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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 800리 : 인문기행

권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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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유형단행본
서명/저자사항관동 800리 : 인문기행 / 권혁진 글
개인저자권혁진
발행사항춘천 : 산책, 2020
형태사항291 p. : 천연색삽화 ; 22 cm
ISBN9788978640831
일반주기 색인수록
분류기호915.195
언어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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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등록번호 청구기호 소장처/자료실 도서상태 반납예정일 예약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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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일부

해당화 불타는 듯한 바우길
백사장 눈내린 듯한 해파랑길을 걷다


코로나 사태 이후 여행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떠나지 못할수록 여행에 대한 갈망이 커져만 간다. 여행에 대한 패턴조차도 변하고 있는 요즈음 이 같은 갈망에 답을 줄 수 있는 책이 출간되었다. 한시를 바탕으로 강원도 각 지역의 인문기행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출간했던 권혁진 박사의 <관동 800리 인문기행>이다.
<관동 800리 인문기행>에서 다루는 공간은 동해안이다. 『관동 800리 인문기행』은 관동팔경뿐만 아니라 그 사이사이에 시문과 그림이 창작된 문화공간을 찾는 여정의 기록이다. 여정 속에서 이미 사라진 공간에서 가슴 아파한다. 사라져가는 공간을 찾아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하고, 까맣게 잊고 있었던 공간을 찾아 의미를 다시 음미하기도 한다.
산으로 둘러싸인 고성의 선유담은 낮은 담장 같은 모래 언덕을 경계로 바다와 나뉘어져 있었다. 선인들은 선유담을 ‘그윽하고 한가하며 얌전하고 고운 것이 규방의 처자 같고, 밖으론 어둡고 안으로 밝은 것이 덕을 숨긴 어진 선비 같다’고 평하였다. 신선이 노닐만한 잔잔한 호수가 떠오...

