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 1905~1997)은 (국내에서는 이렇게 이름이 소개되어 있다. 그의 모국어인 독일어를 따라 정확하게 하자면 '빅토르 프랑클'이다) '의미 요법'이라 부르는 심리 치료 방법을 창안한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의사이다. 그의 의미 요법은 나치 독일이 설치, 운영했던 아우슈비츠와 다카우의 수용소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프랭클은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 살 의지가 있고, 삶에 대한 희망이 있는 사람은 결국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수용소에서 선명하게 목도하였다. 반면, 삶의 의지, 삶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은 육신의 건강과 무관하게 쉽게 무너져 곧 죽게 되는 것을 목격하였다.

이 경험을 증언한 책이 우리말로는 『죽음의 수용소에서』란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1946년 오스트리아에서 이 책이 독일어로 처음 출판되었을 때는 『한 심리학자가 집단 수용소를 체험하다(Ein Psycholog erlebt das Konzentrationslager)』란 제목을 달고 있었다. 1959년 영어로 번역될 때 『죽음의 수용소에서 실존주의까지(From Death-Camp to Existentialism)』란 제목으로 바뀌었다가 두 번에 걸쳐 증보되면서 이제는 『인간의 의미 추구: 의미 치료 입문(Man's Search for Meaning. An Introduction to Logotherapy)』이란 제목을 달고 있다.

정식으로 판권을 계약하여 정신과 의사 이시형 선생의 이름으로 새로 번역되어 나온 우리말 판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첫 부분은 저자가 독일 나치 수용소에서 경험한 일에 대한 증언이고 두 번째 부분은 자신이 개발한 '의미 요법'에 대한 개요이고 세 번째 부분은 낙관주의에 대한 강연 원고이다. 어느 부분에서나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이고 의미는 자신의 삶과 타인에 대한 책임에서 나오는 것이며, 이 의미를 추구하고 유지하는 한 인간의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저자의 주장을 만날 수 있다. 이 주장을 기반으로 프랭클은 수용소 안에서의 인간의 모습을 여러 가지로 그려낸다.

인간의 모습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현상은 스피노자가 말한 개체의 자기 보존 욕구이다. 프랭클이 목격한 것은 곧 수송될 처지에 있는 수감자들은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문제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일 겨를이나 생각이 없이 오로지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가족을 위해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 아니면 곧 끌려갈 친구의 목숨을 구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양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들만이 살아남았고 정말 좋은 사람들은 결국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을 살아남은 자신들은 모두 알고 있다고 지적한다.

두 번째는 살고자 하는 의지의 중요성이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남아 있는 수감자들은 고된 작업 끝에 생긴 담배 몇 개비도 피우지 않고 수프를 바꾸어 먹었다. 어느 동료가 자기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면 그가 자신을 지탱해나갈 힘을 잃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살고자 하는 의지를 키우고 지탱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도 프랭클은 분명하게 보았다. 45년 3월 30일 출옥하게 되리라고 꿈을 꾼 사람이 그 꿈이 실현되지 않는 것을 보자 갑자기 아프기 시작하더니 금방 죽었다. 사망의 직접 원인은 발진티푸스였지만 인간의 정신 상태(용기와 희망 혹은 그것의 상실)와 육체의 면역력의 연관을 본 것이다.

세 번째 -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결국 살아남게 된다는 사실을 이 책은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프랭클이 인용하는 구절은 니체에게서 온 것이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프랭클은 자신의 삶에 대해 더 이상 느낌이 없는 사람은, 이루어야 할 목적도, 목표도, 의미도 없는 사람은 곧 파멸했다고 증언한다. 상상 가운데 아내와 대화를 나누면서 프랭클이 깨달은 진리는 "사랑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이고 가장 숭고한 목표라는 것"이다. 사랑하는 대상이 누구이든, 그 이가 친구나 아내, 산 사람이나 죽음 사람 혹은 하나님이든 간에, 그 누구라도 내가 사랑해야 할 이가 있다면 나는 어떤 시련이라도 견딜 수 있다고 프랭클은 말한다. 청아출판사에서 2005년 새로 번역해 낸 『죽음의 수용소에서』(이시형 옮김)를 읽기를 권한다. 엘리 위젤의 『흑야』,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책도 함께 권한다.