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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친밀한 폭력 : 여성주의와 가정 폭력

정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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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유형단행본
서명/저자사항아주 친밀한 폭력 : 여성주의와 가정 폭력 / 정희진 지음
개인저자정희진= 鄭喜鎭, 1967-
발행사항서울 : 교양인, 2016
형태사항279 p. : 삽화 ; 23 cm
ISBN9791187064053
일반주기 부록: 가정 폭력 피해자 지원 기관1 -- 가정 폭력 피해자 지원 기관2 -- 피해자 지원 체계 외
본서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2001"의 개정판임
서지주기참고문헌(p. 258-271)과 색인수록
언어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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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등록번호 청구기호 소장처/자료실 도서상태 반납예정일 예약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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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일부

“아내 폭력을 핵심적 인권 이슈로 세운 현대판 고전”
- 조효제(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한국 여성과 가족의 현실을 보여주는 ‘유일무이’한 책”
- 고미경(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한국의 젠더 체계를 보는 통찰력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놀랄 만한 감수성”
- 김은실(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

“한국 형사사법기관 종사자와 입법자들의 필독서”
- 조국(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왜 ‘남편’이 ‘아내’에게 휘두르는 폭력은 ‘사소한’ 일이 되는가?

“마누라와 북어는 3일에 한 번씩 두드려 패야 한다”라는 폭력적인 언사를 농담으로 소비하고, 폭력 남편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여성에게 “살다 보면 그럴 수 있다”면서 “애초에 ‘맞을 짓’을 하지 말라”고 충고하는(?) 사회는 과연 어떤 사회인가? 스트레스가 심해서, 분노 조절이 어려워서 ‘집사람을 좀 쳤다’고 말하는 남편들은 왜 직장 상사나 길 가는 행인에게는 분노를 터뜨리지 않는가?
‘한국 페미니즘의 교과서’로 불리는 《페미니즘의 도전》의 저자 정희진은 《아주 친밀한 폭력...

출판사 제공 책소개 전체

“아내 폭력을 핵심적 인권 이슈로 세운 현대판 고전”
- 조효제(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한국 여성과 가족의 현실을 보여주는 ‘유일무이’한 책”
- 고미경(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한국의 젠더 체계를 보는 통찰력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놀랄 만한 감수성”
- 김은실(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

“한국 형사사법기관 종사자와 입법자들의 필독서”
- 조국(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왜 ‘남편’이 ‘아내’에게 휘두르는 폭력은 ‘사소한’ 일이 되는가?

“마누라와 북어는 3일에 한 번씩 두드려 패야 한다”라는 폭력적인 언사를 농담으로 소비하고, 폭력 남편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여성에게 “살다 보면 그럴 수 있다”면서 “애초에 ‘맞을 짓’을 하지 말라”고 충고하는(?) 사회는 과연 어떤 사회인가? 스트레스가 심해서, 분노 조절이 어려워서 ‘집사람을 좀 쳤다’고 말하는 남편들은 왜 직장 상사나 길 가는 행인에게는 분노를 터뜨리지 않는가?
‘한국 페미니즘의 교과서’로 불리는 《페미니즘의 도전》의 저자 정희진은 《아주 친밀한 폭력》에서 타인이 침범할 수 없는 사적 공간이자 ‘안식처’로 여겨지는 가정이 실은 가부장제 사회의 뿌리 깊은 성 차별 의식과 성별 권력 관계가 가장 자연스럽게 구현되고 학습되는 사회적, 정치적 공간임을 밝힌다. 이 책은 지금 한국 여성이 처한 현실에 대한 가장 적나라하고 고통스러운 보고서이다. 이 책을 읽는 것은 곧 여성주의의 눈으로 한국 사회와 자신을 새롭게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이 책은 2001년에 출간된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의 개정판으로서 저자가 새로 집필한 ‘머리말’이 실려 있으며 현재 시점에 맞게 여러 정보를 수정, 보완하였다.)

