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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독서 여행자

박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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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유형단행본
서명/저자사항지하철 독서 여행자 / 박시하 짓고 ; 안지미 그리다
개인저자박시하
안지미, 그림
발행사항서울 : 인물과사상사, 2015
형태사항277 p. : 삽화 ; 19 cm
ISBN9788959063819
서지주기참고문헌: p. 276-277
언어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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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등록번호 청구기호 소장처/자료실 도서상태 반납예정일 예약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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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일부

독서는 여행이다
“우리는 어딘지 모를 끝없는 여행을 한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은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다. 머묾과 떠남이 함께하는 곳이면서 동시에 계속 이동하는 공간이다. 이 도시와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우리의 삶과 감정, 고통과 기쁨을 품고 달리는 거대한 지하의 미로, 그곳은 아름답지도 않고 밝지도 따스하지도 않다. 지하철은 매일 도시를 관통하며 기나긴 역사가, 세월이 되어간다. 한 개인의 역사에서부터, 이 도시의 역사까지를 모두 싣고서. ‘이 지하철의 목적지는 어디인가요, 우리의 삶은 대체 어디를 향하는 건가요.’ 문득, 누구에겐가 묻고 싶어진다. 그러나 가장 어두운 부분, 그것은 언제나 더 밝은 부분을 드러내준다. 그곳은 우리 모두에게 훌륭한 도서관이 될 수도 있다.
지하철은 삶의 현장이요 자투리 시간을 쪼개 책을 읽는 도서관이다. 우리는 당연히 지하철에서 책 읽는 풍경화를 수천 장쯤은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다. 그 풍경화를 통해 우리는 도서관으로서 지하철이 어떤 곳인지 그리고 삶으로서 독서가 어떤 것인지 기억해낼 수 있다. 그 기억의 장면들은 25편의 에세이를 통해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독...

출판사 제공 책소개 전체

독서는 여행이다
“우리는 어딘지 모를 끝없는 여행을 한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은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다. 머묾과 떠남이 함께하는 곳이면서 동시에 계속 이동하는 공간이다. 이 도시와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우리의 삶과 감정, 고통과 기쁨을 품고 달리는 거대한 지하의 미로, 그곳은 아름답지도 않고 밝지도 따스하지도 않다. 지하철은 매일 도시를 관통하며 기나긴 역사가, 세월이 되어간다. 한 개인의 역사에서부터, 이 도시의 역사까지를 모두 싣고서. ‘이 지하철의 목적지는 어디인가요, 우리의 삶은 대체 어디를 향하는 건가요.’ 문득, 누구에겐가 묻고 싶어진다. 그러나 가장 어두운 부분, 그것은 언제나 더 밝은 부분을 드러내준다. 그곳은 우리 모두에게 훌륭한 도서관이 될 수도 있다.
지하철은 삶의 현장이요 자투리 시간을 쪼개 책을 읽는 도서관이다. 우리는 당연히 지하철에서 책 읽는 풍경화를 수천 장쯤은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다. 그 풍경화를 통해 우리는 도서관으로서 지하철이 어떤 곳인지 그리고 삶으로서 독서가 어떤 것인지 기억해낼 수 있다. 그 기억의 장면들은 25편의 에세이를 통해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독서는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투덜대는 우리를 환기시킨다.
시인 박시하는 지하철을 타고 새벽부터 밤중까지 약 1년 동안 지하철 독서 여행을 떠났다. 지하철에서 의미 있는 독서 풍경을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속에 25장면으로 담아냈고, 그 풍경을 시인의 언어로 스케치했다. 새벽 풍경도 있고, 출퇴근 시간 풍경도 있으며, 한가한 오후의 풍경도 있다. 우리는 지하철을 친구들과 함께 탔고, 첫사랑과 함께 탔으며, 가족과 함께 탔다. 지하철을 타고 학교를 다녔고, 직장을 다녔다. 지하철에서 수많은 책을 읽었고, 음악을 들었고, 쓸데없는 물건을 샀으며, 안타까운 일들을 목격했다. 지하철이 없었다면 읽지 못했을 책들이 있었을 것이고, 겪지 못했을 경험이 있었을 것이며, 학교와 직장을 다니기도 몇 배는 더 힘들었을 것이다.
시인은 지하철이라는 공간이 한 권의 책 안으로 접히고, 그 접힘이 다시 펼쳐져 자신의 기억들과 섞이고, 또 다른 문장들로 확장되는 놀랍고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책이라는 사물 안에는 누군가 그 책 안의 문장들을 써내려간 시간과 공간, 그리고 때로는 몇 개의 우주가 담겨 있었다. 시인은 매번 그 우주 속에서 지하철이라는 시공간을 다시 발견했고, 사람을 보았으며, 세계의 비밀들을 엿볼 수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삶을 새롭게 발견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시인은 친숙하면서도 낯선 여행을 통해 ‘지하철 독서 여행자’들을 만났다.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을 보았네

