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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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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상세정보
작품명 백경
저자 멜빌
장르 서강필독서
작품소개 『백경(Moby Dick)』(1851)의 작가 허만 멜빌(Herman Melvile)은 1819년 8월 1일 뉴욕 시에서 출생했다. 부친 앨런 멜빌은 모피 상인으로서 부유한 집안이었으나 아버지의 파산으로 가세가 기울자 그의 교육은 16세에서 끝나고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다가 결국 포경선을 탄다.(『백경』의 서술자인 이쉬마엘이 "만약 내가 죽은 다음에 훌륭한 글을 남길 수 있다면 그 영광과 명예는 모두 고래잡이 덕택이다. 포경선이야말로 나의 예일 대학이요 하버드 대학이다."라고 말한 것은 그대로 허만 자신이 한 말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당시 배에서 반란이 일어나 섬으로 도주, 그곳에서의 경험을 쓴 그의 처녀작 『타이피(Typee)』로 그는 혜성같이 나타난 작가가 된다. 그러나 연이어 발표한 작품들『오무(Omoo)』, 『마르디(Mardi)』등, 점차 그의 작품은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이 됨에 따라 더 이상 작가로서 호구지책을 마련하지 못할 위기에 처해지자 다시 상업적 성공을 노리고 『백경』이라는 작품을 쓴다. 그러나 탈고하기 얼마 전 1850년 가을 그는 우연히 피크닉에서 당시 이미 『주홍글자(The Scarlet letter)』를 출판했던 나사니엘 호손을 만나고, 그와의 만남을 계기로 『백경』을 완전히 다시 써서 현재의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작품이 되었다. 이후 점차 작가로서의 명성을 잃고 뉴욕 세관에서 세관원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1891년 그의 사망시 《뉴욕타임즈》에는 단 두 줄, 『타이피』의 작가 멜빌 죽다라고만 나왔을 뿐이다. 그러나 1920년대 비평가들이 멜빌을 재발견하여 오늘날 멜빌은 세계문학에서 가장 위치가 확고한 미국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백경』이 출판된 직후인 1851년 멜빌은 그의 멘토격이 된 나사니엘 호손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나는 아주 사악한 책을 썼고 정말 양처럼 순수하게 느껴집니다." 잘려진 다리를 고래뼈 의족으로 지탱하고 복수심에 불타 광인처럼 백경을 쫓은 에이헤브의 끈질긴 투쟁 속에 멜빌은 자신의 영혼의 고뇌와 갈구를 쏟아 넣었고, 마침내 그 흰 고래 등 위에서 헴프 밧줄에 엉켜 죽어버린 그의 주인공을 통해 역설적으로 마음의 평정을 되찾았음직하다. 공허한 가면극의 엑스트라 같은 인간, 아름답지만 변화무쌍한 탈을 쓴 기만적인 자연, 그 뒤에서 오로지 인간의 파멸만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정체모를 힘에 대한 에이헤브의 도전은 바로 멜빌의 그것이기도 하였다. 현상세계는 허구요, 눈속임, 창문 없이 거울만 달린 미로처럼 잔혹한 혼돈이요, 감옥이었고, 그 감옥의 벽을 허무는 것이 에이헤브가 열정을 바친 꿈이었다면 그것 또한 멜빌의 꿈이기도 하였다.

"내 이름은 이쉬마일이다…. 내 입가에 우울한 빛이 떠돌 때, 관을 쌓아두는 창고 앞에서 저절로 발길이 멈춰질 때, 즉 내 영혼에 축축하게 가랑비 오는 11월이 오면 나는 빨리 바다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안다.(『백경』 서두)"

소설 『백경』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11월의 영혼,' 외롭게 방황하는 영혼이 느끼는 자살충동을 달래고 이쉬마엘은 영혼을 옥죄는 듯한 물을 떠나 자유의 세계 바다로 가고, 그곳에서 포경선 '피쿼드' 호를 탄다. '피쿼드'호의 선장 에이헤브는 자기의 한쪽 다리를 앗아간 흰 고래 모비딕을 쫓아 오대양을 누빈다. 선원들에게도 백경에 대한 증오심을 불러일으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백경을 포획할 것을 명하고, 오직 모비딕의 경로를 따라 배를 운항한다. 드디어 백경이 모습을 드러내고 에이헤브는 삼일 간의 사투 끝에 백경의 거대한 등 위에 작살을 내리꽂지만 결국 헴프줄에 엉켜 죽고, '피쿼드'호는 바다의 소용돌이 속에 가라앉는다. 선원 전원이 배와 함께 가라앉고, 혼자 살아남은 이쉬마엘이 이 이야기를 전한다.