여성주의 글쓰기의 전형,
더할 나위 없이 생생한 페미니즘 입문서


한국 여성 대부분은 일생에 적어도 한두 번 이상 애인이나 남편에게 폭력 피해를 당한다. 2009년에서 2015년까지 남편 혹은 애인에게 살해당하거나 살해당할 위기에 놓여 기사화된 여성은 모두 1,051명. 보도된 것만 쳐도 평균 2.4일에 한 명씩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그러나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폭력을 당하는 여성 중 실제로 얼마나 많은 수가 사망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통계 자료도 없고, 자살, 사고사, 실종으로 처리되는 죽음이 많기 때문이다.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끔찍하게’ 죽거나, 맞아서 죽기 전에 남편을 죽여야 비로소 ‘보이게’ 된다.
《아주 친밀한 폭력》은 이렇게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는 거대한 폭력, ‘아내 폭력’이라 불리는 아주 친밀하고도 낯선 폭력의 실상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우리 사회의 성 차별적 인식을 낱낱이 드러낸다. 이 책은 ‘아내 폭력’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 사회 구조의 문제이며, 여성과 남성의 관계가 계급 관계보다 더 근본적인 권력의 문제임을 입증한 독보적인 연구서이다.

저자 정희진은 10여 년에 걸친 상담 경험과 사례 연구, 수백 편에 이르는 국내외 문헌 연구, 가해 남성과 피해 여성에 대한 심층 면접(전체 50가구)을 바탕으로 하여, 가족 집단에서부터 공권력에 이르기까지 ‘아내 폭력’을 공공연히 은폐하고 재생산하는 가부장제 사회의 멘탈리티를 속속들이 해부한다. 가해 남성들과 피해 여성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운명 공동체이자 평화로운 안식처로서 가족의 허상은 산산이 부서지고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와 성 차별 의식이 압축적으로 구현되는 공간으로서 가정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여성주의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주는 이 책에서 저자는 남성 중심 사회가 결혼 제도를 통해 어떻게 여성의 정체성을 시민·개인·인간이 아니라 아내·며느리·어머니라는 역할로 이전시키고 남성의 기득권을 유지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매 순간 인간으로서 ‘권리’와 아내·며느리·어머니로서 ‘도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성들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페미니즘 입문서가 될 것이다.

여성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증언하는
여성주의 담론의 출발점

아내 폭력을 핵심적 인권 이슈로 세운 현대판 고전

“이 책은 ‘아내 폭력’의 문제를 우리 사회의 핵심적 인권 이슈로 의제화하는 데 큰 공을 세운 현대판 고전이다. 덕분에 우리는 성별화된 가족 제도라는 괴물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얻었다. 이젠 이런 문제가 많이 사라지게 되지 않았을까. 이 책은 이런 생각이 순진한 기대에 지나지 않음을 일깨워준다.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고통스런 현실에 응답할 책무가 있다.” _ 조효제(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한국 여성과 가족의 현실을 보여주는 여성학 입문서
“이 책은 가정 폭력에 관한 책이지만 여성학 입문서로서 더욱 권하고 싶다. 한국 여성과 가족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유일무이’한 책이다.” _ 고미경(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젠더 체계를 보는 통찰력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놀랄 만한 감수성
“이 책은 가부장제 사회의 여성의 성 역할 규범이 어떻게 폭력으로 연결되는가를 분석한다. 동시에 인문사회과학 연구의 방법론과 윤리에 관한 좋은 참고서이다. 지도 교수로서, 여성주의자로서 정희진이 한국의 젠더 체계를 보는 통찰력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놀랄 만한 감수성에 일찍부터 감탄하고 있었다. 한국 여성주의 인식론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_ 김은실(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 아시아여성학센터 소장, 한국여성연구원 원장)

한국 형사사법기관 종사자와 입법자들의 필독서
“1953년 제정된 형법과 1997년 제정된 가정폭력특례법은 아내 구타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경제력 규모가 경제협력개발기구 수준이 된 한국의 가정에서 아내 구타는 끈질기게 발생하고 있다. 자신에게 ‘아내 징벌권’이 있다고 믿는 남편이 허다하다. 아내가 ‘맞을 짓’을 했을 것이라거나, 아내 구타는 ‘칼로 물 베기’ 정도의 ‘사랑 싸움’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도 여전하다. 이 속에서 매 맞는 아내는 수치심으로 폭력을 숨기기도 하고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관념에 얽매여 폭력을 수용하기도 하며, 그 결과 비극을 맞이한다. 이 책은 아내 구타의 참혹한 현실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다. 한국 형사사법기관 종사자와 입법자들에게 필독을 권한다.” _ 조국(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얼마나 많은 여성이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는가?
― 통계로 보는 가정 폭력