장맛비가 내리는 7월, 열차는 3호선 옥수역에 도착한다. 한 청년이 『위대한 게츠비』를 읽고 있다. 개츠비는 인간이 빠지는 헛된 매혹에 대한 위대하고 슬픈 상징이다. 우리는 ‘그린라이트’를 향한 착각 어린 도취 없이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매혹과 맹목이 없는 인생은 얼마나 재미없는 것인가? 시인은 『위대한 게츠비』를 읽는 사람이라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설사 한여름에 빵모자를 쓰고, 체크무늬 바지를 입었다고 해도 말이다. 꿈을 향해 손을 뻗었기 때문에, 그 꿈을 끝까지 믿었기 때문에 결국 죽임을 당하는 남자. 삶의 거대한 공허를 막아낼 수 있는 고통, 멀리서 빛나는 초록 불빛……. 당신의 초록 불빛은 어떤 것인가요?
어느 토요일 저녁, 2호선 합정역에서 박완서의 『노란집』을 읽고 있는 단발머리의 앳된 소녀를 본다. 누구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사실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박완서는 육체의 시간에 지배당하지 않는 정신, 육체의 시간을 부인하지 않는 통찰을 갖고 있는 소설가다. 소박하고 솔직할 뿐 아니라 재치 넘치는 글을 읽다 보면, 작가가 이 글을 쓰면서 누군가에게 교훈을 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교훈을 얻고자 했고, 실제로 그랬다는 것을 알 수있다. 한 작가가 쓴 글에 담긴 성찰을, 세대를 뛰어넘은 누군가가 지하철에 앉아 열심히 읽고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한 작가가 삶의 끝자락에서 썼던, ‘가슴 울렁거리는’ 삶에 대한 이야기들은 소녀가 작가와 만나는 특별한 인연이다.

사랑에 관한 짧은 기록

월요일 오전 4호선 동대문역을 지날 때 알랭 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을 읽고 있는 여성을 발견했다. 며칠 후 ‘종로도서관’이라고 찍힌 스티커가 붙은 책을 읽고 있는 젊은 남자를 보았다. 책 본문에는 도표 같기도 한 그림이 그려져 있고, ‘앨리스’와 ‘필립’이라는 등장인물의 이름이 보인다. 그 책은 『우리는 사랑일까』였다. 알랭 드 보통은 한없이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사랑이라는 관계, 그 모든 과정과 고통, 기쁨과 성장에 대한 매우 지적이며 논리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장 폴 사르트르는 “내가 존재하는 것은 내가 나를 아낌없이 주기 때문이다”이라고 말했다. 나를 어딘가로 던지지 않는다면,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누군가에게 사랑받기를 원할 수도 없는 것이다. 물론 우리 존재의 피할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 인해서, 사랑하는 내내 우리는 언제나 스스로 되물을 수밖에 없겠지만……. ‘과연, 우리는 사랑일까?’
월요일 오전 4호선 지하철에서 젊고, 세련되고, 날씬한 여자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읽고 있다. “사랑은 인간에게 능동적인 힘이다. 사랑은 사랑하고 있는 자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 관심이다. 사랑이 없으면 인간성은 하루도 존재하지 못한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을 이렇게 정의한다. 우리는 서로를 끊임없이 사랑하고, 끊임없이 사랑을 알아채지 못한다. 사랑이 ‘기술’이라는 에리히 프롬의 말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사랑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사람은 서로에게 죽음보다 더한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결국 너에게 다가가는 것, 나를 지우며 너의 중심으로 다가가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의 핵심을 경험하는 일이다. 그것은 죽음을 만지는 것처럼 두려우면서도 놀라운 경험이다.

