를 둘러싼 논의들, 법률 제정을 비롯한 구체적인 규제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혐오발언의 본질이 무엇보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임을 명확히 한다. ‘단 한마디의 혐오’가 개인과 집단의 삶을 어떻게 짓밟고 있는지, 사회적·법적 측면에서 어떤 방식으로 혐오발언을 적극 규제할 수 있을지, 현장과 법체계를 아우르는 지식과 세계 각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파헤쳐나간다.


1 다양한 혐오의 포장을 벗기면 나오는 하나의 속살: ‘차별’


올해 상반기, 대한민국 각종 매체를 장식했던 주요 단어로 ‘혐오’를 빼놓을 수 없다.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혐오와 배제를 드러내는 표현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등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댓글로 활동하던 혐오 세력들이 세간의 ‘무시’를 깨고 바깥세상으로 활동 영역을 넓힌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로 볼 수 있다.
언뜻 이들의 혐오는 다양한 양상을 띠는 듯 보인다. 한창 주가를 누리던 남성 인기 개그맨이 ‘여성혐오’ 발언들 때문에 자숙에 들어가야 했던 것처럼, 성차 자체에 근거해 일상적으로 행해져온 성적 혐오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리고 전라도 등 특정 지역과 지역인에 대한 혐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외국인 체류자에 대한 혐오 등도 수위가 매우 심각하다. 혐오 세력이 성소수자들의 축제인 ‘퀴어 퍼레이드’ 공간을 공공연하게 점유하면서 자신들의 혐오를 적극적으로 설파하는 그로테스크한 풍경도 이제는 그리 낯설지 않다.
그런가 하면 그리 오래되거나 본질적인 특성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특정 정체성’으로 ‘취급되는’ 것을 갖게 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 대한 혐오 또한 주목해봐야 할 지점이다. 최근 안산 세월호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를 지나가던 한 60대 여성이 유가족 대기실에 가서 유가족의 뺨을 때렸다. 유가족들이 죄 없는 정부를 비판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것은 나이 든 여성이 상대적으로 젊은 남성을 구타한 희귀한 폭행 사건이 아니라,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동기로 한 혐오범죄 사건으로 봐야 할 것이다.
혐오 세력은 혐오를 투사할 특정 집단을 언제나 필요로 하며, 그러한 집단이 마땅치 않을 때에는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그들의 눈에 비친 이 갖가지 무리들은 이 나라의, 혹은 자신들 공동체의 발전과 안위를 파괴하는 적이며, 그 적을 혐오로써 단죄하는 행위가 그들 자신에게는 오히려 ‘사랑’과 ‘정의’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역사상 어느 때보다 혐오발언이 만연해 있고, 그에 관한 담론들도 만연해 있는 이때, 이 책 《증오하는 입》은 혼란스럽게만 느껴지는 혐오발언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고 접근해야 할지에 대한 명징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일본의 여성 변호사이자 인종차별철폐 NGO네트워크의 간사이기도 한 저자는 혐오발언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넓게는 인종, 민족, 국적, 성별, 성적 지향과 같은 속성을 갖는 소수자 집단이나 개인에게 그 속성을 이유로 가하는 차별표현이다. 그리고 혐오발언의 본질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 적대, 폭력의 선동(자유권규약 20조)’, ‘차별을 선동하는 모든 행위(인종차별철폐조약 4조 본문)’이자 표현에 의한 폭력, 공격, 박해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혐오발언의 바탕은 간단히 말해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라고 할 수 있다. ‘혐오’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싫어하고 미워하다’)에 매이게 되면 마치 혐오발언이 개개인의 갖가지 취향, 호오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로 그 현란한 포장들을 벗기고 보면 남는 것은 보잘것없는 한줌의 ‘차별’뿐인 것이다. 때문에 혐오 세력 또는 상식을 가진 보통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혐오’를 표현하면서도 “싫은 게 죄는 아니잖아” “싫은 걸 싫다고 말도 못하나”라는 식으로 스스로를 변호하는 것에는 이미 심각한 모순이 있다. 혐오발언이 개인 취향이나 표현의 자유의 문제가 아니라 엄연히 ‘차별’의 영역이라고 한다면, 그중 어떤 것들은 분명히 도덕적·법적으로 ‘범죄’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2 일본 식민 지배 구조가 낳은 괴물: ‘재특회’의 재일조선인 혐오