‘아내(에 대한) 폭력’은 1997년 가정폭력방지법이 제정된 이후에야 가해자가 처벌을 받는 범죄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아내 폭력’을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라기보다 타인이 끼어들어서는 안 되는 사적인 문제, 남의 ‘집안일’로 보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폭력당하는 아내들에 관한 제대로 된 통계가 없는 현실도 이런 인식에 따른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여성의전화’를 비롯한 여성 단체와 정부가 주도하는 가정 폭력 실태 조사에서 드러나는 내용만으로도 현실의 심각성은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 가정의 부부 폭력 경험률은 50퍼센트에 이른다.(여성가족부의 가정 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0년도에 ‘지난 1년간 부부 폭력 발생률’은 53.8퍼센트였으며 2013년도 실태조사에서는 45.5퍼센트로 나타났다.) 다음은 아내 폭력의 현실을 보여주는 최근 자료들이다.

가정 폭력 사범 5년 새 6.5배 급증… 피해자 70%가 아내
2014년 기준으로 가정 폭력 사범이 4만 7549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130명 이상이 가정 폭력으로 검거된 셈인데, 5년 전보다 6.5배나 늘었다. 같은 해 가정 폭력 피해자의 70%는 아내였다. (9월) 14일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1~2015)간 가정 폭력을 저질러 검거된 인원은 10만 832명에 달한다. 특히 아내에 대한 폭력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드러났다. 2014년 가정 폭력 사범 1만 7557명 중 1만 2307명(70%)이 아내를 상대로 폭력을 휘둘렀다.
- <여성신문> 1407호 (2016년 9월 15일)

이틀에 한 번 살해, 살인미수…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목숨을 잃는 여성들
강력 범죄(흉악-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 피해자의 약 90%가 여성(대검찰청 2015 범죄 분석)이라는 통계 외에 여성 살해 사건에 대한 국가의 공식적 분석이 부재한 상황에서 한국여성의전화는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을 집계해 2009년부터 여성 살해 실태를 보고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간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던 자에게 살해당한 여성은 최소 657명, 미수 포함 1051명이다. 최소 2.4일에 여성 한 명이 살해됐거나 살인미수 범죄를 경험한 셈이다.
― <월간 참여사회> 2016년 7월호 ‘여성이 사는 세상’(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에서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 ‘아내 폭력’… 가해자 구속 비율 1%대
경찰청에 따르면 가정 폭력 검거 인원은 2011년 7272명에서 2015명 4만 7549명으로 5년간 6.5배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도 6월 말 현재 2만 6130명이 검거되며 전년보다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가정 폭력 가해자는 제대로 처벌받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해(2015년) 8월 법무부의 국정감사 제출 자료에 따르면, 가정 폭력 범죄 기소율은 2011년 18%에서 2014년엔 13%로 줄어들었고 지난해엔(7월 말 기준) 9%에 불과했다. 가정 폭력 범죄자를 구속한 경우는 2012년 0.78%에서 2015년 1.27%로 0.49%p 늘었지만 여전히 1% 대에 불과하다. ― <내일신문> 2016년 7월 26일 게재

가정 폭력을 범죄가 아닌 ‘집안일’로 보는 공권력
2013년 5월, 경찰청이 전국 경찰관 8932명과 가정 폭력 담당 수사관 9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정 폭력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가정 폭력 사건은 가정 안에서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7.9%, ‘경찰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35%에 달한다.

한편, 이 책에서 저자는 ‘아내 폭력’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가 어려운 더 중요한 이유를 말한다. 여성에게 자신의 경험을 여성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표현할 언어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든 사회 현상이 그렇지만 특히 여성에 대한 폭력은 정확한 통계가 불가능하다. 이 문제가 숨겨진 범죄이기 때문에 암수(暗數) 발생이 많고 피해자, 가해자, 질문자 모두 여성 폭력에 대한 개념을 남성 중심적으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례가 누락되거나 왜곡된다. 여성 폭력에 대한 여성과 남성의 경험은 현저히 다르다. 일례로 성기 노출의 심각성에 대한 양적 조사에서 여성들은 쉽게 응답했지만, 대부분의 남성 응답자들은 ‘세상에 이런 일이 있느냐, 성기 노출하는 남자들이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며 현상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 여성 폭력에 대한 사회적 보고(report)는 담론에 의해 선택적이다. ― 79쪽(2장 당사자 : 연구자, 피해자, 운동가로서 나)