출판사 제공 책소개 전체

해당화 불타는 듯한 바우길
백사장 눈내린 듯한 해파랑길을 걷다


코로나 사태 이후 여행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떠나지 못할수록 여행에 대한 갈망이 커져만 간다. 여행에 대한 패턴조차도 변하고 있는 요즈음 이 같은 갈망에 답을 줄 수 있는 책이 출간되었다. 한시를 바탕으로 강원도 각 지역의 인문기행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출간했던 권혁진 박사의 <관동 800리 인문기행>이다.
<관동 800리 인문기행>에서 다루는 공간은 동해안이다. 『관동 800리 인문기행』은 관동팔경뿐만 아니라 그 사이사이에 시문과 그림이 창작된 문화공간을 찾는 여정의 기록이다. 여정 속에서 이미 사라진 공간에서 가슴 아파한다. 사라져가는 공간을 찾아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하고, 까맣게 잊고 있었던 공간을 찾아 의미를 다시 음미하기도 한다.
산으로 둘러싸인 고성의 선유담은 낮은 담장 같은 모래 언덕을 경계로 바다와 나뉘어져 있었다. 선인들은 선유담을 ‘그윽하고 한가하며 얌전하고 고운 것이 규방의 처자 같고, 밖으론 어둡고 안으로 밝은 것이 덕을 숨긴 어진 선비 같다’고 평하였다. 신선이 노닐만한 잔잔한 호수가 떠오른다. 그러나 선유담은 육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회복 불능 상태가 되었다. 이밖에도 강릉 호해정 앞의 경포호도 매립된 지 오래다. 김홍도의 그림 속에서 옛 모습을 겨우 찾아볼 수 있다. 일출뿐만 아니라 달구경이 으뜸인 낙산사의 이화정도 시문 속에서만 볼 수 있게 되었다.
강릉의 풍호는 옛 책에 “호수의 둘레가 4㎞쯤 되어 크기는 경포에 미치지 못하나 호수 중심에 연꽃이 만발하여 경포에서는 볼 수 없는 경치를 이루고 있다”고 풍호를 기억하고 있다. 인간세상과 다른 별세계로 ‘그윽하고 고요하며 평안하고 안온[幽靜平穩]’한 아름다움을 지녀서 잡다한 현실에서 벗어나 힐링하기에 적당한 곳이었던 풍호는 시 속에서만 꽃을 피우고 추억 속에서만 향기가 남게 되었다. 폐기물로 메꿔지고 농지개발로 사라지고,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강릉 하시동리에 있던 풍호는 연꽃이 사라진 채 골프장 옆에 일부분만 남아 있다.
허리대는 우리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공간이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등장할 정도로 강릉 지역의 명소인 허리대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서 감흥을 시로 남기기도 했고, 여행기에 생생하게 기록하기도 했다. 허리대는 바닷가에 철조망이 설치되면서 점차 기억에서 사라져 갔다. 양양 낙산사 옆에 동해신묘가 있다는 것을 아는가. 강릉의 향호 이곳저곳에 선인들의 시문을 찾을 수 있다. 동해의 송라정(애연정)은 개발을 피해 도심으로 이사하여 찾기 힘들다. 삼척의 소공대에서 울릉도를 보았다는 이야기를 더 이상 듣질 못한다.
옛 글에서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정선과 김홍도의 그림에 등장한 옛 망양정에서 글짓기를 생각한다. 글이란 기(氣)가 주가 되므로 기가 충실하지 못하고서 글을 잘할 수 없다는 이산해의 글을 음미한다. 그는 나라의 기이한 경관들도 다 보지 못하였는데 영동으로 귀양 오는 길에 여러 명소를 구경하였고, 마지막으로 망양정에 오르게 되면서 변화했다고 고백한다. 그는 망양정에서 천지가 하나의 이부자리이고 창해가 하나의 도랑이고 고금이 한 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시비니 득실이니 영욕이니 희비니 하는 따위는 남김없이 융해되고 세척되어 혼돈의 세계에서 조물주와 서로 만나게 되었다. 기가 넉넉해졌고 웅장해졌다. 덕분에 좋은 글을 쓰게 되었다. 글 쓰는 일이 천직인 이산해에게 최대의 축복을 내린 곳이 망양정이었다.
경포대에서는 안축의 글을 통해 경관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깨닫는다. 안축은 경관을 바라보는 두 시선 중 눈으로 형상을 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며 이런 경우 기이한 경관을 좋다고 여긴다. 다른 시선은 마음으로 보는 것. 산수에 내재되어 있는 오묘한 이치를 마음으로 인식하는 것이니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물에 내재된 이치를 깨닫는 순간 지극한 맛이 조용하고 담박한 가운데에 있게 되고, 표일한 생각이 기이한 형상 밖에서 일어난다. 경관과 내가 하나가 되는 상태를 말하는 것 같다. 이런 상태가 되어야 온전함을 즐길 수 있다고 안축은 말한다.
<관동 800리 인문기행>에서는 무엇보다 한시에 그려진 동해안의 뛰어난 풍경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해당화는 불타는 듯 백사장은 눈 내린 듯’, 채제공(蔡濟恭, 1720~1799)의 시에서 동해 송라정의 주변 아름다운 풍광을 그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북한의 두 지역에 대해서는 여백으로 남겨두었다. 평화로운 왕래와 통일 이후를 기대한다. 이른 시간 내에 관동 문화권을 복원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총석정 권역과 삼일포 권역뿐만 아니라 동해안을 따라 두만강 하류까지 걸으며 선인들이 사랑했던 문화공간을 답사하는 것도 추후의 과제다.
한시를 기행의 핵심주제로 삼고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자, 여행의 낭만을 한껏 끌어올리는 도구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한문학을 공부하고 한시를 바탕으로 글을 써 온 유명한 저자는 역사의 현장에 새겨진 옛이야기뿐 아니라 본인이 직접 발로 뛰며 느낀 감정들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번 여름휴가는 이 책 한 권 옆에 끼고 혼자 또는 가족끼리 단출한 여행을 계획하는 것도 코로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며 마음의 건강까지 돌볼 수 있는 좋은 방안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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