고래뼈 의족에 잘린 다리를 지탱한 채 복수심에 불타 광인처럼 백경을 쫓는 에이헤브는 자신이 모비딕을 쫓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천명한다.

"이 세상에 보이는 모든 사물들은 마분지 가면일 뿐이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 속에는 알 수 없는, 그렇지만 분명히 계획적인 어떤 힘이 그 무심한 가면 뒤에서 은밀히 움직인다. 죄수가 벽을 쳐부수지 않고 어떻게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 그 흰 고래는 나를 밀어붙이는 바로 그 벽이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증오하는 것이다. 내게 신성모독이라고 얘기하지 말라. 날 모욕한다면 태양이라도 쳐부수겠다! 진리에는 한계가 없다."

이렇듯 에이헤브의 적수는 자신의 다리를 앗아간 백경 자체라기보다는 백경이 상징하는 추상적인 힘이다. 인간을 비웃고, 얽매고, 그보다 더욱 두렵게는 인간에게 무관심해 보이는 그 모호한 존재의 정체를 밝히겠다는 것이다. 가면 속에 숨어 인간을 조롱하는 힘에 대항해 분연히 일어나는 에이헤브는 복종과 타협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영웅이다.

그래서 『백경』은 흰 고래와 에이헤브가 벌이는 한판 승부이다. 그러나 결국 이 소설은 이 승부를 관찰하고 해석해서 우리에게 전하는 1인칭 화자 이쉬마엘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11월의 영혼'을 치유하기 위해 바다로 간 이쉬마엘은 한낱 미물같은 인간이기를 거부하고 알 수 없는 힘에 봉기하는 에이헤브에게 매력을 느끼지만, 포경선에서 새롭게 만난 퀴켁이라는 인디안 친구와의 진정한 우정을 통해 다시 세상과의 다리를 놓는다.

찾을 수 없는 답을 찾고자 고뇌하는 에이헤브의 추구는 영웅적이지만 무모하고,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인간애까지 저버리는 그의 광적인 추구에 회의를 느끼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에서 이제 잔잔해진 바다 위에 퀴켁이 만들어 놓았던 관을 타고 살아남는 이쉬마엘은 더이상 '11월의 영혼'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그가 '피쿼드'호에서 배운 것은 인간과 인간이 서로 맞잡는 손 이야말로 그 어떤 추상적 진리보다 더 위대하고 궁극적 구원에 이르는 방편이라는 것이다.

『백경』은 결코 읽기 쉬운 작품이 아니다. 500여 페이지에 이르는 길이가 부담이 되고 통상적인 의미에서의 기승전결로 이루어진 줄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책 중간의 포경에 관한 부분은 줄거리와 상관없이 이쉬마엘이 추상적인 사고에서 현실감을 갖게 되는 시간적 추이를 위해 삽입되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비평가들도 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책을 다 읽는 것이 부담이 된다면 일단 1, 3, 9, 10, 28, 29, 35, 36, 41, 42, 47, 48, 72, 85, 87, 94, 96, 99, 110, 114, 129, 132, 135장을 읽고 작품의 분위기나 의미를 파악하고 나서 다시 재독해 보는 것도 『백경』에 접근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되겠다. 번역본으로 계몽사 판('우리시대의 세계문학'시리즈 21권, 1991)을 권한다.
필독서 구분 1차필독서
필독서 분야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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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목차 일부