‘아내 폭력’, 성 차별적 한국 사회의 축도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남편에게 (신체적·정서적·언어적·경제적·성적) 폭력을 당했다고 토로하면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거나 ‘사랑 싸움’이라는 말을 흔히 듣게 된다.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에서 폭력을 남편의 ‘열렬한’ 사랑을 보여주는 증거로 묘사하기도 한다. 남편에게 구타를 당하던 여성이 이웃이나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는 경우도 여전히 많다. 이 모든 상황에는 ‘아내 폭력’을 개인들 간에 벌어지는 ‘사소한’ 문제, ‘남의 집안일’로 여기는 시각이 깔려 있다. 《아주 친밀한 폭력》에서 저자는 ‘아내 폭력’이 문제 있는 개별 남성이 저지르는 일탈적이고 사소한 일이 아니라, 가부장제 사회의 성 차별적 가족 제도에서 비롯된 보편적인 사회 문제임을 입증한다.

가정 폭력, 한국 남성의 성 역할
“개인인 남성과 여성은 가족 제도를 통해 ‘남편’과 ‘아내’라는 지위를 얻게 되고, 그 지위는 남성과 여성에게 서로 다른 내용의 노동과 규범을 요구한다. 결혼 생활을 구성하는 부부 간의 성(性), 여성의 보살핌 노동과 가사 노동, 남성의 임금 노동, 가정의 대표자로서 남성 가장 등 가족 생활에서 남성과 여성의 역할은 사회에 확산되어(‘가정은 사회의 기본 단위’) 사회적 성별 관계 전반을 규정한다.”(103쪽·4장 폭력 남편이 인식하는 아내 폭력)
그런데 실제로 ‘생계 부양자 남성 - 의존자 여성’의 신화는 깨진 지 오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맞벌이 가구는 43.9퍼센트였다. 임금 노동에 종사해 홀로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기혼 여성들도 많다. 하지만 달라진 현실과 상관없이 여성들은 아내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요구받는다. 가사 노동도 맡고 아이 양육과 교육도 책임지고 돈도 벌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아내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을 때, 그것은 곧 규범 위반으로 여겨져 폭력의 빌미가 된다.

오랜 세월 동안 가정 폭력은 남성의 성 역할이었다. 한국의 여성 운동은 이 역할을 불법 행위로 만들었다. 이 책은 아내와 남편이 가정 내 성 역할 규범을 위반했을 때 받는 처벌의 극단적 불평등성, 성별에 따라 정반대로 적용되는 현실을 분석한다. 남성의 가치는 성별로 규정되지 않는다. 남성의 성 역할은 여성에 비해 간소할 뿐더러, 남성이 성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때(실직을 했거나 섹스를 못할 때) 남편을 ‘패는’ 아내는 드물다. 오히려 전 국민적인 남성 기 살리기 운동이 펼쳐진다. 다시 한 번 강조하면, 가정 폭력은 아내가 가족 내 성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남편이 판단할 때, 남편이 임의로 수행하는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처벌이다. ― 9쪽(머리말)

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문제인가?
가정 폭력을 극소수 일탈 가정의 문제 혹은 개인 심리의 결과로 보는 관점은 상당히 뿌리가 깊다. 가정 폭력이 가부장적 가족 구조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모든 아내들이 다 맞고 사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하는 의문을 품는다. 안 때리는 남편도 많고 안 맞는 아내도 있으므로, 가정 폭력은 결국 개인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이것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과 관련된 이슈는 언제나 사적인 문제로 취급되는 편견의 결과일 뿐이다.”

전 국민의 1퍼센트 정도가 절도 피해를 입었다면 그 누구도 이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 절도범의 스트레스와 분노로 인한 문제로 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당연히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분석되고 국가 사회적 대책이 세워질 것이다. 그러나 ‘아내 폭력’은 거의 모든 통계에서 50퍼센트 이상이 경험하는데도 여전히 개인적인 일로 간주된다. 성폭력 등 여성이 범죄의 피해자일 경우 언제나 이와 비슷한 논리가 적용된다. ― 25쪽(1장 ‘아내 폭력’, 가부장제의 축도)

한편, 이런 인식은 사회가 여성을 인간의 범주에서 제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내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적, 제도적 대책들이 한결같이 ‘가정 유지’를 목적으로 삼아 온 것도 이 문제를 여성의 인권 문제(개인·시민·인간으로서 여성의 권리 문제)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내 폭력’을 “인류의 절반을 억압하는 중대한 정치적 사건”으로 규정한다.