저 지하 깊숙이 묻어둔 슬픔

2호선 지하철에서 이언 매큐언의 소설 『속죄』를 읽고 있는 말쑥한 정장 차림의 50대 남성을 본다. 사랑에 빠진 아름다운 세실리아와 로비. 그들의 사랑은 그녀의 동생인 브리오니의 거짓 증언으로 깨어지고, 누명을 쓴 로비는 감옥에 간다. 한 소녀의 돌이킬 수 없는 과오로 두 사람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어버리는 것이다. 가끔 어떤 순간이 미치도록 안타까울 때가 있다. 사소한 일상의 한순간일 뿐인데, 그것이 뼈저리게 아플 때가 있다. 우리는 누군가를 파멸에 이르게 할 수 있다. 그런 후에 용서를 비는 것, 그것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의 삶에서 돌이키고 싶은 것, 용서를 빌고 싶은 순간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지난 일들은 무엇 하나 돌이킬 수 없다.
시인은 오늘도 내릴 역을 지나쳤다. 그 덕분에, 검고 긴 생머리에 흰 얼굴, 붉은 입술을 가진 여자가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고 있는 풍경과 마주칠 수 있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는 비극이지만, 그 슬픔 속에 드러나는 사랑은 우리가 아는 그 어떤 사랑 이야기보다 지극하고 아름답다. 사랑의 기쁨이 슬픔과 고통을 통해서 커진다는 사실, 그 달콤하고 치명적인 모순을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이 보여준다. 알랭 바디우는 사랑을 “삶의 재발명”이라고 말했다. 사랑은 때로 죽음의 형태로 닥쳐오지만, 그것이 무언가를 ‘죽일’만큼 강력하기에 우리는 사랑을 통해 우리의 삶을 다시 발명할 수 있다. 죽음보다 깊은 사랑은 절망과 고통을 그림자처럼 데려오지만, 그 어떤 생의 순간보다 빛나는 어둠의 순간이 아니던가?

우리는 여행자다

시인은 존 버거의 소설 『킹』을 갖고 부산으로 여행을 떠났다. 부산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해운대역까지 가는 동안 그 책을 잠시 읽었다. 소설 『킹』의 화자는 킹이라는 이름을 가진 떠돌이 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개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개가 바라보는 어떤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된다. 그 사람들은 세상의 끝, 지구의 끝에 닿아 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끝에 다다랐지만, 그 끝에서 아직 살아가고, 아직 기도하고 있다. 개는 그들과 우정을 나누고 사랑에 빠진다. 지하철에 앉아보라. 지하철에서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라. 같은 얼굴의 같은 반짝임들이 있다는 것을 보라. 시인은 부산의 지하철에서도 그런 반짝임들을 보았다고 말한다. 킹이 바라보던 쓰레기 더미 위의 사람들도 미약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초라하게 불타오르는 불꽃처럼, 누군가 그들을 지상에서 몰아내려 한다고 해도, 그들은 반짝이고 있었다.
3호선 지하철에서 긴 머리를 묶은 젊은 남자가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읽고 있다. 지하철은 신사역을 지나간다. 이 열차는 수서역이 종착역이지만, 어떤 책을 읽음으로써 더 멀고 더 신비로운 어떤 장소로 갈 수 있다. 헌책방에서 책을 구입하고 나서 그레고리우스는 무작정 리스본행 열차를 탄다. 그가 평생 동안 지내던 집과 도시, 일과 사람들을 떠나 전혀 알지 못하는 장소를 향해서 가는 그 여행의 유일한 단서는 책 한 권뿐이다. 그는 낯선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낯설고도 기묘한 여행을 계속한다. 그는 완전히 새로운 자기 자신을, 즉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다.
지하철은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우리도 지하철을 타고 도시의 지하 여행을 떠나고, 그럴 때 지하철에서 독서는 여행의 여행, 두 겹의 여행이 된다. 지하철 한 량의 면적 안에서 우리가 ‘움직임 없는 여행자’로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에는 한계가 없다. 우리는 지하에 앉은 부동의 여행자로서 리스본에 갈 수 있고, 화성에 갈 수 있고, 안드로메다은하의 중심까지도 갈 수 있다. 독서란 그런 것이다. 독서란 가장 먼 곳까지 꿈꿀 수 있는 행위, 인간이 꿀 수 있는 가장 큰 꿈이다. “인생이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여행자다. 도시의 지하를 관통하며 꿈꾸는 진실한 여행자.

* 이 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5년 ‘우수 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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