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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도시 : 서울에서 경기도까지, 시민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전쟁들

김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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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유형단행본
서명/저자사항갈등 도시 : 서울에서 경기도까지, 시민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전쟁들 / 김시덕 지음
개인저자김시덕= 金時德, 1975-
발행사항파주 : 열린책들, 2019
형태사항507 p. : 천연색삽화 ; 22 cm
기타표제서울 선언 두 번째 이야기
ISBN9788932919881
서지주기참고문헌: p. 503-507
언어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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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일부

서울, 배제와 추방의 역사

사대문 안 <조선 양반 문화> 중심의 답사를 거부하고, <근현대 서민 문화>를 중심에 둔 답사기로 큰 주목을 받은 『서울 선언』(2018)이 시즌 2로 돌아왔다. 규장각 한국학 연구소 김시덕 교수의 신간 『갈등 도시』는 이제 스케일을 키워 서울에 인접한 경기도까지 답사 범위를 넓힌다. 전작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듯, 그의 답사 대상은 고궁이나 문화유적이 아니다. 재개발이 예정된 불량 가옥과 성매매 집결지, 이름 없는 마을 비석과 어디에 놓여 있는지 찾기도 힘든 머릿돌이다.
『갈등 도시』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심지어 부제는 <시민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전쟁들>이다. 저자의 눈에 비친 서울은 내부적으로도, 경계를 맞댄 주변 도시들과 그 도시들 간에도 갈등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을 둘러싼 이해 충돌과 부자 동네와 못 사는 동네를 편 가르는 지역 간 반목이 두드러진다. 어느 재개발 지역의 벽보에는 <북핵>이나 <경주 지진>보다 당장의 재개발 문제가 시급하고 위중하다고 쓰고 있거니와, 분당 시장 인근 화장실에서는 성남...

출판사 제공 책소개 전체

서울, 배제와 추방의 역사

사대문 안 <조선 양반 문화> 중심의 답사를 거부하고, <근현대 서민 문화>를 중심에 둔 답사기로 큰 주목을 받은 『서울 선언』(2018)이 시즌 2로 돌아왔다. 규장각 한국학 연구소 김시덕 교수의 신간 『갈등 도시』는 이제 스케일을 키워 서울에 인접한 경기도까지 답사 범위를 넓힌다. 전작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듯, 그의 답사 대상은 고궁이나 문화유적이 아니다. 재개발이 예정된 불량 가옥과 성매매 집결지, 이름 없는 마을 비석과 어디에 놓여 있는지 찾기도 힘든 머릿돌이다.
『갈등 도시』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심지어 부제는 <시민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전쟁들>이다. 저자의 눈에 비친 서울은 내부적으로도, 경계를 맞댄 주변 도시들과 그 도시들 간에도 갈등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을 둘러싼 이해 충돌과 부자 동네와 못 사는 동네를 편 가르는 지역 간 반목이 두드러진다. 어느 재개발 지역의 벽보에는 <북핵>이나 <경주 지진>보다 당장의 재개발 문제가 시급하고 위중하다고 쓰고 있거니와, 분당 시장 인근 화장실에서는 성남 시민들을 향해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 망언에 버금가는 노골적인 혐오 표현이 발견된다.
하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는 따로 있다. 저자는 현대 서울의 역사를 배제와 추방의 역사로 이해한다. <서울이 발전하는 데 방해가 되고 서울 시민이 보기에 좋지 않다고 간주되는 수많은 시설과 사람들을 경기도로 밀어낸 역사>라는 것. <서울 곳곳의 빈민촌에 살던 10여만 명을 지금의 성남 원도심인 광주 대단지에 보낸 것이 그러했고, 서울시에서 사용할 화장장을 고양시 덕양구에 세운 것>이 그러했다. 혐오 시설을 외곽으로 밀어내어 <청결>하고, 가난한 자들을 외곽으로 밀어내어 계급적으로 <균질>해진 서울<특별>시가 만들어진 것이다.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 지대에 빈민촌과 화장터, 사이비 종교 시설, 군부대가 몰려 있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배제와 추방은 비단 서울과 경기도 사이에서만 일어났던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유형의 대상들, 즉 빈민과 한센인, 혐오 시설과 군사 시설만 쫓겨난 것이 아니었다. 재개발이나 국가 정책에 의해 내몰리기 전까지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서민·시민들의 문화와 역사까지 송두리째 지워져 왔다. 그렇게 서민·시민들의 역사가 지워진 자리에는 조선 시대 왕과 사대부의 문화(지명, 기념비, 건축물)가 거듭 소환되고, 새로운 역사 미화가 벌어진다. 저자의 표현 그대로 이것은 <기억의 전쟁이자 계급의 전쟁>이다. 저자가 굳이 이 전장에 뛰어들어 <시민들이 갈등하며 살아가고 또 죽어 간 이야기들>을 수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서울과 도시 문헌학