여성 폭력이 인간의 안전과 존엄을 공격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적 영역의 사소한 문제라는 인식은, 여성을 보편적인 인간의 범주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구타 남편들이 ‘여자 하나 때린 걸 갖고 뭘 그러느냐’, ‘나는 사람을 친(때린) 것이 아니라 집사람을 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사회가 남성만을 보편적인 인간으로 인정하고 남성의 폭력을 방조하고 지지하기 때문이다. …… ‘아내 폭력’이 가족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로 제기된다는 것은, 여성을 가족 구성원으로만 한정했던 가부장제 질서에 대한 도전이며 여성을 사회적 개인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여성 정체성의 정치학에 새로운 차원을 열게 된 것이다. ― 95쪽(3장 여성의 눈으로 보는 ‘아내 폭력’)

아내 폭력은 어떻게 지속되고 재생산되는가?
저자는 ‘아내 폭력’을 여성 개인에 대한 폭력이 아니라 가족에 대한 폭력으로 환원하는 가족주의적 접근 방식(“아내 폭력은 가정을 깨뜨리는 행위이므로 잘못”이라는 인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폭력으로부터 가정을 보호하자’는 관점에서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만들어지고 있어서 아내 폭력 문제가 제대로 인식되지도 해결되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현행 가정폭력방지법도 최우선 목표는 가정의 ‘회복’이다.
가정 폭력 범죄자의 구속률이 1퍼센트대에 불과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 한국의 검찰과 사법부는 대부분의 가정 폭력 범죄자를 처벌하지 않고 집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그러나 ‘상담’과 ‘치료’를 받는다는 조건 아래 가정으로 돌아간 남성들이 다시 폭력을 저지르는 재범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피해 여성들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가정 폭력 사범 중 재범 인원은 2014년 991명으로 2012년 194명에 비해 5배 가까이 높아졌다.)

나는 ‘아내 폭력’에 대한 가족 유지적 접근이 과연 ‘아내 폭력’ 문제의 대책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 부정적이다. …… 만일 어떤 사람이 가정이 아닌 길거리에서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당했다면, 당연히 가해자를 처벌해야지 치료하거나 상담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즉 ‘아내 폭력’이 전쟁, 고문, 조직 폭력 같은 일반적인 폭력과 다른 것은 그것이 단지 ‘가정’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행사한다는 점이고 그로 인해 오랫동안 은폐되었거나 지속된 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 바로 이 부분을 지적하고 비판하지 않는다면 ‘아내 폭력’을 근절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 30, 31쪽(1장 ‘아내 폭력’, 가부장제의 축도)

‘아내 폭력’을 정상화, 합리화하는 사회적 통념을 해체하다

가부장제 사회는 ‘전통’이나 ‘문화’라는 이름 아래 여성이 당하는 폭력을 폭력 그 자체로 인식하지 않게 하는 다양한 문화적 구조들을 만들어 왔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그동안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사회적 통념들, 아내 폭력의 심각성과 정치적 성격을 은폐하고 여성을 수동적인 존재로 규정하고 억압하는 남성 중심적 사고를 파헤친다.

“부부는 일심동체”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부부는 일심동체’, ‘가족 동반 자살’과 같은 언설에서처럼 가족이 하나의 단위라는 통념은 너무도 강해서 한국 사회에서는 이미 상식처럼 되어버렸다. 그러나 가족이 하나의 단위라는 담론은 성별과 연령에 따른 가족 구성원들 간의 권력 관계를 은폐하고, 실제로는 가정 폭력에 대한 외부의 중재를 방해하여 폭력을 지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역사상 가족이 한 개의 단위로서 사회의 기본 구성 단위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가족이 사회의 기본 단위라는 것을 다른 말로 하면, 결국 가족은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이지 가족 자체가 사회는 아니라는 것이다.” ― 24쪽(1장 ‘아내 폭력’, 가부장제의 축도)

‘매 맞는’ 아내는 무기력하고 나약하다?
“나는 왜 그토록 많은 (실제 거의 모든) 연구들이 폭력당한 여성들을 무기력하다고 보는지 이 점이 가장 의아스러웠다. 그들은 실제로 무기력한가? 아니면 남성만을 주체로 인정하는 한국 사회의 가부장성이 그들이 ‘무기력하길 원하는가’? 내가 만난 50여 명의 피해 여성들은 ‘무기력하고 자존감 없음’과는 거리가 멀었다. …… 내가 보기에 그들은 특별히 나쁜 사람들도 특별히 착한 사람들도 아닌, 다만 폭력의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인생을 살다가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처한 보통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 그들은 선택과 대안을 필요로 할 뿐이지 불쌍하거나 병든 희생자가 아니다.” ― 81쪽(2장 당사자 : 연구자, 피해자, 운동가로서 나)

