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18세기 프랑스 천문학자 라플라스는 어느 시점이든 우주의 한 시점에서 우주를 구성하는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온전히 알 수 있다면 그 이후에 일어날 일들을 정확히 예측해낼 수 있다고 단언했다. 뉴턴 물리학으로 대표되는 근대 자연과학의 결정론적 세계관을 한 마디로 보여주는 주장이다. 20세기의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 1901~1976)는 어느 시점에서도 우리는 전자와 같은 소립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만일 입자의 속도를 고정시킨다고 할 때, 입자의 가능한 위치에 대한 통계적 추론이라고 한다. 20세기의 물리학이라고 할 수 있는 양자역학의 기본축 가운데 하나인 이른바 불확정성의 원리이다.

양자역학의 토대가 된 행렬 역학(1925)과 불확정성의 원리(1927)를 창안해 내고 닐스 보어와 함께, 오늘날 표준해석으로 알려진 코펜하겐 해석을 주창함으로써 양자역학의 토대를 마련한, 노벨 물리학상(1932) 수상자 하이젠베르크는 『부분과 전체-원자 물리학에 관한 대화들(Der Teil und das Ganze, Gespraeche in Umkreis der Atomphysik』(1969)에서 자신의 일생을 바쳤던 원자 물리학의 세계에서 그 자신과 동료 과학자들의 과학적 탐구와 고뇌, 성공의 과정을 기록하였다. 19세 때 친구들과 도보여행 중에 나누었던 대화를 기록한 「원자론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1920년대에서 1960년대에 이르기까지 현대물리학의 전성기에 하이젠베르크가 자신의 창조적 과학 활동에 영향을 미친, 여러 물리학자들과의 대화를 20편으로 구성해 놓았다. 이 대화들을 통해 우리는 한 과학자의 창조적 학문 형성 과정과 그의 인간적 고뇌는 물론이고, 20세기 물리학의 형성 과정을 엿볼 수 있다.

20편의 대화중에서, 특히 보어와의 대화들과 아인슈타인과의 대화가 눈길을 끈다. 보어는 1922년 자신의 강연에서 질문을 한 것을 계기로 오랜 동안 인간적 유대관계를 이어가며 하이젠베르크의 학문적 성숙과 사상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책에서도 보어와의 대화는 여러 군데서 등장한다. 하이젠베르크가 나중에 자신의 삶을 회고하면서 "뭔헨의 좀머펠트에게서 물리학의 희망을 보았고, 괴팅겐의 막스 보른에게서 수학을 배웠으며, 코펜하겐의 보어에게서는 철학을 배웠다"고 하였듯이 하이젠베르크와 보어의 대화는 단지 물리학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인식론, 정치현실, 윤리 문제 등 폭넓은 주제에 관한 것이었다.

하이젠베르크는 아인슈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불확정성의 원리를 착안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관찰이란 관찰하려는 현상과 감각의 연관성을 정해주는 자연법칙을 우리가 알고 있을 때에만 의미가 있으며, 관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결정해 주는 것이 바로 이론'이라고 충고하였는데 이 충고를 되새김으로써 불확정성의 원리를 착안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아인슈타인은 죽을 때까지도 자연을 확률론적으로 해석하는 양자역학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이 왜 '부분과 전체'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에서 우리는 하이젠베르크가 생각하는 과학자와 과학연구, 과학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그는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과학은 단지 과학적 주제에 관한 연구가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문제, 철학적 문제, 정치적 문제, 윤리적 문제와 완전히 독립해 있는 과학적 문제란 없다고 주장한다. 과학과 과학연구는 역시 인간과 세계라는 전체의 맥락에서 보아야 하며 단지 과학이라는 부분에 매몰되지 말 것을 과학자들에게 충고한다. 나치 독일 치하에서도 미국으로의 망명의 기회를 붙잡지 않고 독일에 머문 점, 전후 독일 과학의 재건에 앞장선 한편으로 핵폭탄의 개발을 추진하던 아데나워 수상에 반대하여 1957년 18명의 독일인 핵물리학자와 함께 독일의 핵무장을 반대하는 '괴팅겐 선언'을 주도한 것 등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과학의 역사에서 보아도 한 과학이론은 그것이 아무리 당시에 진리처럼 받아들여졌었다고 해도 이후에 등장한 더 폭넓은 설명을 제공하는 다른 과학이론에 포섭됨으로써, 예컨대 고전물리학의 설명 영역이 현대물리학의 설명 영역에 포함되듯이 포섭됨으로써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이룬다고 할 수도 있다.

『부분과 전체』는 제목처럼 그렇게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라 20세기 물리학의 번성기를 산 한 물리학자의 자전적 기록이다. 우리말 번역은 지식산업사에서 발행한 『부분과 전체』(김용준 역, 2005 개정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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