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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의 맛 : 회화적인 매력으로 감상하는 서민민화 80점

박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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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유형단행본
서명/저자사항민화의 맛 : 회화적인 매력으로 감상하는 서민민화 80점 / 박영택 지음
개인저자박영택= 朴榮澤, 1963-
발행사항파주 : 아트북스, 2019
형태사항382 p. : 천연색삽화 ; 22 cm
ISBN9788961963510
서지주기참고문헌: p. 380-382
언어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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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일부

민화는 맛있는 회화다!
화초도, 화조화, 문자도, 산수도, 책가도·책거리, 어해도, 인물화, 작호도, 감모여재도
미술평론가 박영택이 맛보고 권하는, ‘집밥’ 같은 서민민화의 회화성


이 책은 실로 40년여 만의 수확이다. 1970년대 하반기, 민화컬렉터이기도 한 작가 이우환(1936~)은 “민화는 사실을 직시하고 그 회화적 특성을 찾아내어, 그 속에서 뛰어난 예술성을 갖춘 것을 골라냄으로써 그 회화적 성격을 밝히는 일”(이우환, 『이조의 민화』, 1977)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 후 다수의 민화 관련서가 출간되었고, 논문들이 나왔지만 민화의 회화적 성격을 밝힌 단행본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80점의 작품으로 민화의 회화성을 밝힌 『민화의 맛』이 출간되었다. 이우환의 지적이 있은 지 40년여가 지난 시점의 의미 있는 첫 결실이 아닐 수 없다.

서민민화의 슴슴한 회화성에 주목하다

『민화의 맛』이 맛보는 민화는 화려한 궁중민화가 아니라 소박한 서민민화다. 민화를 구분하는 용어는 연구자마다 다르지만 흔히 궁중민화는 직업화가인 화원(畵員)이 그린 정형화되고 엄격하며 화려한 ...

출판사 제공 책소개 전체

민화는 맛있는 회화다!
화초도, 화조화, 문자도, 산수도, 책가도·책거리, 어해도, 인물화, 작호도, 감모여재도
미술평론가 박영택이 맛보고 권하는, ‘집밥’ 같은 서민민화의 회화성


이 책은 실로 40년여 만의 수확이다. 1970년대 하반기, 민화컬렉터이기도 한 작가 이우환(1936~)은 “민화는 사실을 직시하고 그 회화적 특성을 찾아내어, 그 속에서 뛰어난 예술성을 갖춘 것을 골라냄으로써 그 회화적 성격을 밝히는 일”(이우환, 『이조의 민화』, 1977)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 후 다수의 민화 관련서가 출간되었고, 논문들이 나왔지만 민화의 회화적 성격을 밝힌 단행본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80점의 작품으로 민화의 회화성을 밝힌 『민화의 맛』이 출간되었다. 이우환의 지적이 있은 지 40년여가 지난 시점의 의미 있는 첫 결실이 아닐 수 없다.

서민민화의 슴슴한 회화성에 주목하다

『민화의 맛』이 맛보는 민화는 화려한 궁중민화가 아니라 소박한 서민민화다. 민화를 구분하는 용어는 연구자마다 다르지만 흔히 궁중민화는 직업화가인 화원(畵員)이 그린 정형화되고 엄격하며 화려한 채색의 완성도가 높은 민화를 말하고, 서민민화는 무명의 화공(畵工)이 그린 지극히 자연스럽고 어눌하면서도 자유분방한 민화를 일컫는다. 궁중민화가 일류 셰프들이 만든 고급요리 같다면, 서민민화는 어머니가 정성껏 지은 소박한 ‘집밥’ 같다. 전자는 선묘와 구성이 탄탄하고, 채색이 시각적인 피로감을 줄만큼 강렬하다. 반면에 서민회화는 길들여지지 않은 솜씨가, 소박하고 천진하기 그지없다. 처음 보면 낙서 같아 슴슴하지만 볼수록 정이 가는 그윽한 맛이 있다. “얼핏 봐서는, 아니 자세히 봐도 미완성이자 ‘무지하게’ 못 그린 그림 같은데, 볼수록 은근한 매력이 감돈다.”(44쪽)

한국 근대미술 연구자이기도 한 저자는 동시대 한국현대미술을 대상으로 전시 기획과 비평을 해온 미술평론가다. 그런 저자가 현대미술작품을 분석하듯이 80점의 민화를 품어서 회화적인 매력을 다각도로 짚었다. 민화는 오랫동안 상징체계를 위주로 논의되어왔다. 순수하게 조형적인 차원에서, 민화를 보고 이해하려는 시각이 매우 드물었다. 이 같은 현실에서 민화를 회화작품으로 보면서, 그 위에 상징성을 고명처럼 뿌린 저자의 작업은 돋보이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민화를 철저하게 회화작품으로 보려는 시각을 견지하면, 그것이 지닌 회화로서의 맛, 조형적인 매력 등에 방점을 찍고, 그 안에 담긴 한국의 미감과 민화의 상징성 등을 얹어놓았다.”(7쪽)