‘아내 폭력’은 비정상적인 부부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근대 이후 가부장제 사회가 고수하고자 하는 친밀성의 상징으로서 가족의 이미지와 ‘아내 폭력’의 실상은 양립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래서 ‘아내 폭력’은 가족의 어두운 측면으로 간주되어 왔다. ‘아내 폭력’이 비정상적인 부부 관계에서만 일어날 것이라는 통념은, 폭력 남편이 ‘아픈 사람’(정신병자)이거나 ‘나쁜 사람’(성격 파탄자)일 것이라고 생각하게 한다. …… 이러한 담론의 결과로 남편의 폭력은 지나치게 이해되어 온 반면 아내의 대응은 지나치게 비난받아 왔다.” ― 105쪽(4장 폭력 남편이 인식하는 아내 폭력)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
“‘남편은 아내 하기 나름’, 혹은 ‘세계를 지배하는 사람은 남자이고 그 남자를 지배하는 사람은 여자’ 따위의 사회적 언설은, ‘여자의 할 일은 남자를 만드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남성(성)의 형성은 상대 성(性)인 여성의 복종과 배려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여성은 아이에게 젖을 주듯 남성에게 자아를 키워주고 그들의 상처와 분노를 어루만져주어야 한다. 이렇게 여성이 남성을 만드는 과정이 감정 노동, 보살핌 노동이다. 여성은 비난의 말, 자존심 상하게 하는 말, 무관심 등으로 남성성을 거세할 수도 있고 반대로 남성을 강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므로 남녀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모든 책임은 여성에게 있다.” ― 192쪽(6장 아내 정체성과 가족 정치학)

남자는 본래 여자보다 폭력적이다?
“한국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은 폭력에 다른 방식으로 연결되는데 일반적으로 폭력은 남성의 본능, 전유물로 여겨진다. 성별에 따라 폭력 허용도가 다르기 때문에 아내의 방어는 정당 방위가 아니라 남편에 대한 공격이 된다. …… 여성을 수동적인 존재로 보는 문화적 고정 관념은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 앞에서도 여성의 저항권을 박탈한다.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것은 ‘집안일’이고 때리다가 아내가 숨지면 ‘과실 치사’가 되지만, 아내가 남편에게 맞다가 남편을 살해하는 것은 확실한 ‘살인 범죄’가 된다.” ― 229쪽(6장 아내 정체성과 가족 정치학)

왜 여성의 고통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가?
― 생존자·증언자로서 피해 여성과 고통의 정치학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자신이 입은 폭력 피해와 고통을 말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여성이 자신이 겪은 가정 폭력, 성폭력 사건을 용기를 내어 고발하는 순간, 주류 남성 사회는 끊임없이 증거를 요구하고 검증하려 든다. 저자가 만났던 아내 폭력 피해자들 역시 그와 같은 과정을 거치며 고통을 겪은 뒤였고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을 온전히 믿기 어려워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여성으로서, 여성주의자로서, 사회과학 연구자로서 피해 여성들을 만나면서 겪은 고민과 혼란을 가감 없이 털어놓는다. 특유의 감수성과 솔직함을 통해 저자는 고통을 증언하는 것, 타인의 고통을 듣는 행위에 대한 고민에 동참하도록 독자들을 이끈다.

‘우리가 믿을 수 있게 충분히 맞고 나서 말하라’ - 의심받는 고통, 받아들여지지 않는 고통
저자에 따르면, 증언자로서 만난 피해 여성들은 ‘이런 이야기를 누가 믿겠느냐?’며 자신이 폭력당한 경험을 쉽게 털어놓지 못했다. 증언자들은 말하는 고통 못지않게 의심받는 고통을 호소했다. 저자 역시 이런 이야기를 썼을 때 사람들이 믿을지 걱정했다. 피해자는 자신이 분명히 맞았는데도 자신의 경험을 의심했고, 저자는 자신이 직접 들은 경험을 의심했다. 이 상황에 대해 결국 저자는 증언자와 연구자가 모두 “가부장적 시선을 강하게 의식”했기 때문임을 깨달았다.