어떤 면에서 『갈등 도시』는 저자가 자신의 작업에 이름 붙인 그대로 <도시 문헌학>의 출발을 알리는 저술이다. 전작 『서울 선언』에서 아이디어로 제시했던 몇몇 개념들이 보다 명료해졌고, 도시 답사를 위한 방법론도 꼴을 갖추었다. 먼저 이 책은 좁은 의미의 <서울시>와 확장된 서울로서의 <대서울Greater Seoul> 개념을 구분한다. <서울시의 정치?경제?문화적 영향력이 주변 도시들로 확산되고 서울시와 주변 도시들이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현실에서, 서울의 범위를 서울시의 행정구역으로 한정해서는 서울의 본질을 포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서울 답사기가 아니다. 부평과 부천, 1?2기 신도시와 서울시로 출퇴근하는 주민의 수가 많은 경기도 도시들까지 답사 범위를 아우르는 <대서울 답사기>다.
또한 저자는 고고학자가 절벽의 단면을 통해 지층을 탐구하듯, 대서울이 성장하고 변화해 온 시층(時層)에 주목한다. 예를 들면, 을지로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전기, 20세기 후기, 21세기 초에 만들어진 건물이 한 공간에 뒤섞여 있다. 일종의 <삼문화 광장>이다. 이런 광경은 유서 깊은 대도시에서는 흔하며, 그 자체로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증언해 주는 귀중한 유산이다. 이런 시층을 탐구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건물의 건축 양식, 길의 형태, 머릿돌과 비석, 간판, 팸플릿?벽보?플래카드, 점집 깃발 등 <도시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다. 저자는 이것들을 <도시 화석>이라고 부른다. 머릿돌을 통해 한 거리의 변화 과정을 추적할 수도 있고(서울대입구역과 낙성대역 부근의 1970~80년대 빌딩 머릿돌), 가게 간판을 통해 그 지역의 상권 변화를 추적할 수도 있으며(<단국대 개골목>의 철물점 간판), 벽보와 낙서를 통해 당대의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심리를 추적할 수도 있다.
이런 방법론과 문제의식을 무장한 채 저자는 현 거주지인 관악구 봉천동에서 시작하여 시계 방향으로 대서울을 차근차근 기록해 나간다. 총 20개의 답사 코스는 크게 세 가지로 묶을 수 있다. 서울시를 중심으로 북쪽의 파주부터 남쪽의 시흥까지 서부를 훑는 <경인 메갈로폴리스의 축>이 하나, 종로구와 중구와 용산구를 깊게 들여다보는 <대서울의 한가운데> 답사가 두 번째, 북쪽의 의정부부터 남쪽의 용인까지 서울 동쪽을 아우르는 것이 세 번째다. 20개 답사 코스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대서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지적인 즐거움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문헌학자의 <불온한> 도시 걷기

이 책은 1995년 서총련이 청와대로 진격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른 당시 대학생이던 저자를 다짜고짜 경찰버스에 싣고 끌고 갔던 일화로 시작한다. 20년 뒤 저자는 한 문헌에서 16세기 일본의 패권자 오다 노부나가가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젊은 귀족에게 내린 지시를 읽게 된다. <특별한 용건 없이 마을과 골목길을 배회하는 것을 엄히 금한다.> 시대와 공간은 다르지만, 힘 있는 자들은 대체로 시민들이 자신의 도시를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했다. 저자의 생각은 이렇다. <산책은 자신이 사는 도시의 맨 밑바닥을 바라보게 하고, 그로써 인간을 정치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

모범적이고 청결한 답사 코스를 벗어나서 무작정 대서울을 걷다 보면, 이 도시의 구석구석에서 지난 백 수십 년간 시민들이 갈등하며 살아가고 또 죽어 간 이야기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빈민촌이 해체되면서 도시 곳곳에 숨어든 빈민들을 발견하고, 공장과 성매매 집결지와 한센인 정착촌이 고층 아파트 단지에 떠밀려 대서울의 외곽으로 쫓겨나고 (…) 식민지 시대 공간과 달동네를 밀어 내고는 박물관 안에 그 공간을 어설프게 재현해 놓은 황당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곳을 답사하고 나면, 더 이상 예전처럼 정치적으로 순진무구하게 대서울을 바라볼 수 없게 됩니다. - 본문 7~8면

위대한 조선 왕조를 찬양하는 건축이나, 일제 강점기의 아픈 유산을 돌아보는 답사도 좋지만, 그것이 서울의 전부일 리는 없다. 거대하고 아름다운 구조물만이 서울의 역사를 말해 주는 것도 아니다. 재개발 동네의 벽보, 이재민과 실향민의 마을 비석, 부군당과 미군 위안부 수용 시설에도 시민의 역사와 스토리가 담겨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의 맨 밑바닥>을 산책하는 이 책은 <불온>하다. 하지만 이런 답사기야말로 표백된 서울이 아니라 진짜 서울의 역사를 만나는 시간이다.
저자의 마음은 조급하다. 특정한 공간들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책을 쓰는 동안, 대서울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나머지 공간은 거의 누구의 관심도 받지 않고 재개발?재건축되어 사라지고 있다. 대치동 구마을, 마천?거여, 부평, 의주로 등은 이미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대서울은 오늘도 공사 중이고, 지금 보는 것을 다음 달에는 보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신발 끈을 조인다. <아주 잠시 동안만 대서울의 어딘가에 존재하다가, 미처 보지 못한 사이에 사라져 버리는 순간이 무수히 많이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저자의 발걸음이 무뎌지지 않도록, 그의 답사 프로젝트가 멈추지 않도록 독자들이 새 힘을 불어넣어 주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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