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본 연구는 ≪제국신문≫ 소재 서사적 논설의 수사적 상황과 논증 방법을 고찰함으로써, 근대 계몽기 신문 논설이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는 과정을 밝히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사회 내부에서는 다수의 갈등이 발생한다. 논증은 각 갈등 당사자들을 논리적 혹은 감정적으로 변화시켜, 그 갈등을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언술이다. 그러므로 논증은 설득을 목적으로 하는 수사학의 한 갈래이다. 논증 행위는 사회 내부에 다양한 담론이 충돌할 때, 특히 자주 사용된다. 자신의 담론을 정당화하거나, 타자의 담론의 부당성을 공격하기 위해서 논증이 주요한 언어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이렇게 다양한 담론이 충돌한 시대가 근대 계몽기로 불리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시기였다. 영국, 미국, 러시아, 일본으로 대표되는 열강 세력과 그에 맞선 완고 세력 그리고 신문물을 받아들인 개화 세력의 담론이 첨예하게 맞선 시대가 근대 계몽기였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제국신문≫은 순국문으로 신문을 발간하여 하층민과 여성을 주 독자층으로 삼았고, 그들을 대상으로 한 논설을 게재하였다. 그리하여 근대적 공론장에서 배제되어 있던 일반 민중은 비로소 공론장에 편입될 수 있었다.
교육의 혜택에서 제외되어 있던 일반 민중을 독자로 설정한 논설은 논증 과정이 교육받은 지식인 계층의 그것과 차이를 지니고 있음은 당연하다. 신문 논설의 논증 과정이 지니고 있는 차이는 논설의 내용 분석과 의미 파악을 통해서 연구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각각의 신문 논설이 발생하게 된 수사적 상황과 이러한 상황 아래에서 논증 효과를 최대한으로 발휘하기 위해 선택된 논증 방법에 집중한 분석이 필요한 것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제국신문≫ 소재 논설의 수사적 상황을 하트가 제시한 청자ㆍ화자ㆍ매체ㆍ설득장ㆍ수사적 관습ㆍ화제ㆍ배경의 7가지 변수를 통해 분석한다.
이 분석을 바탕으로 하여, ≪제국신문≫ 소재 서사적 논설에 삽입된 이야기가 서사가 중심인지 혹은 대화가 중심인지에 따라서 서술적 논설과 대화ㆍ토론적 논설로 이분한다. 이렇게 서사적 논설을 서술적 논설과 대화ㆍ토론적 논설로 이분한 까닭은 각각의 논설이 내포하고 있는 논증 형식이 서사가 개입했을 경우와 대화 혹은 토론적 형식이 개입했을 경우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 논설에 개입한 서사가 논증의 근거로서 사용되는 것과 달리, 후자의 경우에는 대화를 주도하는 언술을 전경화시킴으로써 논증의 타당성을 확보한다. 전자는 스티븐 툴민의 일반 논증 모델로 분석하며 후자는 텍스트 언어학의 대화 분석 방법을 통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툴민의 일반 논증 모델을 통한 서술적 논설의 분석은 이 방법론이 거의 모든 주장에 적용할 수 있으며 또한 주장이 개연성을 확보하는 과정을 도식화하여 알기 쉽게 보여줌으로써, 논설에 개입한 서사가 논증 과정에서 담당하고 있는 역할을 분석할 수 있다. 그리고 텍스트 언어학의 대화 분석은 대화ㆍ토론적 논설의 대화 참여자들의 위계와 지식의 차이를 통한 논증 과정을 분석하는데 유용하다.
이와 같은 연구 목적에 따라서 2장에서는 ≪제국신문≫ 소재 서사적 논설의 수사적 상황을 집중적으로 검토한다. ≪제국신문≫ 소재 서사적 논설에서 화자는 애국 계몽적 신문 매체로서의 에토스(ethos)를 유지하여야 했고, 청자는 충군애국 사상을 가지고 있었음을 확인한다. 또한 ≪제국신문≫ 소재 서사적 논설에서는 과거 논의 되었던 화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함으로써 화제의 논의 가능성의 범위를 확장시키고자 하였다. 화제는 화자와 청자가 공유하고 있는 이데올로기와 결합해 기존 수사적 관습을 전략적으로 이용한다. 그 이유는 근대적 사유를 반대하는 완고척화 세력의 반론, 즉 설득장을 고려한 언술이었다. 이러한 수사적 관습의 문제는 3장에서 더욱 자세하게 다루어진다.