인간이 고통을 느끼고 표현하고 인정하고 공감하는 행위는 그 사회의 권력 관계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어느 사회나 주인의 고통과 노예의 고통이 평등하게 취급되지는 않을 것이다. 고통을 둘러싼 정치적 권력 관계는 ‘아내 폭력’의 재현과 담론화 과정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대중 매체에서 ‘아내 폭력’의 극단적인 사례만이 재현되는 것은, 그들의 고통이 믿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사회가 확실히 믿을 수 있을 때까지 맞아라, 우리는 이 정도라야 믿는다’는 남성 중심 사회의 메시지라고 받아들인다면 나의 지나친 해석일까? ‘아내 폭력’은 피해가 가시화되어야만 ‘진실’이 되기 때문에(“남편이 총을 ‘쏘면’ 신고하라”) 문제 해결은 언제나 피해 이후에 논의된다. …… 여성들이 가정에서 당하는 폭력은 ‘개인적’인 것으로 간주되므로, ‘사회적’인 문제가 되려면 피해가 끔찍하고 심각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고통의 정치학이다. ― 60쪽(2장 당사자 : 연구자, 피해자, 운동가로서 나)

증언자의 고통을 착취하지 않기 위해 - 연구자의 윤리
나는 피해 여성들의 ‘말하는(말해야 하는) 고통’을 지켜보면서, 사회를 현재 그대로 두려는 보수주의자의 생각에 어느 정도 동의하게 되었다. 인간 생활의 어두운 문제(惡)를 ‘들추어내어’ 연구하고 개선하려는 노력 자체가 악은 아닐까, 악을 파급하는 것은 아닐까, 악이 되기 쉬운 것은 아닐까? 폭력 문제를 연구한다는 것은 불가피하게 연구자인 나도 폭력에 연루되고 접촉함으로써 부정의(injustice)한 상황에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증언자들의 고통은 청자의 경험 밖에 있으므로 타인의 고통을 다루는 연구자, 여성 운동가는 그들의 고통을 타자화하기 쉽다. 이것이 바로 악이다. 나는 증언자의 고통을 반복적으로 들으면서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점점 무뎌지는 것을 느꼈다. 나중에는 그 얘기가 그 얘기 같고, 듣는 행위 자체가 나에게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 그들의 고통에 동참하려는 감수성과 긴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듣는 자가 성찰을 게을리하는 순간, 말하는 자의 고통은 대상화된 이야깃거리에 불과하거나 심지어 ‘상품’으로 전락하게 된다. ― 59쪽(2장 당사자 : 연구자, 피해자, 운동가로서 나)

‘때릴 수 있는 권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저자에 따르면, ‘아내 폭력’은 가부장적 가족 제도에서 남편/아내의 성 역할 규범으로부터 발생하는 일상적인 사건이다. 저자가 직접 만난 가해 남성들은 자신은 ‘남편’이기 때문에 ‘아내’의 잘못을 바로잡을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가해 남편들이 생각하는 폭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모두 아내의 역할 규범 위반과 관련되었다. 한마디로 남편이 보기에 아내가 아내·며느리·어머니로서 ‘도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 그것은 곧 ‘맞을 짓’을 한 것이다.

‘아내 폭력’은 가부장제 사회의 ‘규범’이다
우리 사회는 ‘아내 폭력’을 소수 남성들의 일탈로 간주해 왔지만, 한편으로 남성들은 ‘마누라와 북어는 사흘에 한 번씩 패야 한다’, ‘가정폭력방지법 생기면 무슨 재미로 사나!’ 같은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아내 폭력’을 당연한 역할 규범으로 생각해 왔다.