이 책은 혐오발언 중에서도 재일조선인에 대한 ‘인종적 차별(인종차별철폐조약의 명칭 원문은 인종차별Race Discrimination이 아니고, 인종적 차별Racial Discrimination이다)’에 해당하는 말과 행동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일본에서 ‘혐오발언’이라는 말이 급속히 퍼진 것은 2013년이다. 일명 재특회(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가 인터넷 공간을 벗어나 도쿄, 오사카를 시작으로 거리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바퀴벌레 조선놈을 일본에서 내쫓아라”라는 식의 명백한 차별과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시위였다. 온라인 공간에서 활동하던 ‘일베’ 회원들을 비롯한 혐오 세력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단식투쟁 앞에서 ‘폭식투쟁’을 한다며 광장으로 나와 피자 100판을 먹는 쇼를 벌이고, 진상 규명을 위한 투쟁을 ‘시체장사’한다는 말로 매도해왔던 것을 떠올려보면, 우리나라도 일본의 형세와 비슷해져가는 면이 분명히 있다.
저자는 이렇게 재특회를 비롯한 ‘인종적 차별주의자’들의 배후에는 일본 정부와 사회의 뿌리 깊은 과오가 있다고 지적한다. 갑자기 인간 같지 않은 예외적인 이들이 튀어나와서 소란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식민지 지배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배상, 제대로 된 역사교육 등을 실시하지 않고 그 지배의 피해자들인 재일조선인들에게 여전히 공적·사적 차별을 일삼고 있는 일본 사회의 다른 얼굴일 뿐이라는 것이다. “배외주의 시위를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라는 물음은 ‘시위를 하는 그들’은 자신과 달리 특이한 사람이라는 전제를 두고 있다. 그러나 ‘시위를 하는 그들’은 일본 정부의 배외성을 반영한 일본 사회의 일부이자 사회의 추악함이 노골적으로 표현된 것일 뿐이다.”
국제사회에서는 혐오발언에 분명한 법적 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데 이미 합의를 이룬 상태다. 일찍이 1965년 인종차별철폐조약, 1966년 자유권규약을 채택하면서 법률로 혐오발언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각국은 이러한 국제 인권, 즉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엔을 중심으로 형성해온 인권 기준을 바탕으로 차별 철폐와 혐오발언 규제를 위한 각종 법 제도를 정비해왔다. 일본도 1995년에 이 조약에 가맹했으므로 차별을 철폐할 의무가 있으며, 혐오발언 금지 법률을 제정해 적극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은 2009년 재특회 회원들이 조선학교를 ‘습격’해 혐오발언을 일삼는 등 수위 높은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서도 아직까지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저자는 일본 법률계의 일원으로서, 또 양심적인 한 명의 시민으로서 이 사태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래서 무고한 소수자를 무차별로 상처 입히는 악질적인 혐오발언을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하에, 그에 대한 반대론도 검토하면서 법 규제의 필요성과 구체적 실행 방법을 신중하게 논하고 있다.
1장에서는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혐오발언의 현 상태와 배경, 2장에서는 혐오발언의 본질과 해악,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인식, 3장에서는 여러 나라가 어떻게 혐오발언에 대처하고 인종차별 철폐 정책을 전개해왔는지에 주목한다. 4장에서는 미국의 예를 참조하여 혐오발언의 법 규제를 둘러싼 ‘표현의 자유’ 논의와 시사점을 검토하고, 5장에서는 앞으로 일본이 마련해야 할 대책을 정리한 후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는다.