3장에서는 ≪제국신문≫ 소재 서사적 논설의 논증을 로고스적 측면, 다시 말해 ≪제국신문≫ 소재 서사적 논설이 개연성을 확보하는 과정을 분석한다. 우선 서술적 논술을 툴민의 일반 논증 모델로 분석하여, 정언적 명제가 사용되어야 하는 부분에 가언적 명제인 서사가 사용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고찰한다. 형식 내부에서 그 개연성을 보장한다는 것은 전술한 바와 같이 논증 외부의 지식이 개입하지 않아야한다. 이처럼 논증이 개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실(fact)이 요구되는데, 동ㆍ서양의 옛 이야기나 창작 서사가 논증의 지지작용을 하는 ≪제국신문≫의 서술적 논설은 명확한 사실이 아니다. 그러므로 서술적 논설은 그 형식 내부에서 아무런 개연성을 보장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서술적 논설은 동양의 전통적인 수사적 관습인 전거수사(典據修辭) 혹은 용사(用事)를 통해 논증의 불확정성을 감소키고 논증의 개연성을 확보 할 수 있었다. 이는 ≪제국신문≫의 필진이 당대 중심 담론으로 작용하고 있었던 성리학적 담론 체계의 감시를 회피하고 계몽의 담론을 기존 글쓰기 관습에 적용하여 ≪제국신문≫ 소재 서술적 논설이 일반 민중에게 수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래서 ≪제국신문≫의 서술적 논설은 현재의 사건을 옛 사적을 통해 살펴보는 글쓰기 관습을 받아들이면서, 그 주제와 초점화하는 방식은 기존의 해석을 거부하고 있다. 철저하게 논설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예화는 재설정되어 메시지에 삽입된다. 이는 기존의 담론의 감시를 효과적으로 회피하는 동시에 새로운 담론이 청자에게 친숙하게 받아들여지게 하기 위한 수사적 논증 전략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후에는 ≪제국신문≫ 소재 대화ㆍ토론적 논설을 텍스트 언어학의 대화 분석을 통해서 살펴본다. ≪제국신문≫ 소재 대화적 논설에서는 대화 참여자 중 한 쪽이 주도적으로 대화를 이끌어간다. 그리고 주도적 대화 참여자의 지식이 비 주도적 대화 참여자에게 일방향적으로 전달된다. 이는 지식 전달 과정으로서의 대화에 있어서 그 권력이 어느 한 발화자에게 집중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대화의 적절한 모델은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의 강의 상황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대화의 목적이 주장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논증 행위보다는 ‘당위’를 제시하는 것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발화자가 청중에게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청중의 합의를 ‘유도’해 내고 ‘증대’하려는 의도보다는, 자신의 ‘의도’를 청중에게 강제하려는 전략의 소산이다. 이러한 ≪제국신문≫ 소재 대화적 논설의 편중된 발화순서 교체와 대화 참여자 간 수직적인 권력 관계는 성리학에 기반을 둔 수사적 관습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성리학적 대화 관습에서는 대화를 통한 서로간의 이해 증진과 발전이 도모되기보다는 언제나 이쪽에 의한 저쪽의 감화가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대화를 전개된다. 이는 ≪제국신문≫의 필진과 독자가 서로 공유하는 이데올로기, 즉 애국과 계몽을 지니고 있었고 대화적 논설은 이를 재확인하고 재생산하는 목표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국신문≫의 필진인 신지식인 집단은 익숙한 글쓰기이며, ‘완고당’의 동의를 얻을 수 있고 민중이 수용하에 용이한 수사적 관습을 통해 새로운 담론을 생산하고자 하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진리를 확신하고 이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였던 것이다. 민중의 계몽을 통한 부국 강병 실현과 근대 국가 건설이라는 목표를 지닌 신지식인 집단의 수사 전략은 근대적 공론을 창출하여 계몽의 담론을 형성하고자 노력하였다.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새로운 담론의 생산은 그들에게 있어 무엇보다도 시급한 요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국신문≫의 독자들이 수동적인 역할에 그치치 않고, 서사적 논설을 통해 사회적 담론을 생산하는 청자로서 상호 작용하였다는 것이 본 연구가 밝히고자 하는 목표이다.