한국 사회에서 가족은 평등한 성원들의 수평적인 공동체가 아니라 성과 연령에 따른 역할이 있고, 그에 따라 가족 구성원들 간에 위계가 정해진다. 집안의 ‘대표자, 선장, 운전자, 어른’인 남편은 가족 구성원들을 통솔하고 지도해야 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 남편은 부인의 잘못을 교육할 수 있고 또 교육해야 하는데, 이때 폭력은 아내가 말을 듣지 않으므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방법이다.
― 108, 109쪽(4장 폭력 남편이 인식하는 아내 폭력)

‘맞을 짓’은 누가 정하는가?
“아내가 ‘맞을 짓’을 했으니 맞는다”라는 피해자 유발론은 그동안 ‘아내 폭력’을 설명하는 가장 일반적인 사회적 담론이자 문화적 전제였다. 이 책에 담긴 피해 여성들의 이야기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이러한 전제를 받아들인다. 저자에 따르면, ‘맞을 짓’은 아내가 역할 규범을 지키지 못한 경우, 예를 들어 가사 노동을 게을리 했다거나 시댁에 잘못했다거나 남편에게 말대꾸를 했을 때를 말한다. 그런데 어떤 행동이 ‘맞을 짓’인지는 누가 정하는가? “폭력 가정에서는 남편/아내 역할의 범위와 책임과 처벌의 기준을 전적으로 남편이 구성한다.”

다른 가사 노동과 달리 시집에 대한 봉사는 자녀의 ‘도리’로서 요구되기 때문에 여성에게 더 큰 도덕적 비난이 따른다. 시아버지 삼우제를 안 간 사례 남편 b의 부인의 행동은 한국 사회에서 사는 며느리로서는 파격적인 행동이다. 이는 다른 남편들이 봤을 때는 ‘기가 막히고, 더 이상 살기 싫다는 의사 표현’일 정도로 며느리로서 규범을 어긴 것이다. 그래서 남편은 자기가 생각해도 무서울 정도로 아내를 때릴 수 있다. 여성의 며느리로서 역할과 남성의 사위로서 역할은 대칭적이지 않다. 결혼한 여성과 남성이 ‘도리’를 다해야 하는 대상과 방식은 다르다. 그 ‘다름’을 실천하지 않는 여성에게는 며느리로서 처벌이 따를 수밖에 없다. ― 120쪽(4장 폭력 남편이 인식하는 아내 폭력)

일반적으로 남성은 이성적이고 여성은 감성(정)적이라고 간주되지만, 실제로 그러한 특성이 표현되는 것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스포츠 분야에서 남성들은 감정적이 되도록 격려받는다. 남성들은 사적 영역이라고 여겨지는 가정에서는 별로 이성적이지 않다. 가정이 휴식처라는 언설은, 실제 가정이 그렇다기보다는 남성들이 희망하는 것이다. 남성들은 가정이 휴식처이므로 마음대로 자기 감정?주로 분노 ?을 발산할 수 있고, 아내는 그것을 조건 없이 수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아내는 어떤 상황에서도 남편의 감정을 맞춰주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남편의 기분을 배려하지 않은 아내의 자기 감정 표현은 폭력의 충분한 이유가 된다. ― 147쪽(4장 폭력 남편이 인식하는 아내 폭력)

피해 여성들은 왜 다시 폭력의 공간으로 돌아가는가?

‘매 맞는’ 아내 이야기가 나오면 많은 사람들이 “왜 그런 상황에서 도망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런 질문이 현재 한국의 가족 제도에 대해, 그리고 피해 여성들이 처한 물리적·심리적 상황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많은 피해 여성들이 폭력으로부터 탈출하려다가 ‘아내’, ‘어머니’의 도리와 충돌하면서 다시 가족 구성원으로 돌아가고, 일상적인 폭력에서 비롯된 극심한 공포도 탈출을 막는다.

비록 자신은 맞을지라도 자녀를 위해서 폭력을 견뎌야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한 ‘인간’으로서 여성과 ‘어머니’로서의 여성이 양립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은 누구나 최소한 맞지 않고 살 권리가 있지만 여성이 ‘어머니’가 될 때 그 권리는 당연히 유보되고 포기된다. 그들에겐 ‘인간의 권리’보다 ‘어머니로서의 도리’가 더 중요한 가치이고, 또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 206쪽(6장 아내 정체성과 가족 정치학)

지속적인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이 공포를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사람들은 유독 구타당하는 아내의 공포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 참전 군인, 학살 사건 경험자, 폭발물 사고 피해자, 교통 사고 피해자의 공포심은 당연히 그들 개인의 고통으로부터 접근되고 치유된다. 그러나 ‘아내 폭력’ 피해자에 대해서는 이 당연한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아내 폭력’ 문제에서 가장 일반적인 질문인 ‘왜 그런 상황에서도 못 나오는가’는, 단지 피해자가 아내이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폭력당하는 사람의 공포를 이해하지 못한 질문이다. ― 220쪽(6장 아내 정체성과 가족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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