 『백경(Moby Dick)』(1851)의 작가 허만 멜빌(Herman Melvile)은 1819년 8월 1일 뉴욕 시에서 출생했다. 부친 앨런 멜빌은 모피 상인으로서 부유한 집안이었으나 아버지의 파산으로 가세가 기울자 그의 교육은 16세에서 끝나고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다가 결국 포경선을 탄다.(『백경』의 서술자인 이쉬마엘이 "만약 내가 죽은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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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경(Moby Dick)』(1851)의 작가 허만 멜빌(Herman Melvile)은 1819년 8월 1일 뉴욕 시에서 출생했다. 부친 앨런 멜빌은 모피 상인으로서 부유한 집안이었으나 아버지의 파산으로 가세가 기울자 그의 교육은 16세에서 끝나고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다가 결국 포경선을 탄다.(『백경』의 서술자인 이쉬마엘이 "만약 내가 죽은 다음에 훌륭한 글을 남길 수 있다면 그 영광과 명예는 모두 고래잡이 덕택이다. 포경선이야말로 나의 예일 대학이요 하버드 대학이다."라고 말한 것은 그대로 허만 자신이 한 말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당시 배에서 반란이 일어나 섬으로 도주, 그곳에서의 경험을 쓴 그의 처녀작 『타이피(Typee)』로 그는 혜성같이 나타난 작가가 된다. 그러나 연이어 발표한 작품들『오무(Omoo)』, 『마르디(Mardi)』등, 점차 그의 작품은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이 됨에 따라 더 이상 작가로서 호구지책을 마련하지 못할 위기에 처해지자 다시 상업적 성공을 노리고 『백경』이라는 작품을 쓴다. 그러나 탈고하기 얼마 전 1850년 가을 그는 우연히 피크닉에서 당시 이미 『주홍글자(The Scarlet letter)』를 출판했던 나사니엘 호손을 만나고, 그와의 만남을 계기로 『백경』을 완전히 다시 써서 현재의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작품이 되었다. 이후 점차 작가로서의 명성을 잃고 뉴욕 세관에서 세관원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1891년 그의 사망시 《뉴욕타임즈》에는 단 두 줄, 『타이피』의 작가 멜빌 죽다라고만 나왔을 뿐이다. 그러나 1920년대 비평가들이 멜빌을 재발견하여 오늘날 멜빌은 세계문학에서 가장 위치가 확고한 미국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백경』이 출판된 직후인 1851년 멜빌은 그의 멘토격이 된 나사니엘 호손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나는 아주 사악한 책을 썼고 정말 양처럼 순수하게 느껴집니다." 잘려진 다리를 고래뼈 의족으로 지탱하고 복수심에 불타 광인처럼 백경을 쫓은 에이헤브의 끈질긴 투쟁 속에 멜빌은 자신의 영혼의 고뇌와 갈구를 쏟아 넣었고, 마침내 그 흰 고래 등 위에서 헴프 밧줄에 엉켜 죽어버린 그의 주인공을 통해 역설적으로 마음의 평정을 되찾았음직하다. 공허한 가면극의 엑스트라 같은 인간, 아름답지만 변화무쌍한 탈을 쓴 기만적인 자연, 그 뒤에서 오로지 인간의 파멸만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정체모를 힘에 대한 에이헤브의 도전은 바로 멜빌의 그것이기도 하였다. 현상세계는 허구요, 눈속임, 창문 없이 거울만 달린 미로처럼 잔혹한 혼돈이요, 감옥이었고, 그 감옥의 벽을 허무는 것이 에이헤브가 열정을 바친 꿈이었다면 그것 또한 멜빌의 꿈이기도 하였다. 