조선시대 후기에 유행한 민화는 이야기 그림이자 특정 텍스트를 도상화한 읽는 그림으로, 소재를 과감하게 단순화하거나 형태를 과장해서 미적효과를 낸 기묘한 추상성이 매력이다. 따라서 민화는 수박=다산, 모란=부귀, 파초=검소 같은 개별 도상(圖象)들의 상징성을 몰라도 작품의 회화성 자체를 감상하는데 지장이 없다. 발상이 기발하고, 묘사와 구성이 독창적이다. 화면에 표현된 이미지만으로 작품의 회화적인 묘미를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저자 역시 “내게 뛰어난 민화는 결국 그림 자체가 탁월해서지, 도상이 지닌 상징성 때문은 아니다”(8쪽)라고 한다.

전체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먼저, 장문(長文)의 「시작하며-회화성으로 서민민화를 즐기다」에서 민화의 전반적인 이력에 관해 자세히 언급한다. 민화의 태생에서부터 민화의 다양한 명칭, 민화 연구의 현실, 그리고 책의 무게가 실린 서민화화와 민화의 뛰어난 조형성에 관한 생각을 곰비임비 풀어놓는다. 민화에 관한 기초적인 배경지식을 숙지한 상태에서 본문으로 들어가면, 각 장의 입구에는 해당 민화에 관한 소개 글이 배치되어 있다. 적은 분량이지만 각 장르에 관한 핵심적인 정보를 쥐어준다. 이어서 ‘화초도(花草圖)’에서부터 ‘화조화(花鳥畵)’ ‘문자도’ ‘산수도’ ‘책가도’ ‘책거리’ ‘어해도(魚蟹圖)’ ‘인물화’ ‘작호도(鵲虎圖)’ ‘감모여재도(感慕如在圖)’까지, 민화의 여러 장르가 펼쳐진다. 각 장르의 작품들은 서민민화답게 자태가 수수하다. 못 그린 것 같으면서도 기이한 매력을 풍긴다. “같은 도상일지언정 저마다 다르게 그렸고, 화면의 구성도 독특하며 형언하기 어려운 드로잉의 선 맛과 색채의 조화가 있다.”(22쪽) 어슷비슷한 소재나 작품의 미묘한 표정이 익살맞고 재미있다. 저자는 민화의 관상(觀相)을 섬세하게 읽는다. 마치 화공의 작업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는 듯한 작품설명도 압권이다.

“우선 먹 선으로 대담하게, 한 번에 그어 완성한 대나무 줄기와 괴석의 처리가 압권이다. 거침없이 먹선을 휘두른, 일필휘지의 단호함이 보인다. 붓을 위에서 아래로 힘차게 긋다가 대나무 밑동 부근에서 잠시 멈춘 후 이내 힘껏 내리누르고 문지른 다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려가며 괴석의 윤곽선을 리드미컬하게 처리했다. 마치 알파벳 ‘W’ 자를 쓰듯이 말이다. 산봉우리나 능선을 닮은 바위의 윤곽선이 매우 풍만하다.”(화초도, 41쪽)

붓질과 채색의 생생한 표현은 감상에 날개를 달아준다. 한 작품에 집중하는 민화 읽기가 그리는 과정만큼이나 꼼꼼하다. 세심한 관찰은 맨눈으로는 스치기 쉬운 미세한 부분과 이면의 연관성을 흥미롭게 밝혀낸다. 상징성 위주로 감상할 때 보지 못했던 작품의 체형과 체질이 구석구석 인지된다. 작품 읽기는 그리는 과정, 소재와 소재의 관계성, 각 소재의 상징성 등을 챙기는 가운데 깊어진다.

이미지의, 끈끈한 ‘내연의 관계’를 밝히다

민화는 행복을 부르는, 유쾌한 그림임에도 비현실적인 이미지의 조합과 낯선 표현은 독자를 적이 당혹스럽게 한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이미지와 이미지 간의 창의적인 ‘내연의 관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다. 그 결과, 꽃과 꽃, 꽃과 잎, 꽃과 나무, 꽃과 새처럼 하나의 주제를 위해 같은 화면에 편집된 이미지들이 어떻게 서로에게 기대고, 서로를 북돋우며 상징성을 발산하고 더 큰 조형미를 획득하는지, 그 관계의 혈맥이 손금처럼 드러난다.