This study aims to bring to light the process of forming a new style of narrative discourse in the newspaper essays of the modern enlightenment period, by examining the rhetorical situatioin and methods of arguments in narrative essays appeared on JeKuk ShinMoon. A society is bound to have many conflicts. Argument is a language skill aiming to change the concerned person(s) in conflict logically or emotionally in order to dissolve the conflict. Therefore, argument is a branch of rhetoric which seeks for persuasion. The JeKuk ShinMoon, printed purely in Korean, was aimed at the lower classes and women as reader groups and published essays having them in mind.
In this study, the rhetoric situation of essays on JeKuk ShinMoon is analyzed through 7 variables of Hart, which are listener, speaker, medium, persuasion, rhetoric customs, topic and background. Analysis of narrative essays is carried out dividing the essays into two groups; narrative essays and dialogical and discussional essays. The former is analyzed based on the general model of argument by Steven Toulmin and the latter based on analytic method of dialogical of linguistics.
In accordance with the study purpose, Chapter 2 focuses on the rhetoric situation of narrative essays appeared on JeKuk ShinMoon with close examination. In narrative essays on JeKuk ShinMoon, the writer (speaker) had to maintain the ethos as a medium of patriotic enlightenment newspaper, and the readers (listeners) are ascertained to have had patriotic ideology. Furthermore, the topics that had been discussed in the past were continually presented in the narrative essays in order to expand the scope of the possible debates of the topic. It is discovered that the topics used existing rhetoric habits strategically, combining with ideology which was shared between the speaker and the listener.
In chapter 3, the argument of narrative essays on JeKuk ShinMoon is analyzed from the point of view of logos, in other words, the process of establishing probability of narrative essays is examined. First, using Toulmin’s general proof model, it is investigated why hypothetical and narrative thesis was used where categorical thesis was supposed to be used. Narrative essays reduce the uncertainty of arguments by using oriental tradition of rhetorical habits like authoritative rhetoric(전거수사) or citation(용사), thus ascertaining the probability of the argument. This was the strategy of the writing staff of JeKuk ShinMoon to appeal to the general public, avoiding the surveillance of the system with Confucian doctrines which was main discourse of that time. In other words, the narrative essays accepted the traditional writing style of examining present issues through historical examples, but their themes together with focusing method denied the existing interpretations of the time. This was originated from the rhetoric strategy of argument which made it possible to avoid the surveillance of existing discourses and at the same time new discussions could be introduced and familiarized to the listeners.
Subsequently, the dialogue and discussional essays appeared on JeKuk ShinMoon are examined based on the dialogue analysis of text linguistics. In the conversational essays of JeKuk ShinMoon, one person among participants usually leads the dialogue . And the leading participant’s knowledge is transferred to the passive participants unilaterally. This means that in the dialogue as a process of transfer of knowledge, the power is concentrated on one speaker. This shows that the purpose of dialogue was not in the acts of argument to prove the probability, but to suggest ‘what should be’. The reason was because the speaker’s strategy was to reinforce his own ‘intention’ to the listeners, rather than having an intention to ‘lead’ and ‘increase’ the listeners’ agreement in order to achieve common goal.
In the Confucian style of dialogue , it is always developed in the direction of one party being influenced by another party, rather than having mutual efforts for deeper understanding of each other and development through dialogue . The JeKuk ShinMoon had the ideology of patriotism and enlightenment which was shared between the writers and readers, and the dialogical essays aimed to ascertain and reproduce that ideology.
The new intellectual group of writers of JeKuk ShinMoon tried to get accepted by the ‘stubborn’ people through familiar writing style, and at the same time tried to produce new discussions through rhetorical style which is easy for the public to embrace. It was a paramount mission for them to produce new discussions in order to adapt to the changing world.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prove that the readers of JeKuk ShinMoon did not only have a passive role, but turn taking as listeners who participated in producing social discussions through narrative ess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