3 혐오발언이 소수자에게 끼치는 영향: ‘영혼의 살인’


저자는 혐오발언이 소수자에게 직접 미치는 폐해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 혐오발언이 표적으로 삼는 소수자는 노예제도, 신분제도, 식민 지배 등 역사적인 차별 구조 속에서 고통받고, 거기에 더해 일상생활에서도 불합리한 차별을 당하며, 그 집단적으로 쌓여온 기억이 소수자 개개인의 정체성 또한 형성한다고 말한다. 때문에 혐오발언은 단지 말에 의한 한순간의 공격이 아니며, 사회 전체가 가하는 차별의 공포와 폭력의 고통을 되살아나게 하는, 자신들뿐 아니라 후세대에게까지 평생 되풀이되는 절망을 심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저자는 혐오발언을 ‘영혼의 살인’이라고 칭한다. 재특회의 교토조선학교 습격 사건 이후 어느 보호자는 “정말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재특회가 아니라 이 사태를 용인하는 일본 사회의 규율과 양식”이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습격 후 처음 열린 대책회의에서 한 학부모가 형사고소를 제안하자 다른 학부모들은 “애초에 우리한테 인권 같은 건 없지 않았느냐”라고 되묻기도 했다. 국회 모임에서 재일조선인 3세 여교사는 “재일조선인의 자살률이 일본 사회 평균보다 2~3배 높다는 조사가 있다”고 증언했다. 그간 축적된 혐오의 공격들에 소수자들의 영혼이 서서히 살해당해왔다는 것을 명백히 알 수 있는 부분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수자들의 고통은 사회적으로 드러내 보이기 어렵다. 발언할 기회가 없고 억압당해왔을 뿐만 아니라, 소수자 스스로도 약하게 보이면 더욱더 공격당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혐오발언과 증오범죄 대응 방식이 좀 더 발전한 영국과 미국에서 소수자가 받은 피해 실상을 실증적인 수치로 나타내는 조사 연구를 소개한다. 실태 조사가 매우 뒤처진 일본에서는 소수자 단체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이나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이 피해 실태를 조사연구하는 일이 긴급하다고 역설한다.


4 ‘표현의 자유’는 정말로 무쇄방패인가?


한편 혐오발언의 폐해를 인정하면서도 법 규제에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신중론자’들이 있다. 그들이 보통 근거로 드는 것이 바로 ‘표현의 자유’이다. 전통적으로 미국 정부와 그것을 따른 일본 정부의 입장도 그러하다. 쉽게 말해 혐오발언을 법으로 규제하기 시작하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생각을 개진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당할 것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저자는 그러한 ‘법 규제 신중론’에 대해서 하나하나 상세히 논박하고 있다.
일단 ‘표현의 자유’는 제약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국제인권법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심 규정(자유권규약 19조 3항)을 보면,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데는 특별한 의무 및 책임이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에서도 협박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인권을 침해할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곧바로 연결짓는 태도 또한 허점이 많다. 혐오발언을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옹호하게 되면 사회에 차별과 증오과 폭력을 퍼뜨려, 평화와 평등을 전제로 문제를 논의해 해결한다는 민주주의 사회의 기반을 오히려 무너뜨리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어떠한 표현 규제든 표현에 대한 위축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저자는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왜 유독 ‘혐오발언’에만 그러한 기준을 내세워 소극적으로 대처하는가이다. 그 외 협박이나 명예훼손, 모욕, 성희롱 등은 그 위험성에 대해 이미 형사 규제를 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들에 대해서 ‘표현이 위축될 수 있으니 되도록 규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결코 흔히 볼 수 없다. 혐오발언도 이러한 범죄들과 마찬가지로 심각하게 법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위축 효과를 최소한으로 하려고 노력하면서 동시에 규제 방법도 찾는 것이 마땅하다.
혐오발언이 개인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을 향할 때는 그 피해가 분산되거나 약화되므로 괜찮다는 주장에도 큰 오류가 있다. 앞서 강조했듯이 소수자의 집단적 속성에 가해지는 혐오발언은 한 개인에게 일시적·우연적으로 가해지는 그것보다 더 파괴력이 크다. 소수자들의 민족성이나 문화 같은 속성이 그들의 역사와 정체성의 핵심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수자 개인에게 가해진 혐오발언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그와 같은 속성을 가진 다른 사람들의 존재 가치도 함께 부정하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일명 ‘사상의 자유시장이론(Well-functioning Speech Market theory)’에 근거하여 표현의 자유가 거의 절대적으로 보장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표현 내용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없는 한 정부가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헌법에 어긋난다. 사상의 자유시장이론은 1919년 에이브럼스 사건에 대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법정의견을 반박하고자 올리버 웬들 홈스 주니어 재판관이 발표한 것으로서, 상품 시장의 자유 경쟁과 마찬가지로 ‘진리’를 결정할 때 역시 시장의 경쟁(즉, 논의)에서 승인을 얻어야 하고 거기에 어떠한 권력도 개입해선 안 된다는 발상이다. 이는 인간 사이에 오고가는 말을 비롯한 표현조차도 이미 자본주의식 경쟁 논리에 편입되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 이론은 사회 구성원 누구든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사상의 자유시장’이 실재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새삼 강조할 것도 없이 경제적·정치적·사회적으로 매우 불평등한 지금 사회에서 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하는 것 자체가 기만이다. 그중에서도 소수자들은 수적으로 열세할 뿐 아니라, 이미 차별을 당해 정치·경제·사회 그 어떤 측면에서든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그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사상의 시장’에 처음부터 끼어들 수조차 없다.
이러한 표현의 자유 옹호론들을 탐구하면서 무엇보다 정부의 책임을 확실히 물을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차별이 원래 민간의 문제인 것처럼 논의를 이어가지만 사실 역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소수자 차별에 앞장서온 장본인은 바로 권력층이고, 소수자에 대한 구조적 차별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도 정부 자신이기 때문이다.