“아래쪽에 자리한, 대지에 밀착된 화분에서부터 위로 하염없이 상승하는 기운이 최종적으로 작은 봉오리에 귀결되어 격하게 진동한다. 따라서 이 그림은 보는 이의 시선을 화분에서부터 쭉 밀고 올라와 작은 봉오리에 맺히게 하는, 대단히 치밀하게 계산된 구도를 내장하고 있다.”(66-67쪽)

“생각해보면, 맨 하단에 자리한 두 권의 책에서 투명한 유리그릇에 담긴 수박이 피어나고, 이는 다시 위쪽의 다양한 책과 두 개의 접시로 이어진다. 파란 접시 안에서 붉은색 접시가 꽃처럼 피어난다. 이는 유리그릇에 자리한 수박과 동일한 형태를 반복한다. 이 접시 위로 다시 책이 배치되어 있고, 이는 옆쪽에 자리한 화병 같은 기물에서 두루마리와 꽃과 붓, 은장도를 피워낸다. 이렇듯 서로가 연결되어 모종의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다.”(285쪽)

언뜻 보면, 서로 무관한 듯한 이미지들이 실은 선이나 색, 형상 등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서로의 빈 곳을 채워주고 에너지를 받으면서, 상징성 이상의 조형성까지 실하게 충전한다. 민화는 서민들의 마음과 화공의 마음을 품은 하나의 유기체다. 잘나면 잘난 대로, 못나면 못난 대로 완전한 조형세계인 것이다.

조형미에서 옛사람들의 마음에 감응하다

저자의 작품 읽기는 조형미 추출에만 그치지 않는다. 민화에 스민 옛사람들의 마음에 ‘사유의 찌’를 드리운다. 그래서 “민화에서 묻어나는 개인들의 소박하고 타고난 품성이 좋았다”(10쪽)고 한다. 화공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작품을 통해 그곳에 깃든 솜씨와 개성, 타고난 마음에 감응하는 것, 그것이 민화 감상의 참맛임을 곳곳에서 토로한다.

“아름다운 괴석과 모란이다. (중략) 색채 감각이 탁월하고 대상의 배치와 조화가 우수하다. 보는 순간 마음에 착착 감겨드는 맛이 있다. 온화하고 부드럽고 따스하다고 표현하면 부족할까? 이런 작품은 결국 그러한 마음이 있어야만 가능한 그림이라는 생각이다. 그림과 마음이 반드시 등가관계를 이룬다고 기계적으로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그림은 결국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그림을 그린 이의 안목과 마음이 우선하는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결국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자연을 깊이 있게 바라보고 주어진 세계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 이의 천진한 태도와 관련이 있다.”(54쪽)

“나로서는 이런 담담하고 소박한 그림이 더없이 감동적이다. 착하고 순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작가가 전하는 진솔한 감동 말이다. 이는 그림이 솜씨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마음의 문제임을 알기에 그렇다. 이 그림에는 현학적인 현대미술이 진즉에 잃어버린 순결하고 투명한 마음이 선연히 있다.”(67쪽)

이 책은 서민민화의 회화적 특질과 조형적 특성에 집중하지만 건조하거나 딱딱하지 않다. 분석적이지만 서정적이다. 머리와 가슴이 함께한다. 서민민화처럼 이야기가 차지고 곰살궂다. 옛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저자의 따스한 시선이 동행하기 때문이다. 무명의 화공이 선묘와 색채로 표현한 마음을, 저자는 선묘와 색채의 화음에서 공 들여 읽어낸다. 저자의 맵싸한 감동은 독자의 감동을 자극한다. 작품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마음과 마음의 공명이 몰입감을 높여주고, ‘민화의 맛’을 더욱 특별하게 한다.

“그 길들여지지 않은 아이들의 그림과 유사한 담담한 그림, 소박한 그림은 그래서 감동적이다. 이는 솜씨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마음의 문제다. 착하고 순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이가 그린 진솔한 감동이 민화가 주는 핵심적인 맛이다. 오늘날 현학적이고 논리적이며 난체해야 하는 현대미술이 진즉에 잃어버린, 순결하고 투병한 마음과 소작한 감각이 민화에는 울창하다.”(12쪽)

민화는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에겐 결코 제 비밀을 드러내지 않는다. 민화도 “자세히 보아야/예쁘다//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 (나태주 시 「풀꽃」 중에서.) 이 책은 그렇게 민화를 감상하고 편집한, 묵은지처럼 푹 익힌 ‘서민민화첩(庶民民畵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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