 "내 이름은 이쉬마일이다…. 내 입가에 우울한 빛이 떠돌 때, 관을 쌓아두는 창고 앞에서 저절로 발길이 멈춰질 때, 즉 내 영혼에 축축하게 가랑비 오는 11월이 오면 나는 빨리 바다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안다.(『백경』 서두)" 

 소설 『백경』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11월의 영혼,' 외롭게 방황하는 영혼이 느끼는 자살충동을 달래고 이쉬마엘은 영혼을 옥죄는 듯한 물을 떠나 자유의 세계 바다로 가고, 그곳에서 포경선 '피쿼드' 호를 탄다. '피쿼드'호의 선장 에이헤브는 자기의 한쪽 다리를 앗아간 흰 고래 모비딕을 쫓아 오대양을 누빈다. 선원들에게도 백경에 대한 증오심을 불러일으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백경을 포획할 것을 명하고, 오직 모비딕의 경로를 따라 배를 운항한다. 드디어 백경이 모습을 드러내고 에이헤브는 삼일 간의 사투 끝에 백경의 거대한 등 위에 작살을 내리꽂지만 결국 헴프줄에 엉켜 죽고, '피쿼드'호는 바다의 소용돌이 속에 가라앉는다. 선원 전원이 배와 함께 가라앉고, 혼자 살아남은 이쉬마엘이 이 이야기를 전한다. 
  
 고래뼈 의족에 잘린 다리를 지탱한 채 복수심에 불타 광인처럼 백경을 쫓는 에이헤브는 자신이 모비딕을 쫓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천명한다. 
  
 "이 세상에 보이는 모든 사물들은 마분지 가면일 뿐이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 속에는 알 수 없는, 그렇지만 분명히 계획적인 어떤 힘이 그 무심한 가면 뒤에서 은밀히 움직인다. 죄수가 벽을 쳐부수지 않고 어떻게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 그 흰 고래는 나를 밀어붙이는 바로 그 벽이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증오하는 것이다. 내게 신성모독이라고 얘기하지 말라. 날 모욕한다면 태양이라도 쳐부수겠다! 진리에는 한계가 없다." 
  
 이렇듯 에이헤브의 적수는 자신의 다리를 앗아간 백경 자체라기보다는 백경이 상징하는 추상적인 힘이다. 인간을 비웃고, 얽매고, 그보다 더욱 두렵게는 인간에게 무관심해 보이는 그 모호한 존재의 정체를 밝히겠다는 것이다. 가면 속에 숨어 인간을 조롱하는 힘에 대항해 분연히 일어나는 에이헤브는 복종과 타협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영웅이다. 
  
 그래서 『백경』은 흰 고래와 에이헤브가 벌이는 한판 승부이다. 그러나 결국 이 소설은 이 승부를 관찰하고 해석해서 우리에게 전하는 1인칭 화자 이쉬마엘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11월의 영혼'을 치유하기 위해 바다로 간 이쉬마엘은 한낱 미물같은 인간이기를 거부하고 알 수 없는 힘에 봉기하는 에이헤브에게 매력을 느끼지만, 포경선에서 새롭게 만난 퀴켁이라는 인디안 친구와의 진정한 우정을 통해 다시 세상과의 다리를 놓는다. 
  
 찾을 수 없는 답을 찾고자 고뇌하는 에이헤브의 추구는 영웅적이지만 무모하고,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인간애까지 저버리는 그의 광적인 추구에 회의를 느끼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에서 이제 잔잔해진 바다 위에 퀴켁이 만들어 놓았던 관을 타고 살아남는 이쉬마엘은 더이상 '11월의 영혼'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그가 '피쿼드'호에서 배운 것은 인간과 인간이 서로 맞잡는 손 이야말로 그 어떤 추상적 진리보다 더 위대하고 궁극적 구원에 이르는 방편이라는 것이다. 
  
 『백경』은 결코 읽기 쉬운 작품이 아니다. 500여 페이지에 이르는 길이가 부담이 되고 통상적인 의미에서의 기승전결로 이루어진 줄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책 중간의 포경에 관한 부분은 줄거리와 상관없이 이쉬마엘이 추상적인 사고에서 현실감을 갖게 되는 시간적 추이를 위해 삽입되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비평가들도 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책을 다 읽는 것이 부담이 된다면 일단 1, 3, 9, 10, 28, 29, 35, 36, 41, 42, 47, 48, 72, 85, 87, 94, 96, 99, 110, 114, 129, 132, 135장을 읽고 작품의 분위기나 의미를 파악하고 나서 다시 재독해 보는 것도 『백경』에 접근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되겠다. 번역본으로 계몽사 판('우리시대의 세계문학'시리즈 21권, 1991)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