5 차별 철폐와 혐오발언 규제를 위한 과제들


저자는 3장에서 혐오발언 규제법을 채택한 국가들 가운데 영국, 독일, 캐나다, 호주의 사례를 자세히 살핀다. 그중에서도 특히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모범 사례로 캐나다를 꼽는데, 캐나다인권법과 같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국내에도 도입되어 차별 사유와 차별 행위를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다면, 혐오발언 규제의 남용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2007년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성적 지향을 포함시킬지 말지에 대한 논쟁으로 결국 입법이 좌절되었다. 지난해에는 비슷한 이유로 서울시민인권헌장 채택이 무산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에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려면 앞으로도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지만, 국제적인 흐름을 볼 때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이미 대세라고 역자들은 말한다. 뉴질랜드 인권법(1993), 아일랜드 평등법(2004), 프랑스 차별금지법(2008), 스웨덴 반차별법(2009) 등 세계 각국에서 속속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있다.
덧붙여 혐오발언 규제에 앞서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것이 바람직한 이유는, 혐오발언 규제가 남용되거나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위축되는 걸 피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혐오발언 규제는 먼저 소수자의 차별 실태를 면밀히 조사하는 것에서 시작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테두리 안에서 규정되어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또한 법적·제도적 개선과 함께 차별 철폐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저자는 “차별 철폐 정책에서 차별금지법이 하나의 기둥이라면, 또 하나의 기둥은 차별 철폐 교육”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차별받은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서 국제인권기준에 맞춰 차별 철폐 인권 정책을 확실히 실시할 수 있는 국내 인권 기관을 설치할 것을 촉구한다.
저자는 “일본 사회가 진정으로 답해야 하는 것은 법 규제인가 표현의 자유인가 하는 선택이 아니다. 소수자 차별을 지금처럼 합법적으로 묵인해 차별당하는 이들의 괴로움을 계속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까지의 차별을 반성하고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어갈 것인가 하는 물음에 답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평등이 없는 상태에서 특정인만 자유를 인정받는다면 그것은 인권이 아니라 특권이다”라고도 단언한다. 이것들 모두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도 고스란히 던져질 수 있는 일침이다. 알량한 종교적 신념으로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는 것, 국가에 충성한다는 명목으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하고 정신적 고통을 끼치는 것, 뿌리 깊은 가부장제의 사고하에 여성을 싸잡아 비하하거나 왜곡하는 것, 인종이나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영원히 이방인 취급하고 그들 중 하나가 한 행동을 그들 모두의 행동으로 바라보는 것…… 한국 사회에 만연한 이 모든 혐오를 목도하고 있는 지금의 우리는 분명히 ‘어떻게 볼 것인가’를 넘어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할 책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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